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미리, 미리 쓰는 글



  나는 글을 늘 미리 쓴다. 누군가 글을 써서 달라고 바라면 곧장 글을 써서 보낸다. 내가 앞으로 책으로 엮고 싶다고 꿈꾸는 글도 미리 쓴다. 미리 차근차근 쓴다. 그런데 어제 전화 한 통을 받고는 혀를 내둘렀다. 〈좋은 생각〉이라는 잡지사에서 글 한 꼭지를 써 주십사 하고 전화를 하셨는데, 어제가 8월 25일인 만큼 ‘시월호’로 넣을 글을 써 주십사 하고 이야기하려는구나 하고 여겼는데, 아니었다. ‘십일월호’에 넣을 글을 써 주십사 하고 이야기한다. 잘못 들었나 하고 여겼는데, 곧바로 받은 누리편지를 여니 ‘시월호에 실을 글’이 아닌 ‘십일월호에 실을 글’이 맞다. 그렇다면, 〈좋은 생각〉이라는 잡지사는 벌써 시월호 편집까지 마쳤다는 뜻이리라. 대단하구나. 참으로 빈틈이 없구나. 이렇게 일을 하고 글을 받으니 아주 많은 사람들을 독자로 이끌면서 잡지를 선보일 수 있구나. 내가 하는 일이 한국말사전 만들기인 터라, 한글날이 있는 시월을 헤아려 ‘한국말 이야기’를 써 주십사 하고 물을 줄 알았는데, 이것도 아니고 ‘시골살이 이야기’를 써 주십사 하고 묻는다. 그래서, 재미나게 글을 쓰기로 했다. 미리 미리 미리. 4347.8.27.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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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놀이 1 - 버스 온다!



  마을 어귀에서 군내버스를 기다린다. 언제 올까? 곧 오지. 이제 오나? 그럼. 부릉부릉 멀리서 버스 소리가 난다. 두 아이가 모두 벌떡 일어서며 달려온다. “버스야! 버스 온다!” 마을 어귀 버스터에서 두 아이가 방방 뛰면서 춤을 춘다. 너희들은 버스 한 번 탈 뿐인데, 아주 좋아서 춤과 노래가 샘솟는구나. 언제나 춤이요 노래이지. 4347.8.2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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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58. 버스를 기다리며 2014.8.25.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아이들은 이곳저곳 쏘다닌다.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아이들이니까. 두리번두리번 살피고, 이것저것 만진다. 아이들이 돌아다니는 모습을 살펴보면, 우리가 어떤 곳에 집을 마련해서 어떤 살림을 일구어야 아름다우면서 즐거울까 하고 느낄 수 있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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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자투리종이로 인형 (2014.8.25.)



  큰아이가 쓰고 남은 자투리종이를 그러모으다가 이 자투리에 그림을 그려서 인형으로 만들어도 되리라 생각한다. 자투리종이가 아주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조금만 둘러보아도 요즈음은 종이가 아주 넘친다. 곳곳에 안 쓰고 버리는 종이가 넘실거린다. 이 종이는 모두 어디에서 왔을까. 이 종이는 모두 어디로 갈까.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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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말 짓는 애틋한 틀

 (314) 몽당 : 몽당초


타다 만 몽당양초는 / 어머니의 손가락입니다

《조동례-어처구니 사랑》(애지,2009) 28쪽



  ‘몽당-’을 앞에 붙이는 낱말로 ‘몽당비’와 ‘몽당치마’와 ‘몽당연필’을 흔히 씁니다. 자주 쓰거나 오래 써서 길이가 짧아진 것을 가리킬 적에 ‘몽당-’을 붙입니다. 그러니, ‘몽당초’나 ‘몽당양초’라 말할 만합니다. 길다란 과자를 한 입 두 입 베어서 먹다 보면 ‘몽당과자’가 됩니다. 나무젓가락을 오래도록 쓰면 어느새 닳아 ‘몽당젓가락’이 되곤 합니다.


  ‘몽당-’이라는 낱말은 우리 손길과 손때가 탄 느낌을 담습니다. 우리가 마음을 기울여 오랜 나날 함께 누린 삶을 들려줍니다. ‘몽당치마’와 ‘몽당바지’는 오래 입어 닳는다든지, 아이가 키가 자라면서 길이가 짧아진 치마나 바지를 가리킵니다. 그러니, 그저 짧게 입기만 하는 치마나 바지는 ‘몽당치마’라 할 수 없지만, 누군가 이런 낱말을 쓰려 한다면 그이 마음에 어떤 이야기가 도사린다는 뜻이겠지요. 4347.8.27.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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