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감천동 가맛길 (2026.1.23.)

― 부산 〈마주서가〉



  저는 쇠(자동차)를 여태 안 몰 뿐 아니라, 앞으로도 몰 마음이 없습니다. 읽고 쓰는 사람은 다리로 걷고, 손으로 적고,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에 담고, 머리로 생각하고, 살갗으로 겪어서 온넋으로 받아들일 노릇이거든요.


  어디를 가든 으레 쇠를 모는 분이라면, 으레 “쇠를 바탕으로” 둘러보고 바라보고 느껴서 삶과 마음에 담습니다. 어디를 가든 언제나 걷고 서고 기다리고 지켜보는 분이라면, 언제나 “팔과 다리와 몸을 바탕으로” 돌아보고 헤아리고 살펴서 삶과 마음에 담아요.


  말만 바꾸기보다는, 삶부터 바꿀 일이라고 느낍니다. 스스로 보내는 하루에 따라서, 스스로 가꾸는 마음이 다르고, 스스로 짓는 삶이 달라요. ‘낳은아이’를 보든 ‘이웃아이’를 보든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몸으로 낳았기에 더 들여다보면서 사랑해야 하지 않아요. 푸른별에 태어난 뭇아이를 나란히 품으면서 ‘우리집’에서 함께 지내는 아이하고 함께 지피면서 지을 살림길을 헤아리기에 즐겁습니다.


  새벽길을 나서며 닿은 부산에서 시내버스 15으로 바로 갈아탑니다. 덜컹덜컹 흔들흔들 같이 덜컹이고 흔들리면서 노래를 한 자락 씁니다. 이윽고 시내버스 16으로 갈아탑니다. 굽이굽이 오르막을 한참 달리더니 사르르 내리막입니다. 이제 내려서 오르막을 걷습니다. 오르막이 끝나니 내리막이요, 이 어귀에 〈마주서가〉가 있습니다. 겨우내 시들되 아직 말짱히 한들거리는 풀포기를 바라보면서 깃듭니다.


  지난해에 이곳으로 첫걸음을 떼었고, 올해에 두걸음입니다. 책집지기님은 잠든 아기를 업고서 일합니다. 폭 곯아떨어진 아기이니 바닥에 고이 내려놓고서 등허리를 펴도 될 테지만, 아기는 이부자리뿐 아니라 엄마아빠 등판을 몹시 바라기도 합니다. 아니, 아기는 엄마아빠 등판과 가슴에 안긴 나날을 누리려고 찾아온다고도 느껴요. 사랑받는 하루가 기뻐서 웃는 아기는 엄마아빠한테 활짝 짓는 웃음꽃으로 어느새 사랑씨를 베풀지요.


  모래내 밑마을이라 여겨서 ‘사하(沙下)’라 하고, 모래내 윗마을이라 여기며 ‘사상(沙上)’이라 한다면, ‘모래밑골·모래웃골’인 셈입니다. 감천동은 ‘감내’를 한자로 옮겼을 뿐인 이름이라면, “높고 거룩하며 깊고 밝은 냇물”하고 얽힌 살림길이라는 뜻입니다. 밤낮없이 ‘가맛마을(산복도로 르네상스)’을 찾는 손님이 엄청난 듯합니다. ‘문화·관광·예술’은 먼발치가 아닌 ‘곁마을’에서 피어나게 마련이거든요. 이 마을에서 아이가 태어나서 자라고, 느긋하며 즐거이 마을빛을 가꾸며 일하는 어른으로 설 수 있으면, 온누리 온곳이 가만히 빛날 만합니다.


《매달 아이를 그립니다》(배소현, 오늘의기록, 2025.9.9.)

《책 먹는 여우의 겨울 이야기》(프란치스카 비어만/송순섭 옮김, 주니어김영사, 2020.12.10.첫/2025.9.19.8벌)

#FranziskaBiermann #Herr Fuchs mag Weihnachten! (2020년)

《ひとりでゆっくり 韓國語入門》(チョ·ヒチョル, チョン·ソヒ, CUON, 2020.9.10.)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최은경, 덴스토리, 2017.5.1.)

《돌아올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김명기, 걷는사람, 2022.1.1.)

《말썽꾸러기 로타》(아스트리드 린드그렌/황경원 옮김, 다락방, 2004.8.30.)

