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이해득실



 이해득실을 따지다 → 돈을 따지다 / 벌이를 따지다

 이해득실에 너무 연연한다 → 길미에 너무 매달린다 / 셈평에 너무 매인다


이해득실(利害得失) : 이로움과 해로움과 얻음과 잃음을 아울러 이르는 말



  얻거나 잃을 적에는 “얻거나 잃다·잃거나 얻다”라 하면 됩니다. ‘길고짧다·크고작다·잘잘못’이라 할 수 있어요. “나쁘거나 좋다·나쁘고 좋다·나쁘거나 낫다·나쁘고 낫다”라 하면 되지요. “낫거나 나쁘다·낫고 나쁘다·낫거나 궂다·낫고 궂다”나 “좋거나 나쁘다·좋고 나쁘다”라 하면 되어요. ‘세다·셈·셈하다’나 ‘셈값·셈꽃·셈빛·셈속·셈평’으로 나타낼 만합니다. ‘벌이·벌잇감·벌잇거리’나 ‘돈·돈값·돈길·돈흐름·돈셈·돈어림’으로 나타냅니다. ‘앞뒤’나 ‘어떻게·어찌·얼마나’로 나타낼 자리도 있어요. ㅍㄹㄴ



예술에 정진하는 자에게 이해득실을 따지는 마음이 있는 한, 참된 예술을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 멋을 갈고닦을 사람이 벌이를 따진다면, 참멋을 펼 수 없기 때문에

→ 아름길을 가다듬을 이가 돈을 따진다면, 참꽃을 피울 수 없으니

《청빈의 사상》(나카노 고지/서석연 옮김, 자유문화사, 1993) 105쪽


저는 이해득실을 계산하는 정치적 해결을 싫어합니다

→ 저는 돈셈을 따지는 풀잇길을 싫어합니다

→ 저는 좋고 나쁨을 셈하며 푸는 길을 싫어합니다

《조선일보 공화국》(강준만, 인물과사상사, 1999) 146쪽


온몸에 체화된 습관이요 신앙이다. 진영 논리라고도 부르는 이분법은 자신이 속한 진영의 이해득실 차원에서 세상을 보고 판단한다

→ 온몸에 길든 믿음이다. 무리짓기라고도 하는 갈라치기는 저희 쪽 길미로만 온누리를 보고 따진다

→ 온몸에 들러붙은 믿음이다. 숨은담이라고도 하는 금긋기는 저희가 좋으냐 나쁘냐로만 보고 잰다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강준만, 인물과사상사, 2020) 1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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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고난 苦難


 고난에 빠지다 → 불굿에 빠지다 / 고달프다 / 힘겹다

 고난을 겪다 → 괴롭다 / 뼈빠지다 / 시달리다

 고난을 이겨 내다 → 고비를 이겨내다 / 가싯길을 이겨내다

 고난 속에 인생의 기쁨이 있다 → 고단해서 사는 기쁨이 있다


  ‘고난(苦難)’은 “괴로움과 어려움을 아울러 이르는 말 ≒ 고초·난고”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고단하다·고달프다·괴롭다·버겁다·벅차다’나 ‘까다롭다·어렵다·만만찮다·언걸·힘겹다·힘들다’로 손봅니다. ‘빠듯하다·뼈빠지다·수월찮다·쉽잖다·팍팍하다·퍽퍽하다’나 ‘불가마·불솥·불구덩이·불구덩·불굿·불가싯길’이나 ‘불마당·불밭·불수렁·불속·불판’으로 손봐요. ‘수렁·구렁·진구렁’이나 ‘가시밭·가시밭길·가싯길·자갈길·주검길’이나 ‘가시울·가시울타리·가시담·가시담벼락·가시덤불’로 손볼 수 있어요. ‘쇠가시그물·쇠가시울·쇠가시울타리·쇠가시덤불·쇠가시담·쇠가시담벼락’이나 ‘가위 눌리다·머리 싸매다·시달리다·시리다’로 손보고, ‘고비·고빗사위·죽을고비·죽는 줄 알다·죽을맛·죽음길·죽음턱’으로 손보아도 어울립니다. ‘견디다·버티다·내버티다·피땀’이나 ‘짓뭉개다·짓밟다·짓이기다·짓찧다’로 손보고, ‘아프다·앓다·아픔꽃·애먹다·째다·찢다’로 손보지요. ‘눈바람·눈보라·된바람·된서리·된추위’나 ‘바람서리·바람비·비바람·한바람·흔들바람·흔들물결’로 손보고요. ‘마다·모질다·빻다·찧다·아슬아슬·아찔하다’나 ‘매운맛·매콤하다·맵다·맵차다·맵바람’으로 손보면 되어요. ‘번개·벼락·벼락치다·우레·천둥’이나 ‘큰물결·큰벼랑·큰수렁·큰바람’으로도 손봅니다. ㅍㄹㄴ



