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활



가슴을 활짝 펴기에 숨을 고르게 맞아들여서 온몸으로 퍼뜨려. 어깨를 활짝 펴니까 기운을 골고루 쓰면서 온몸이 튼튼해. 몸을 활짝 펴지 않으면 아무래도 구부정하다가 굳어가지. 몸이 구부정하다가 굳으면 차츰 기운이 빠지면서 숨가쁘고 말아. 어쩐지 자꾸 앓고 쉽게 다쳐. 사람들은 사냥을 한다면서 활과 화살을 다뤄. 활에 살을 걸어서 마음을 고요히 두고서 빛 한 끗을 바라보다가 손끝을 톡 놓아서 바람길에 “가늘고 긴 살”을 띄워서 과녁에 척 맞힌단다. 시위를 힘으로 당기면 활이 부러져. 시위는 힘이 아니라, “활짝 펴는 가슴과 어깨”에 ‘살’을 살며시 걸치면서 놓지. 조금이라도 힘이 들어가면, 화살이 빗나가거나 새. 때로는 바람을 못 타느라 얼마 못 날고 떨어져. 사냥은 마구잡이로 죽이려는 짓이 아니야. 멧들숲을 달리는 짐승 한 마리를 꼭 잡아야 한다고 여길 적에 “고맙지만 사람으로서 잘못하는구나. 봐주렴. 부디 새별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 하고 속삭이며 시위를 가볍게 당겼다가 놓지. 함부로 쏘아죽인다든지, 목숨을 사납게 빼앗는 싸움질을 벌이려 하는 활쏘기라면 이미 넋잃고 빛바랜 허튼짓이란다. 해는 언제나 환하게 비춰. 네(내)가 가슴과 어깨를 활짝 펴고서 움음도 활짝활짝 짓듯, 해는 아침과 낮에 온통 환하게 감싸고 돌보는 볕살로 그저 싱그럽고 참하게 스며든단다. 어느덧 사람들은 올림픽이나 스포츠라는 허울을 씌우면서 활을 아무렇게나 다루네. 마음을 맑게 다루면서 밝게 틔우는 활인 줄 잊어. 고마워하면서 고개숙이는 마음도 잊네. 활시위를 잊고 잃느라 ‘활시늉’에 갇혀. 2026.9.27.해.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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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6.10.15. ‘전작주의’라는 일본말씨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도서박물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2003해에 문득 들은 일본말씨 ‘전작주의’입니다. 2026해에 읽은 책에 이 일본말씨가 나오기에 새삼스레 들여다봅니다. 얼추 열 몇 해 사이에 어린배움터부터 ‘온책읽기(온작품읽기)’를 합니다. 책 하나를 통째로 함께 읽는 배움길을 가리키는데, ‘온읽기·온책읽기’란, 어느 책 하나를 오롯이 읽는 길뿐 아니라, 어느 한 사람이 남기는 책과 글을 오롯이 읽는 길도 나타냅니다.


  2003해이든 2026해이든, 또 1993해나 1983해나 1963해나 1953해까지, 우리는 오롯이 일본말씨한테 잡아먹힌 글살이를 잇습니다. 일본이 물러간 1945해 언저리에 쏟아진 글과 책을 짚어 보면, 그때까지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 사람’은 그냥 ‘앞으로도 이곳은 일본말글을 쓰는 삶터’이리라 여겼습니다. 한말글을 읽혀서 글이나 책을 쓰는 분이 더러 있던 1942∼1945해였을 텐데, 웬만한 글바치나 책바치는 그저 일본말글로 쓰고 읽었습니다. 이러하다 보니, 일본이 물러갔어도 한말글로 글쓰기나 책쓰기를 할 만한 깜냥도 주제도 그릇도 밑동도 줄기도 뿌리도 아주 없었다고 할 만합니다.


  그때(1945)에 우리 스스로 뉘우치고 눈물을 쏟으면서 “자, 오늘부터 우리는 한말글을 처음부터 다시 배우고 하나하나 새로 익힙시다!” 하고 외치면 사뭇 다른 나라로 피어났으리라고 봅니다. 그렇지만 일자리(글쓸자리·책쓸자리)를 잃을까 두렵고 걱정하던 그무렵(1945) 글바치와 책바치는 “쉰 해 넘게 쓴 일본말글을 섣불리 버릴 수 없다”고 외쳤어요. 일본은 1910해에 이 나라를 집어삼켰지만, 이미 1900해나 이에 앞서도 일본말글은 이 땅에 잔뜩 들어왔어요. 글밥을 먹고살던 무리는 그들한테 익숙한 대로 ‘일본한자말’을 ‘무늬한글’로 바꾸는 글쓰기조차 손사래쳤습니다.