《민주당을 떠나며》(털시 개버드/송영길 옮김, 메디치, 2025.9.8.첫/2025.9.22.3벌)

#TulsiGabbard #For Love of Country #Leave the Democrat Party Behind (2024)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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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타



01:30에 하루를 연다

07:05에 기지개를 켠다

살짝 등을 펼까 싶어 누우니 07:45

옆마을 08:00 시골버스 타야 하는데

깜빡 잠들었구나


얼른 짐을 챙겨서 달리니 07:55∼08:03

시골버스는 08:06에 들어온다


부산 가는 시외버스를 09:10에 탄다

매우 더워서 긴옷을 벗는다

터덜터덜 해를 보며 걷는 오늘은

감천동 〈마주서가〉를 누리고서

보수동 〈파도책방〉과 〈대영서점〉을 들르고서

거제동 〈책과아이들〉로


애쓴 발바닥과 온몸을 토닥이고

힘쓴 이 하루를 살살 타이른다


2026.1.23.쇠.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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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나한테 겉옷은



  이 겨울에 겉옷 없이 다니느냐고 타박하는 소리를 들을 적마다 빙긋 웃으며 대꾸한다. “안 더우셔요? 그렇게 둘둘 싸매면 어떻게 움직이고 무슨 일을 하나요?” 겹겹 싸매면 언뜻 따뜻해 보인다만, 어찌 걷고 어찌 아이를 안고 어찌 등짐을 메나.


  가만 보면, 몸을 안 쓰려고 두툼히 껴입는다. 안 움직이려고, 스스로 몸빛을 틔워서 일어나려고 안 하기에 지나치게 두르고 감싸고 덧씌운다. 뛰고 달리고 날고 놀고 노래하려면, 겨울이건 여름이건 가볍게 차린다. 겉으로 두껍게 덮을 적에는 몸소 피어날 기운을 가로막는다고 느낀다.


  나는 언제부터 얇게 긴소매 한 벌만 걸치며 겨울을 살아내는가 하고 돌아본다. 열두 살에 체르노빌 방사능비와 방사능유제품에 실컷 드러나서 호되게 앓는 한두 해를 보냈는데, 나도 언니도 마을아이 모두도 그때 그렇게 시달린 끝에서 내 몸이 하루아침에 바뀐 줄 느꼈다. 조금이라도 두껍게 입으면 얼굴이 벌겋게 달면서 온통 땀으로 젖었다. 한겨울에 땀으로 흥건한 옷을 자꾸 지켜보던 어머니는 두손들었다. 겉옷을 모두 치웠고, 얇게 입고서 지냈다.


  스무 살에 강원 양구 멧골짝에 깃들었다. 그곳 싸움터(군대)는 으레 -30℃에서 -40℃을 오르내렸고 칼바람이 무시무시했다. 불지기(야간경계근무)를 설 적에 -47℃까지 보았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얇게 살았다. 완전군장 훈련을 하는 겨울이면 미리 겉옷을 벗어서 등짐에 맸다. 난 싸움터에서 깔깔이를 아예 안 입었다. 그냥 동생(후임병)한테 줬다. 한겨울에는 눈썹에 성에나 고드름이 생기되 등판은 땀이 줄줄 흐르니 땅개(육군보병)는 다들 언앓이(동상)로 끙끙거렸다.


  추위를 타면 좀더 갖춰입을 수 있다. 그리고 ‘추위’하고 ‘겨울’이란 무엇일는지 곰곰이 돌아볼 수 있다. 어는 날씨란 무엇일까. 우리는 우리 몸에 찬바람을 한 줄기조차 안 받아들여야 즐거울까? 여름에 땡볕을 안 쬐어야 좋을까? 겨울에 찬바람을 안 먹기에 자꾸 아프고 앓는다고 살갗으로 느낀다. 여름에 뙤약볕과 불볕을 안 먹으니 자꾸 약에 기대며 죽어간다고 온몸으로 느낀다.


  해바람비를 머금어야 늘 싱그럽다. 여름은 여름볕과 여름바람으로 몸마음을 살린다. 겨울은 겨울눈과 겨울바람으로 마음몸을 일으킨다. 오늘날 숱한 아이어른은 철을 잊고 잃고 등지느라 나란히 앓으며 일찌감치 늙어간다고 느낀다. 해마다 봄은 봄을 먹고 여름은 여름을 먹고 가을은 가을을 먹고 겨울은 겨울을 먹기에, 사람빛을 밝히며 곱게 깨어나서 이 삶을 노래한다고 느낀다.