오랜 영어(囹圄)의 고난으로부터 시인을 구해내려는

→ 오래 갇히며 고달픈 노래님을 살려내려는

→ 오랜 사슬살이로 괴로운 노래님을 도우려는

《김지하 시전집 1》(김지하, 솔, 1993) 28쪽


그 어떤 형태의 고난, 억압, 모욕, 치욕까지도 받아들이고 감내할 수 있을 때

→ 그 어떤 가시밭길, 억누름, 깔봄, 창피까지도 받아들이고 견딜 수 있을 때

→ 그 어떤 가싯길, 짓누름, 얕봄, 놀림까지도 받아들이고 이길 수 있을 때

《공선옥의 마흔 살 고백》(공선옥, 생활성서사, 2009) 81쪽


해안 지방에 사는 모든 개들에게 고난의 조짐이 보이고 있었다

→ 바닷가에 사는 모든 개한테 가시밭길이 닥치려 한다

→ 바닷마을에 사는 모든 개는 곧 가싯길을 맞을 듯하다

→ 바닷마을 모든 개는 이윽고 바람서리를 맞을 듯하다

《야성의 부름》(잭 런던/햇살과나무꾼 옮김, 시공주니어, 2015) 9쪽


상당한 고난의 길이 예상되지만

→ 무척 고된 길일 듯하지만

→ 매우 고달픈 길이 될 듯하지만

→ 아주 어려운 길이 되리라 보지만

→ 참말 가시밭길이 될 테지만

《코우다이 가 사람들 3》(모리모토 코즈에코/양여명 옮김, 삼양출판사, 2016) 48쪽


감당하기 힘든 고난이 찾아왔을 때

→ 이기기 힘들 만큼 괴로울 때

→ 견디기 힘든 고비가 찾아올 때

→ 추스르기 힘든 가시밭길일 때

《늙은 개가 짖으면 내다봐야 한다》(한희철, 꽃자리, 2016) 192쪽


오늘부터 고난의 연속이구나

→ 오늘부터 잇달아 괴롭구나

→ 오늘부터 내내 고달프구나

→ 오늘부터 죽 힘들구나

→ 오늘부터 쭉 가싯길이구나

→ 오늘부터 내처 힘겹구나

《책벌레의 하극상 1부 2》(카즈키 미야·스즈카·시이나 유우/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8) 19쪽


이 기근을 고난의 행군이라고 부른다

→ 이 굶주림을 고단길이라고 한다

→ 이 배고픔을 힘든길이라고 이른다

《팔과 다리의 가격》(장강명, 아시아, 2018) 7쪽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고 사심을 가지고 사리사욕을 채운 것이 없다면 당당하게 고난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스스로 부끄럽지 않고 멋대로 밥그릇을 채우지 않았다면 꿋꿋하게 가시밭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 스스로 부끄럽지 않고 함부로 돈에 눈멀지 않았다면 의젓하게 가시밭길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유영하 엮음, 가로세로연구소, 2021) 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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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백지장 白紙張


 그 위에 백지장을 길게 깔아 → 그곳에 흰종이를 길게 깔아

 백지장이 너울너울 → 종이쪽이 너울너울

 얼굴은 백지장 같은데 → 얼굴은 하얀데 / 얼굴은 파리한데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 종이도 맞들면 낫다