  일본말씨 ‘전작주의’는 그냥그냥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미 우리 삶터에 또아리를 튼 “익숙한 대로 쓰자”라든지 “다들 그렇게 쓰는데?” 하는 티끌, 게으르기도 하고 덧없기도 하고 철없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고 멍청하기도 한, 우리 민낯을 고스란히 비추는 낱말 하나입니다.


  우리가 마음을 담아서 나누는 모든 말은 저마다 다르게 빛나는 씨앗입니다. 좋은씨와 나쁜씨는 없습니다. 이 씨를 심으니 이 씨가 자라서 퍼지고, 저 씨를 심으니 저 씨가 자라서 퍼집니다. 중국말씨를 심던 조선 500해에는 중국말이어야 높거나 훌륭하다고 여겼어요. 일본말씨를 심던 1945해까지는 일본말이어야 좋거나 뛰어나다고 여겼습니다. 오늘은 우리 스스로 어떤 말씨앗을 심는 하루일까요?


  이제부터는 우리 스스로 말글과 삶과 마음이 하나로 흐르는 줄 차분히 바라보면서, 모두 가다듬는 하루를 살아낼 노릇이지 싶습니다. 하루아침에 말끔히 털어내려고 하면 지칩니다만, 하루에 한 가지씩 가다듬으면서 추스르려고 하면, 누구나 시나브로 새롭게 피어납니다.


  ‘순우리말’을 써야 한다는 뜻이 아닌 줄 알아보면 됩니다. ‘살아가는 말’을 나누면서 ‘삶말’로 이야기하면 됩니다. ‘살림하는 말’을 주고받으면서 ‘살림말’로 노래하면 됩니다. 삶말과 살림말은 치레하거나 꾸미는 티끌이 아닙니다. 지난날 중국말씨와 일본말씨에다가 요즈음 영어말씨를 붙들기에 티끌입니다. 우리는 삶말과 살림말을 나긋나긋 들려주고 들을 적에 비로소 ‘사랑말’이라는 길을 알아볼 수 있어요. 사랑말을 알아볼 적에는 ‘사람말’과 ‘숲말’을 알아차리고, 이때부터 ‘새말’을 스스로 짓는 눈빛을 틔웁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스스로 일을 한다는 마음으로 가꾸면 됩니다. 시키는 나라나 둘레에서 무엇을 맡기더라도 우리 스스로 일로 돌려내면서 살리면 됩니다. 그저 이 가을빛을 넉넉히 누리듯, 그저 서로 마음을 북돋우고 살리면 됩니다. 글 한 줄이건 책 한 자락이건, 글쓴이와 책쓴이가 나누려고 하는 마음을 ‘오롯’이 읽으려고 하면 저절로 ‘온읽기’로 닿습니다. 한 줄이건 열 자락이건 대수롭지 않아요. 한 줄을 오롯이 읽으려는 눈을 틔우면, 이 한 줄을 바탕으로 삼아서 온마음을 헤아리게 마련입니다. 멧더미처럼 쌓은 책을 다 읽어야 ‘온읽기’이지 않습니다. 온마음을 함께하면서 온빛을 나누려는 온눈을 뜰 적에 비로소 ‘오롯읽기·온읽기’입니다.


ㅍㄹㄴ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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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전작주의



 전작주의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 다는 못 읽을 만큼

 전작주의 독서법이 있다 → 온읽기가 있다 / 온책읽기가 있다

 한 작가에 대한 전작주의이다 → 한 사람 모든 글을 읽기이다


전작주의 : x

전작(全作) : 1. 한 작가나 일정한 분야의 모든 작품 2. 부분이 아닌 전체 작품. 또는 완성된 작품

주의(主義) : 1. 굳게 지키는 주장이나 방침 2. 체계화된 이론이나 학설 ≒ 이즘(ism)



  일본말씨라 할 ‘전작주의(全作主義)’라면 ‘다읽기·다읽다·모두읽기·모두읽다’나 ‘덮다·덮이다·오롯읽기·오롯읽다’로 손볼 만합니다. ‘온읽기·온글읽기·온책읽기’로 손보지요. ‘통읽기·통째읽기·통째로읽기’나 ‘훑다·훑어내다·훑어대다·흝어보다’로 손보면 되고요. ㅍㄹㄴ