  해를 안 먹으니 처진다(우울증). 바람을 안 먹으니 싫어하고(불평) 좋아하는(팬덤) 굴레에 갇힌다. 비를 안 먹으니 늙는다(노화). 집을 풀꽃나무로 우거진 숲으로 짓지 않으니 생각을 안 한다(기계화+노예). 새를 곁에 품지 않으니 노래하지 않으면서 시샘(질투)에 갇힌다. 별없는 서울에서 안 떠나니 불질(분노)을 노상 퍼뜨린다.


  나한테 겉옷은 등짐이다. 내가 짊어지며 나르는 등짐으로 여름이 시원하고 겨울이 포근하다. 등짐에 담은 책을 읽는다. 살림짓는 하루를 곱씹으며 들숲메바다를 읽는다. 이미 읽은 책이 멧숲만큼 그득한데, 다시 새로 책을 장만하는 길을 나선다. 한겨울에 가벼운 차림새로 사뿐사뿐 걷는다. 2026.1.23.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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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시 일상시화 4
유희경 지음 / 아침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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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6.1.24.

사진책시렁 183


《사진과 시》

 유희경

 아침달

 2024.8.1.



  우리집 두 아이를 늘 데리고서 두바퀴(자전거)에 태워서 고흥 모든 곳을 다녔고, 이동안 신나게 찰칵찰칵 찍었습니다. 이렇게 찍은 그림 가운데 얼마쯤 종이에 뽑아서 보임마당을 이럭저럭 꾸리기도 했습니다. 이 그림을 본 분들은 “이 아름다운 들숲바다가 어디예요?” 하고 묻곤 하는데, “딴 데가 아니고, 제가 사는 전남 고흥입니다.” 하면 하나같이 “외국이 우리나라, 아니 고흥이라고요?” 하며 놀랍니다. 누구보다 고흥사람이 가장 놀랍니다. 어느 날에는 저한테 “사진 참 잘 찍으시네요.” 하고 말씀한 분이 있는데, 옆에서 듣던 큰아이가 “아니, 사진을 찍는 사람이 사진을 잘 찍어야지요? 너무 뻔한 얘기 아녜요?” 하고 되묻습니다. 그런데 저는 “사진을 잘 찍지 않고, 글을 잘 쓰지 않고, 일을 잘 하지 않고, 말을 잘 하지 않”습니다. 저는 제가 담을 빛을 찍고, 제가 옮길 빛을 쓰고, 제가 나눌 빛을 말로 싣고, 제가 지으려는 일을 늘 그저 할 뿐입니다.


  《사진과 시》는 노래(시)를 쓰고 노래책집(시집전문서점)을 꾸리는 분이 빛꽃하고 얽혀 겪거나 돌아본 나날을 글로 갈무리한 꾸러미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이 별에서 살아가고, 이 별에서 말글을 나누고, 이 별에서 삶을 노래하고, 이 별에서 이따금 찰칵찰칵 찍습니다. 모든 일은 다 다릅니다. 높거나 낮지 않습니다. 훌륭하거나 모자라지 않아요. 다만 하나는 늘 있어요. 잘 하려고 하거나 잘 보이려고 하거나 잘 팔려고 하거나 잘 쓰려고 할 적에는 언제나 겉치레로 기울어요. “그저 삶으로”가 아닌 “잘 쓴 글”이나 “잘 찍은 빛꽃”으로 한 발짝이라도 담그려고 하면 몽땅 일그러집니다.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노래책(시집)을 보면, 책끝에 붙는 빗글(비평)이 어느 나라 말이나 글인지 종잡을 길이 없습니다. 일본옮김말씨가 범벅인 채 잔뜩 꾸미고 추켜세우는 높임잔치(주례사비평)예요. 그런데 우리나라 ‘사진비평·사진에세이’도 하나같이 일본옮김말씨에 높임잔치입니다. 그저 빛을 말하면 되고, 그저 빛을 그리면 되고, 그저 빛을 빚으면서 비우고서 비다듬으면 됩니다. 꾸미거나 시늉할 까닭이 없습니다. ‘꾸미기’가 아닌 ‘꾸리기·가꾸기·일구기’를 할 노릇입니다. 문학창작과 문학평론뿐 아니라 사진창작과 사진평론도 “일곱 살 아이를 곁에 두면서 들려주는 말로 고스란히 옮기는 과 그림”으로 가다듬을 수 있을 적에 비로소 빛납니다. 껍데기를 벗고서, 겉치레를 치울 때에, 글을 쓰고 말을 하고 노래를 하고 빛을 담고 이야기를 편다고 할 만합니다.