  ‘백지장(白紙張)’은 “1. 하얀 종이의 낱장 2. 핏기가 없이 창백한 얼굴빛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종잇장”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흰종이·하얀종이’나 ‘빈종이’나 ‘종이·종이쪽·종잇조각’으로 고쳐씁니다. ‘파리하다·해쓱하다·하얗다·하양·허옇다’나 ‘거품·물거품’으로 고쳐쓸 만하고, ‘캄캄하다·깜깜하다·껌껌하다·어둡다’나 ‘낯설다·설다·눈이 어둡다’로도 고쳐씁니다. ‘맨끝·맨뒤·맨밑·밑바닥·밑자리·밑칸’이나 ‘모르다·바닥·처음’로 고쳐쓸 수 있고, ‘없다·없애다·비다·비우다·민-’으로 고쳐써도 어울려요. ㅍㄹㄴ



할머니가 백지장 같은 자신의 뺨을 문질렀다

→ 할머니가 허연 제 뺨을 문지른다

→ 할머니가 해쓱한 제 뺨을 문지른다

《별 옆에 별》(시나 윌킨슨/곽명단 옮김, 돌베개, 2018) 35쪽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 종이쪽도 맞들면 낫다?

→ 종이도 맞들면 낫다?

《페미니스트도 결혼하나요?》(부너미, 민들레, 2019)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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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소망


 누구의 소망도 아니었어 →  누구도 바라지 않았어

 나의 작은 소망은 → 내 작은 꿈은 / 나는 작게 비는데

 할머니의 소망을 실현했다 → 할머니 꿈을 이뤘다


  ‘소망(所望)’은 “어떤 일을 바람. 또는 그 바라는 것 ≒ 의망(意望)”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의 + 소망’ 얼거리라면, ‘-의’부터 털고서 ‘뜻·꿈·부푼꿈’이나 ‘마음·마음꽃·마음태우다’로 손질할 수 있어요. ‘빌다·비나리·비손’이나 ‘목마르다·목타다·속타다·애타다’로 손질하고요. ‘납작·넙죽·얻고 싶다·엎드리다·절·작은절’이나 ‘말하다·말·노리다·품다’로 손질할 만하고, ‘별·별빛·생각·싶다’나 ‘큰꿈·큰뜻·큰절’이나 ‘파란꿈·파랗다·푸른꿈·푸르다’로 손질해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수많은 사람들의 소망을 품은 그림들

→ 숱한 사람들 꿈을 품은 그림들

→ 숱한 사람들 뜻을 품은 그림들

→ 숱한 사람들 바람을 품은 그림들

《소원을 말해 봐》(김소연·이승원, 비룡소, 2014) 33쪽


우리의 소망, 꿈, 직업, 가정생활

→ 우리 바람, 꿈, 일, 집살림

→ 우리 뜻, 꿈, 일, 집살림

《진정성이라는 거짓말》(앤드류 포터/노시내 옮김, 마티, 2016) 18쪽


비현실적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국민의 소망을 반영한 것도 사실이야

→ 터무니없다고 나무라기도 했지만 사람들 바람을 담기도 했어

→ 말이 안 된다고 나무라기도 했지만 사람들 뜻을 담기도 했어

→ 이룰 수 없다고 나무라기도 했지만 사람들 꿈을 담기도 했어

《10대와 통하는 선거로 읽는 한국 현대사》(이임하, 철수와영희, 2017) 197쪽


만든 이의 소망을 지키려는 듯

→ 만든 이 꿈을 지키려는 듯

→ 만든 이 바람을 지키려는 듯

→ 만든 이 비손을 지키려는 듯

《별빛학개론》(윤종환, 리토피아, 2017) 130쪽


하지만 이건 나의 소망일 뿐이야

→ 그렇지만 내 꿈일 뿐이야

→ 그러나 나만 이렇게 바라

《미래 세대를 위한 동물권 이야기》(이유미, 철수와영희, 2024) 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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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도 결혼하나요? - 결혼한 여자들의 페미니즘
엄마페미니즘탐구모임 부너미 지음 / 민들레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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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6.10.