이 전작주의라는 화두를 처음 던진 것은 몇 년 전 어느 후배였다

→ 몇 해 앞서 동생이 이 모두읽기를 처음 밝혔다

→ 몇 해 앞서 뒷내기가 이 온읽기를 처음 들려줬다

《전작주의자의 꿈》(조희봉, 함께읽는책, 2003) 24쪽


전작주의자가 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 다 읽어 볼 만도 하다

→ 통읽기도 해볼 만하다

→ 온읽기도 고를 만하다

《당신의 독자가 될게요》(정세랑, 마음산책, 2026) 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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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바깥의


 바깥의 공기를 감안하여 → 바깥바람을 헤아려

 바깥의 존재는 위험하지 않다 → 바깥숨결은 나쁘지 않다

 바깥의 사람은 관여하지 않는다 → 바깥사람은 끼어들지 않는다


  ‘바깥 + -의’ 얼개라면 ‘-의’부터 덜어냅니다. 뒷말과 나란히 묶을 수 있고, ‘-이’나 ‘-은’으로 토씨를 고쳐쓸 수 있습니다. ㅍㄹㄴ



중요한 건 그 말이 몸피를 줄여가며 만든 바깥의 넓이를 가늠하는 일일 것이다

→ 아무래도 말이 몸피를 줄여가며 이룬 바깥넓이를 가늠해야지 싶다

《두근두근 내 인생》(김애란, 창비, 2011) 11쪽


살아가며 채울 새하얀 페이지들에는 내 바깥의 더 많은 존재들에 대한 사랑을 적어나갈 테다

→ 살아가며 채울 새하얀 종이에는 이웃사랑을 적어 나갈 테다

→ 살아가며 채울 새하얀 자리에는 널리 사랑을 적어 나갈 테다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백수린, 창비, 2022) 225쪽


바깥의 온갖 현란함이 진정 하고 싶은 일들로부터 사람들을 멀어지게 만들지는 않는지 경계하고 있다

→ 바깥이 온갖 빛깔인 탓에 참으로 하고 싶은 일과 멀지는 않은지 돌아본다

→ 바깥이 온통 번쩍이느라 참말 하고 싶은 일하고 멀지는 않은지 살펴본다

《당신의 독자가 될게요》(정세랑, 마음산책, 2026) 2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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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품절 品切


 품절이 되었다가 쏟아져 나오면 → 동났다가 쏟아져 나오면

 품절된 지 오래입니다 → 다 팔린 지 오래입니다


  ‘품절(品切)’은 “물건이 다 팔리고 없음 ≒ 절품”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다 팔다·모두 팔다·몽땅 팔다·다 나가다·모두 나가다·몽땅 나가다”나 ‘세나다·남지 않다·자취를 감추다’로 다듬습니다. ‘동나다·바닥나다·떨어지다’나 ‘모자라다·사라지다·없다·있지 않다’로 다듬을 만합니다. ‘드물다·뜸하다·안 나오다·안 오다·나오지 않다·오지 않다’나 “이제 없음·이제 끝”으로 다듬을 수 있어요. ‘끝·끝나다·끝때·끝있다·끝장·끝장나다·끝장내다’로 다듬어도 되고요. ㅍㄹㄴ



품절 아니었음 좋겠다

→ 동나지 않았길 바라

→ 안 떨어기길 바라

《아이즈 I''s 7》(마사카즈 카츠라/신원길 옮김, 서울문화사, 2007) 32쪽


바로 제 앞에서 품절되는 거 있죠

→ 바로 제 앞에서 끝나잖아요

→ 바로 제 앞에서 바닥나잖아요

《심야 식당 12》(아베 야로/장지연 옮김, 미우, 2014) 53쪽


군고구마 아이스바가 품절됐어∼!

→ 군고구마 얼음꽃이 동났어!

→ 군고구마 얼음이 다 팔렸어!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 3》(야마모토 소이치로/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6) 150쪽


개점 당시부터 오늘날까지 품절이 안 됐던 날이 단 하루도 없다는

→ 열 때부터 오늘날까지 바닥나지 않은 날이 하루도 없다는

→ 첫날부터 오늘날까지 다 팔리지 않은 날이 하루도 없다는

《오늘의 버거 1》(하나가타 레이·사이타니 우메타로/김일례 옮김, 소미미디어, 2018) 172쪽


일찌감치 품절이 되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 일찌감치 떨어졌다고 알린다

→ 일찌감치 동났다고 한다

《삶을 읽는 사고》(사토 다쿠/이정환 옮김, 안그라픽스, 2018) 49쪽


네가 부탁한 빵 드 캄파뉴는 품절돼서

→ 네가 말한 빵 드 캄파뉴는 없어서

→ 네가 바란 빵 드 캄파뉴는 떨어져서

《미기와 다리 6》(사노 나미/장지연 옮김, 대원씨아이, 2022)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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