+


내게 못되고 이기적인 구석이 있다면 이 역시 그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29쪽)


그가 미웠다. 그처럼 살기 싫었다. 그를 닮은 내가 싫었다. 아직도 나는 내 안의 그와 반복하여 반목하고 화해한다. 멀리서 유전되어온 역상이다. (30쪽)


《사진과 시》(유희경, 아침달, 2024)


이제부터의 나의 글은 사진의 원리나 속성에 대한 고찰이 될 수 없다

→ 이제부터 이 글은 빛꽃이 어떤 길이나 속인지 다룰 수 없다

→ 이제 내가 쓰는 글은 빛꽃이 어떤 길이나 속인지 살필 수 없다

5쪽


사진과 시라는 매체를 수용하고 수행함으로써 발생해온 나 자신에 대한 중얼거림

→ 빛꽃과 노래라는 노둣길을 맡고 따르는 동안 중얼거린 말

→ 빛그림과 글이라는 길을 받아들이고 펴면서 혼자 읊은 말

5쪽


사진은 보여줄 뿐이며 보여준 뒤 굳게 침묵을 지킨다

→ 빛꽃은 보여줄 뿐이며 보여준 뒤 굳게 입을 다문다

→ 빛그림은 보여줄 뿐이며 보여준 뒤 굳게 말이 없다

5쪽


쓸 때의 태도도 원고의 내용도 사담이 아닐 수 없었다

→ 쓰는 매무새도 줄거리도 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 쓰는 길도 이야기도 삶글이 아닐 수 없다

→ 쓰는 결도 글자락도 수다가 아닐 수 없다

6쪽


시리즈가 아니었다면 기어코 관철시켰을 것이다

→ 꾸러미가 아니라면 끝내 밀었다

→ 모둠이 아니라면 끝까지 밀어넣었다

6쪽


각기 다른 곳에 기착하여 쌓여가고 있다

→ 다 다른 곳에 들르며 쌓여간다

→ 모두 다른 곳을 거쳐 쌓여간다

→ 서로 다른 곳에 서서 쌓여간다

18쪽


두 개의 렌즈를 가지고 있다

→ 눈이 둘이다

→ 눈이 둘 달린다

→ 두 눈이 있다

22쪽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시각적 혼란을 겪게 된다

→ 처음 보는 사람은 눈이 어지럽다

→ 처음 보면 어지럽게 마련이다

29쪽


내게 못되고 이기적인 구석이 있다면 이 역시 그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 내가 못되고 나만 안다면 이 또한 그한테서 물려받았다