인문책시렁 418


《페미니스트도 결혼하나요?》

 부너미

 민들레

 2019.2.28.



  ‘마누라’가 높임말이라 하더라도, 이 낱말을 쓰는 사람이 ‘사람답지 않은 마음’이라면, ‘마누라·마님’ 모두 낮춤말인 듯 깎아내리려는 자리에 함부로 씁니다. ‘계집·가시내’는 낮춤말이 아닌 높임말이라고 할 만한 말밑이요 말뿌리이지만, 정작 숱한 사내는 ‘계집·가시내’를 “한짝(함께 살아갈 짝)을 깎아내리거나 얕보거나 놀리려는 마음을 듬뿍 얹어서 마구마구 내뱉”기 일쑤였습니다. 워낙 높임말이라 할 말밑이요 말뿌리였어도, 우리 스스로 어떤 마음으로 낱말 하나를 마주하느냐에 따라서, 낱말 하나는 엉겁결에 낮춤말 자리로 곤두박을 칩니다.


  ‘사내’를 가리키는 ‘머스마’는 ‘머슴’하고 같습니다. ‘머슴’이라 하면 낮은자리인 사람을 나타낸다고 여기지만, 정작 ‘머슴·머스마’가 같은말인 줄 알아채지 못 하는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사내는 ‘머슴·머스마’라는 낱말을 능구렁이처럼 아무렇지 않게 쓰면서 ‘마누라·마님·마나님’과 ‘계집·가시내’라는 낱말은 아무렇게나 밟거나 깔본 나날을 꽤 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얄궂고 멍청한 나라입니다.


  《페미니스트도 결혼하나요?》는 ‘아줌마’로 살아가는 목소리를 들려줍니다. 그저 마땅한 일인데, ‘들빛(페미니즘)’을 밝히는 사람이 짝을 안 맺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사랑(페미니즘)’을 외치는 사람이기에 꼭 짝을 맺어야 하지도 않습니다. ‘무지개(페미니즘)’을 바라건 안 바라건, 짝을 맺고 싶으니 짝을 맺어요. ‘너나우리(페미니즘)’를 바라건 안 바라건, 짝을 안 맺고 싶으니 짝을 안 맺습니다.


  가시내가 다 똑같을 수 없고, 사내가 다 마찬가지일 수 없습니다. 한 걸음씩 떼는 사람이랑, 한 걸음조차 안 떼는 사람은 달라요. 겉몸이 순이라서 다르거나 돌이라서 다르지 않아요. 스스로 살아가고 살림하는 매무새에 따라 다릅니다. 전라도에 살거나 경상도에 살기에 다를까요? 터에 따라 다르기도 하지만, 터는 핑계나 겉모습입니다. 어느 곳에 살든 ‘스스로 짓는 마음’에 따라서 삶과 살림이 다릅니다. 전라도에 살아도 꼰대이면서 닫힌 사람이 수두룩하고, 경상도에 살아도 밝고 열린 사람이 숱합니다.


  짝을 맺고 살아가려고 한다면, 짝을 어떻게 만나서 어떻게 살림을 짓는 보금자리를 이루려 할 적에 서로 아름답게 사랑이면서 서로 한꽃같이 사랑을 나눌는지 생각하고 얘기하고 나누면서 길을 새롭게 열 노릇입니다. 짝을 안 맺고 살아가려고 한다면, 나로서는 짝을 안 맺을 마음이되, 스스로 이 터전에서 어느 자리에 서서 어느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웃·동무하고 어떻게 어울리는 살림과 사랑을 지으려 하는지 생각하고 얘기하고 나누면서 길을 새롭게 틔울 노릇입니다.


  짝맺기를 하기에 아기를 낳아서 돌봅니다만, 모든 사람이 아기를 낳을 수 있는 몸이지 않습니다. 짝맺기를 해서 아기를 낳더라도, 누구는 하나를 가까스로 낳고, 누구는 서넛이나 대여섯이나 열쯤 낳을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아기를 똑같이 낳아야 할 까닭이 없을 뿐 아니라, 짝을 맺고도 아기를 안 낳으면서 보금자리를 일굴 수 있습니다.


