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살부터 열아홉 살 사이를 사는 푸름이한테 들려줄

글쓰기 이야기를 적기로 한다.

다음주에 면소재지 고등학교 푸름이를 만나서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하기에
새 글을 한참 쓰다가
이 글을 찬찬히 엮자고 생각한다.

이 나라 푸름이한테뿐 아니라
나한테도 즐거운 이야기가 될 수 있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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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혼자 잘 수 있는 아이



  작은아이가 이제 버스에서 혼자 앉아 가만히 잠들 수 있다. 얼마 앞서까지 반드시 옆에 함께 앉아서 머리를 받쳐야 했으나, 요즈막에는 혼자 자리에 앉아서 까무룩 잠들어도 옆으로 쓰러지지 않는다. 다만 옆에 서서 아이가 기울어지지 않는지 지켜보고, 내 쪽으로 기울어질라 치면 살며시 고개를 돌려 준다.


  어느새 이만큼 컸는가 하고 돌아본다. 날마다 조금씩 살이 붙고 기운이 붙으니 이렇게 자란 셈일 테지. 세발자전거를 혼자 발판을 구르며 달릴 수 있는데다가 몸무게도 많이 불었고, 곧잘 떼를 쓰지만 웃옷도 바지도 신도 혼자 입고 벗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드디어 단추꿰기도 혼자 해낸다. 요새는 단추를 꿰어 주려 하면 싫다며 손사래를 친다. 앞으로는 온갖 곳에서 혼자 씩씩하게 나서는 모습을 더 자주 새롭게 보여주리라. 4347.11.2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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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237. 2014.11.16. 책 읽는 인형



  밥순이가 리카인형을 데리고 밥을 먹는다. 리카인형을 밥상에 올려놓고 함께 먹자고 한다. 이러다가 리카인형더러 책도 읽으라면서, 조그마한 책을 무릎에 얹는다. 리카인형은 우리와 함께 밥상에 앉아 ‘책인형’이 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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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만화가 아주머니는 하루를 만화와 함께 보낸다. 아기가 불러도, 아이가 놀자고 해도, 만화가 아주머니는 그예 만화에 이끌린다. 어릴 적부터 꿈이 만화가였기에 만화를 손에서 못 놓는구나 싶다. 새롭게 태어난 목숨이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앞으로도 만화를 신나게 그리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크기에, 큰아이와 작은아이 모두 아저씨한테 맡긴다. 두 아이 아버지는 밥을 짓고 빨래를 하며 여러 가지 일을 도맡는다. 스스로 척척 새로운 기운을 뽑아낸다. 만화가 아주머니가 보내는 하루와, 이 집에서 아이와 놀고 살림을 가꾸는 아저씨가 즐기는 하루를 가만히 바라본다. 우리 집 네 식구는 날마다 어떤 삶을 함께 즐기거나 누리는지 곰곰이 돌아본다. 4347.11.2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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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밥 통신 1- 불량엄마일기
니노미야 토모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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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23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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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를 앞두고 '에누리'에 얽매여 책을 잔뜩 사든 

책을 몇 권 사든 한 모든 이웃들한테 주고 싶어서 쓴 글.


..


마음을 이루는 책 한 권



  우리가 먹는 밥이 우리 몸을 이룬다. 어떤 밥을 먹느냐에 따라 우리 몸이 달라진다. 우리가 마시는 물과 바람이 우리 몸을 이룬다. 어떤 물과 바람을 마시느냐에 따라 우리 몸이 달라진다.


  우리가 보는 것이 우리 생각을 이룬다. 어떤 것을 보느냐에 따라 우리 생각이 달라진다. 우리가 읽는 것이 우리 앎을 이룬다. 어떤 것을 읽느냐에 따라 우리 앎이 달라진다.


  그러면, 마음과 사랑과 꿈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마음을 어떻게 가꾸고, 사랑은 어떻게 나누며, 꿈은 어떻게 키울 때에, 우리 스스로 기쁘면서 아름다울 수 있을까.