→ 내가 못되고 고약하다면 이 또한 그가 물려주었다

29쪽


상황도 장소도 언어화되어 사진을 둘러싼다

→ 때도 자리도 말이 되어 빛꽃을 둘러싼다

→ 바람도 곳도 말로 바뀌어 그림을 둘러싼다

33쪽


가을 초입. 나의 아버지 유성근 씨는 자신의 아내이자 나의 어머니

→ 가을 어귀. 우리 아버지 유성근 씨는 곁님이자 우리 어머니

→ 가을 무렵. 아버지 유성근 씨는 짝꿍이자 어머니

48쪽


그 사실에는 부재와 상실도 없고 초라함이나 군색함 따위도 없었다

→ 이렇더라도 없거나 망가지지 않고 초라하거나 가난하지도 않다

→ 이 일로 사라지거나 잃지 않고 초라하거나 추레하지도 않다

→ 이와 같아도 비거나 앗기지 않고 초라하거나 못나지도 않다

56쪽


셔터의 소리는 두 개의 음절을 갖는다

→ 여닫개는 두 가지 소리를 낸다

→ 누름쇠는 두 마디로 소리난다

→ 찰칵은 두 마디이다

98쪽


실명한 것을 계기로 회사를 그만두었다

→ 눈멀고 나서 일터를 그만두었다

→ 눈잃고 나서 일터를 그만두었다

113쪽


시에 있어서는 빈 종이를 앞에 둔 시간이다. 빈 종이는 추상적인 무언가가 아닌 진실로 비어 있는 종이

→ 노래로는 빈종이를 앞에 둔 때이다. 빈종이는 그냥그냥 무엇이 아닌 참으로 빈종이

→ 글로는 빈종이를 바라보는 오늘이다. 빈종이는 붕뜨지 않고서 그야말로 빈종이

134쪽


빈 종이 위에 적혀 있는, 실로 있음에 대해 괴로워한다

→ 빈종이에 적혀서 여기에 있으니 괴롭다

→ 종이에 적히고 이곳에 있으니 괴롭다

135쪽


텍스트는 읽기를 통해 존재하게 된다

→ 글은 읽어야 산다

→ 읽을 적에 글이 있다

→ 읽기에 글이 흐른다

→ 글은 읽을 적에 피어난다

→ 글은 읽을 적에 깨어난다

→ 글은 읽을 적에 일어난다

148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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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6.1.18.


《동물주의 선언》

 코린 펠뤼숑 글/배지선 옮김, 책공장더불어, 2019.8.23.



마을 할매 한 분이 엊그제 돌아가셨다. 읍내에서 주검길을 치르고서 마을로 옮겨 아침에 모신다. 여러모로 곱게 살림빛을 지으신 분인데, 막바지에 까망꽃(치매)으로 힘겨우셨다. 부디 차분히 몸을 떠나시기를 빌며 새벽에 노래 한 자락을 쓴다. 곁님을 보낸 할배한테 노래를 건네고서 집으로 돌아온다. 《동물주의 선언》을 돌아본다. 짐승길(동물권)을 외치는 분들은 늘 가두리(밀집사육)를 나무란다. 그런데 오늘날 웬만한 논밭과 과일밭도 가두리이다. 더구나 몇몇 나라와 몇몇 시골을 빼고서 하나같이 풀죽임물을 끔찍하게 뿌린다. ‘닭가두리·소가두리·돼지가두리’에 쥐한테 갖은 꽃물(약)과 미리맞기(백신)를 집어넣는 막짓도 멈출 노릇이요, ‘가두리논·가두리밭(공장식 농업)’도 끝내야 한다. 가만 보면, 배움터(학교)도 가두리인 셈이다. 북새통(지옥철)도 가두리요, 서울과 큰고장도 가두리라 할 만하다. 느긋이 어울리면서 느슨히 아우르는 길이 자꾸 사라지면서 서울로 쏠린다. 시골은 아주 사라질 판인데, 서울사람은 걱정조차 않는다. 시골사람이 논밭에서 하나도 못 거두더라도 ‘스마트팜’으로 다 될 듯 여기거나 아무 생각이 없다고까지 할 만하다. 배밭·능금밭·무화과밭·포도밭을 보면 ‘나무’가 얼마나 시달리며 죽어가며 앓는지 훤히 보이지만 못 알아보는 분이 끔찍이 많다. 짜리몽땅하게 줄기와 가지를 쳐서 쇠줄로 친친 감긴 나무를 보고 어찌 안 불쌍할 수 있는가?


#CorinePelluchon #Manifeste Animaliste (2017년)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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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21세기 1위 기록 수립! 린단-모모타 넘었다…왕즈이 꺾고 국제대회 6연속 제패→21세기 연속 타이틀 획득 1위 등극

https://m.sports.naver.com/general/article/311/0001965090


[단독] 병가만 19일에 근무태만으로 5일 늦게 제대한 이혜훈 子

https://n.news.naver.com/article/053/0000055133


"한달 전 앓았는데" 걸렸어도 또 걸린다…때이른 B형독감 비상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5/0003497355?type=journali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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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란, AK-47 난사해 무차별 학살…'2만명 사망설' 과장 아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ranking/article/025/0003497362?ntype=RANKING


평생 쿠바에 살면서 한번도 전철을 못타보시다가 딸과 함께 생애 첫 전철을 타려니 잔뜩 겁이나신 장인어른

https://www.youtube.com/watch?v=wO_6SehGp9g


임성근, 과거 음주운전 3회 적발 고백 "숨기고 싶지않아…사과하는 게 맞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21/0008720541?sid=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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