  아름길(페미니즘)은 그저 아름빛을 심고 가꾸는 길입니다. 온길(페미니즘)은 내가 나부터 사랑하면서 너를 너로서 나와 마찬가지인 하늘빛으로 헤아리면서 오롯이 살리는 온숲하나요, 온숲노래입니다. 참길(페미니즘)은 나부터 스스로 착하고 참하게 삶을 일구면서, 나너없이 너나하나라는 꽃길을 아름답게 하나로 이루는 나날입니다. 한사랑(페미니즘)은 바로서기이기도 하되, 들빛으로 하나를 이루는 한꽃사랑이라고도 여길 만합니다. 우리는 굳이 ‘페미니즘’이라는 낱말에 얽매일 까닭이 없습니다. 나답고, 너답고, 서로 하나이자 다 다른 하늘빛인 숨결과 넋인 줄 알아볼 노릇입니다.


  아기를 낳아서 딸아들 모두 푸른넋(페미니즘)을 품을 줄 알 적에 어깨동무(페미니즘)를 이룹니다. 온삶빛(페미니즘)을 바라보고 배우는 하루이기에 한꽃같이(페미니즘) 숲하나를 이룰 뿐 아니라, 빛길(페미니즘)을 여는 수수꽃(페미니즘)에 이르게 마련입니다. 낱말을 굴레처럼 붙잡지 않을 적에 스스로 싹틔웁니다. 낱말 하나는 낟알 하나와 같아요. 낱말도 말씨(말씨앗)입니다. 언제나 새롭게 스스로 바라보고 받아들이고 바다처럼 품으려는 눈길이기에 수수한꽃(페미니즘)을 피우고서 씨앗을 맺어서 아이한테 물려줍니다.


  꽃살림(페미니즘)을 바라보기에 너는 꽃순이요 나는 꽃돌이로서 함께 꽃사람으로 섭니다. 꽃이란, 스스로 곱게 피어날 줄 아는 빛이라는 뜻이면서, 스스럼없이 시들어서 씨앗을 맺고 열매로 무르익어서 뒷사람한테 자리를 내준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가시내도 꽃이고 사내도 꽃입니다. 그래서 암꽃과 수꽃인걸요. 암꽃과 수꽃이 나란하기에 온누리가 푸른별을 이루고, 암나무와 수나무가 어울리기에 이곳이 파란별로 반짝반짝 즐겁습니다.


  《페미니스트도 결혼하나요?》는 여러 사람 여러 목소리를 다룹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이니, 다 다르게 손을 잡습니다. 똑같이 손을 잡아야 하지 않습니다. 책이름을 “페미니스트는 어떻게 결혼하나요?”라든지 “페미니스트가 결혼을 하면?”쯤으로 붙이면 훨씬 나았으리라 봅니다. ‘페미니스트’라는 길이 ‘끝장’을 바라지 않는다면, 짝을 맺을 적에 어떻게 아름살림을 바라보느냐 하고 풀어내면 될 노릇입니다.


  목소리만 내기보다는, 말소리를 서로 주고받을 적에 어느 집에서나 아름살이(페미니즘)를 이룹니다. 이제껏 멍청한 사내가 머저리 같은 웃사내질(가부장권력)을 해왔기에, 이제부터 가시내가 웃가시내질을 해야 할 까닭이 없어요. 위아래 없이 어깨를 겯는 길일 때에 비로소 온숲넋(페미니즘)입니다. 잘잘못을 가리고 따지면서도, 오늘부터 함께 살림을 짓는 참눈을 틔우려고 하기에 풀꽃하나(페미니즘)입니다.