  ㅈㅈㄷ신문을 읽는 사람은 두 갈래 길로 간다. 하나는 ㅈㅈㄷ이 외치는 대로 멍하니 좇는 길을 간다. 다른 하나는 ㅈㅈㄷ이 외치는 거짓을 알아채면서 ㅈㅈㄷ을 꾸짖거나 손가락질하는 길을 간다. 둘 모두 ㅈㅈㄷ 언저리에서 헤맨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ㅈㅈㄷ을 끊으면 된다.


  들풀을 보거나 들꽃을 보는 사람은 들풀과 들꽃을 차츰차츰 익힌다. 어느 풀을 뜯어서 먹으면 몸에 도움이 되는가를 시나브로 깨닫고, 어느 꽃을 어느 철에 기쁘게 맞이할 수 있는지 찬찬히 알아챈다. 도감을 뒤지거나 인터넷을 살핀다고 해서 들풀이나 들꽃을 알아채거나 배우지 못한다.


  육아책을 만 권쯤 읽기에 아이를 잘 돌보거나 키우지 않는다. 육아책은 한 권만 읽어도 되지만, 한 권조차 안 읽어도 된다. 왜냐하면, 내가 키울 아이는 내 아이인 터라, 내 아이를 제대로 바라보고 살가이 보듬으면서 따스히 보살필 수 있으면 된다.


  인문책을 읽는 사람은 인문책 지식을 머리에 담는다. 베스트셀러를 읽는 사람은 베스트셀러 줄거리를 머리에 담는다. 교과서와 문제집을 들여다보는 사람은 교과서와 문제집 정보를 머리에 담는다. 스스로 찾거나 보거나 읽는 대로 마음을 이룬다.


  어느 책을 찾거나 보거나 읽든 그리 대수롭지 않다. 이러한 모습이 되기에 훌륭하지 않고, 저러한 모습이 되기에 볼썽사납지 않다. 그저 그뿐이요, 그저 그이 스스로 나아가는 삶일 뿐이다.


  넋이 무엇인지 바라보려고 하는 사람은 넋을 바라볼 수 있다. 하루가 걸릴 수 있고 한 해가 걸릴 수 있으며 백 해나 즈믄 해가 걸릴 수 있다. 바라보려고 하는 사람은 자꾸 바라보면서 꾸준히 생각하기 때문에 마침내 제대로 알아채면서 깨닫는다. 바라보려고 하지 않는 사람은 조금도 알아채지 못할 뿐 아니라 하나도 못 깨닫는다.


  누군가는 야구나 축구를 잘 알 테지만, 누군가는 야구나 축구라는 이름조차 모른다. 바라보는 사람은 차근차근 알면서 깨달을 테지만, 안 바라보는 사람은 하나도 모를 뿐 아니라 조금도 알 수 없다.


  마음을 이루는 책인 줄 알아차릴 수 있다면, 먼저 내가 어떠한 길을 걷는 삶이 되고 싶은지 생각해야 한다. 내 삶길을 생각하면서 내 삶길에 걸맞구나 싶은 이야기를 읽어야 한다. 말글을 다루는 사람은 말글을 다룬 책과 온갖 사전을 곁에 두면서 말글을 누구보다 깊이 헤아릴 수 있다. 역사를 다루는 사람은 역사를 다룬 책과 온갖 자료를 옆에 놓으면서 역사를 누구보다 깊이 돌아볼 수 있다. 보고 다시 보며 또 보니, 잘 알고 깊이 알며 넓게 알 수밖에 없다.


  우리는 책을 읽는다. 우리는 저마다 마음을 이루는 책을 읽는다. 좋거나 나쁜 책은 없다. 그저 마음을 이루는 책을 읽을 뿐이다. 어느 책을 고를는지,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어떻게 살면서 어떻게 사랑하고 싶은지,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한다. 값싼 책을 살 수도 있고 비싼 책을 살 수도 있을 테지만, 무엇보다 ‘내 삶을 씩씩하게 걷는 길에 맞는 책’인지 제대로 살펴서 품에 안아야 한다. 4347.11.2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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