‘마누라’가 배우자를 향한 존칭이라면 이런 식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70쪽)


나는 “한국 남자는 다 똑같아. 비혼, 비출산이 답이야”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남자라고 다 똑같지 않다. 차려주는 밥만 먹는 남자와 요리하는 남자는 다르고, 돈 버는 유세를 떠는 남자와 돌봄의 가치를 인정하는 남자는 많이 다르다. (87쪽)


드라마 속 여자는 책을 읽지 않는다 … 과연 책은 누가 더 많이 읽을까? (97쪽)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아빠가 혼자 육아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생가해 보면, 나 또한 서툴다는 이유로 남편의 육아 기회를 빼앗은 적이 있다. 나도 처음부터 육아를 잘했던 것은 아니라고 분노하면서도, 남편이 육아에 숙련될 시간을 기다리지 못한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독박이 더욱 견고해질 뿐이다. 놀랍게도 우리 아이를 가장 잘 돌보는 사람은 친정 아빠다. 어찌나 잘 놀아주는지 아이가 할아버지만 오면 온종일 생글생글 웃는다. (123쪽)


어떤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의 선택권을 넓히고 남성의 선택권을 줄여야 평등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남자아이들에게 젠더 경계를 넘나드는 더 넓은 선택지를 보여준다면, 여자아이들의 선택지도 자연스레 넓어질 것이다. (134쪽)


여자에게만 성적 자기결정권이 있다고 생각한 나에게 문제가 있었다. 남자아이에게만 상대방의 의사를 확인하고 행동하라고 가르치면 충분할까? 남자아이도 자신에게 성적 자기결정권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135쪽)


남편이 밤늦도록 회사 일에 집중할 수 있었던 건 ‘애 아빠’임에도 불구하고 육아로부터 자유로웠기 때문이고, 그건 내가 집에서 그의 몫까지 아이를 돌봤기 때문이라고 정신승리를 해왔지만 ‘돈 버는 유세’를 이겨낼 재간이 없었다. (155쪽)


나는 엄마가 싸준 도시락으로 동료들과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점심을 먹었다. 그때 나는 고마워했던가. 도시락을 싸는 게 내 일이라 생각하고 노력이라도 해봤던가. 그때의 나는, 우리 엄마의 수고와 고마움도 모르고 밥을 받아먹는 지금 내 남편과 다르지 않았다. (223쪽)


+


《페미니스트도 결혼하나요?》(부너미, 민들레, 2019)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 종이쪽도 맞들면 낫다?

→ 종이도 맞들면 낫다?

22쪽


노선이라고 해서 무슨 거창한 각오나 실천이 수반되는 건 아니었다

→ 길이라고 해서 무슨 대단한 다짐으로 뭘 해야 하지는 않는다

→ 갈피라고 해서 무슨 놀라운 뜻으로 뭘 펼쳐야 하지는 않는다

33


알림이 울린다. 조조할인을 받고

→ 울린다. 새벽에누리를 받고

→ 알려온다. 새벽마련을 하고

36


당연히 돕기 마련이다

→ 마땅히 돕는다

→ 으레 돕게 마련이다

63


언어는 사고를 지배한다고

→ 말은 생각을 다스린다고

→ 말에 따라 생각한다고

→ 말로 생각을 한다고

70


무언가가 변하면 그것을 따라 변화하는 것들이 있다

→ 무엇이 바뀌면 이에 따라 바뀌곤 한다

→ 하나가 바뀌면 덩달아 바뀌기도 한다

101


누군가 엄마기라는 말을 꺼냈다

→ 누가 엄마날이라는 말을 한다

→ 누가 엄마철이라고 말한다

121


내가 경력단절여성이었어?

→ 내가 일멎이였어?

→ 내가 쉬는순이였어?

→ 내가 일끊긴 사람이었어?

146


그건 내가 집에서 그의 몫까지 아이를 돌봤기 때문이라고 정신승리를 해왔지만

→ 내가 집에서 그이 몫까지 아이를 돌봤기 때문이라고 내세워 왔지만

→ 내가 집에서 그이 몫까지 아이를 돌봤기 때문이라고 둘러대 왔지만

155


이틀 머물고 난 후에 시가로 향했다

→ 이틀 머물고서 버시집으로 갔다

→ 이틀 머문 뒤에 벗집으로 갔다

199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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