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예스24 좀먹이 (2025.6.13.)

― 부산 〈대영서점〉



  나라에서 날씨를 알리면서 벌써 장마라고 하는 듯싶습니다. 그러나 날씨알림을 왜 들어야 할까요? 예부터 날씨는 사람들 누구나 스스로 느끼고 짚고 헤아릴 뿐 아니라, 들숲메바다를 살펴서 어떤 바람결로 흘러야 하는지 생각했습니다. 아직 장마이기는 멉니다. 첫여름에는 해가 넉넉히 비추고서 한여름으로 접어들 즈음에 장마가 덮을 적에 비로소 들숲마을이 푸르게 피어날 만합니다.


  날씨알림을 듣기에 안 나쁩니다만, 날씨알림에 기대면 스스로 좀먹습니다. 밭에 씨앗 한 톨을 심으면서 남(전문가)이 알려주는 틀대로 할 수 없어요. 손바닥에 씨앗을 얹고서 땅을 바라보는 누구나 스스로 씨앗하고 땅하테 속삭일 일입니다. “자, 이제부터 즐겁게 자라렴.”에 “자, 이제부터 씨앗을 돌봐주렴.” 같은 말을 들려주면서 흙살림을 짓게 마련입니다.


  새뜸(언론)에서 널리 알리는 책을 사읽어도 안 나쁘되, 누구나 스스로 책집마실을 하면서 책집시렁을 찬찬히 짚을 적에 눈길을 틔웁니다. 낯선 책부터 낯익은 책까지 죽 훑다가, 이제부터 우리 마음을 새롭게 북돋우고 살찌울 이야기가 감도는 꾸러미를 손에 쥐면 되어요. 남(사회·대중)이 널리 읽기에 나까지 읽어야 하지 않습니다. 남이 읽든 말든 나로서 내가 읽을 이야기꾸러미라서 책입니다.


  아침에 길을 나서서 낮에 부산에 닿습니다. 사상나루에서 시내버스를 타니 붐빕니다. 등짐을 바닥에 내려놓고서 눈을 감습니다. 고즈넉이 쉬면서 보수동까지 갑니다. 빗방울은 들을 동 말 동합니다. 〈대영서점〉 앞에 섭니다. 바깥시렁에 놓은 책부터 헤아리고서 골마루로 들어섭니다. 한 줌만 장만하고서 전철길에 읽자고 여기는 마음은 이내 바뀝니다. 두 줌을 넘고 석 줌에 이릅니다. 넉 줌째에 이르니 안 되겠습니다. 얼른 자리에서 일어서야 더 안 고르겠지요.


  눈앞에 보이는 책을 안 사서 안 읽기란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책을 다 사지는 않습니다. 얕구나 싶은 몇 가지 조각만으로 짜맞추는 책은 슥 넘기고서 내려놓습니다. 너무 얕구나 싶은 책을 오히려 사기도 합니다. 어느 대목이 어떻게 얕은가 하고 차근차근 따져야 할 책이 있어요. 글쓴이도 펴낸이도 엮은이도 읽는이도 이 터전을 싱그럽게 새여름 푸른잎빛으로 돌보는 눈길을 살리기를 바라거든요.


  지난 6월 9일에 ‘yes24’가 와락 좀(해킹)에 걸렸다지요. 덩치는 우람하게 키우면서 속살을 고이 보듬는 길하고는 먼 민낯을 보여주었다고 느낍니다. 지난날 교보문고는 ‘교보북로그’를 멋대로 없앴고, yes24는 ‘예스블로그’를 말없이 갑자기 바꿨습니다. 이들은 ‘막짓(갑질)’을 일삼으면서 마냥 몸집만 불려왔습니다.


ㅍㄹㄴ


《日本語そして言葉》(丸谷才一村, 集英社, 1984.5.10.)

《みえ(三重)》(편집부, 三重縣觀光連盟, 1981.3.5.)

《사후 세계의 철학적 분석》(T.페넬름/이순성 옮김, 서광사, 1991.11.20.)

#TerencePenelhum #SuvivalAndDisembodiedExistence

《부산의 지사(地史)와 정관》(윤선·장두곤, 부산라이프신문사, 1994.10.15.)

《천상의 바이올린》(진창현/이정환 옮김, 에이지21, 2007.3.5.)

《나가사키의 노래》(폴 글린/김숭희 옮김, 바오로딸, 2005.6.15.첫/2012.4.20.22벌)

#PaulGlynn #ASongofNagasaki

《현의 노래》(김훈, 생각의나무, 2004.2.10.첫/2004.3.29.5벌)

《카모메 식당》(무레 요코/권남희 옮김, 푸른숲, 2011.3.3.)

#かもめ食堂 #群ようこ

《陽文文庫 R-9 89 가난한 사람들》(도스또예프스키이/이동현 옮김, 양문사, 1960.4.15.첫/1961.12.3.재판)

- 옮긴이 : 육군사관학교 교관

《好樂音樂文庫 4 토스카니니의 生涯와 藝術》(호와아드 타우보맨/김창섭 옮김, 호락사, 1960.6.20.)

#Taubman #MaestroToscanini

《대학교양 총서 11 빛은 있어야 한다》(김제완, 서울대학교출판부, 1981.10.30.)

《正音文庫 91 抗日義兵將列傳》(김의환, 정음사, 1975.7.30.)

- 정음문고 도서목록. 애독자통신

《中央新書 69 黃眞伊와 妓房文學》(장덕순, 중앙일보사, 1980.4.20.)

《中央新書 88 韓國의 口傳 童·民謠》(김소운 엮음, 중앙일보사, 1981.2.10.)

《文藝文庫 47 詩學》(아리스토텔레스·호라티우스/천병희 옮김, 문예출판사, 1977.2.25.)

#Peri Poitiks #Aristoteles

《교양국사총서 29 한국 복식의 역사―고대 편》(이은창, 1978.10.30.)

- 남포동 지하도 앞 종로서적 (22-4634)

《韓國科學史》(박성래, 한국방송사업단, 1982.4.1.)

- KBS TV 公開大學시리즈 5

- 第一書籍, 대구직할시 중구 동성로3가 32-1 (46-0802) 중앙파출소 앞. 데일서적은 좋은채과 독서인을 섬깁니다.

《會話와 作文을 爲한 中國語虛詞用例集》(송재록, 문제와연구사, 1980.5.15.첫/1981.8.23.재판)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이동진, 예담, 2017.6.15.첫/2017.6.30.2벌)

《일본 古지도에도 독도 없다》(호사카 유지, 자음과모음, 2005.4.4.)

#保坂祐二

《완변한 승부(일명 슈퍼 마담) 1》(진검무, 성산사, 1991.4.25.)

《내가 물러서면 나를 쏴라 2》(백선엽, 중앙일보, 2011.1.3.)

《인숙 만필》(황인숙, 마음산책, 2003.5.1.)

《월간 펀치라인 92호》(도종현 엮음, 월간펀치라인사, 1981.8.1.)

《월간 펀치라인 93호》(도종현 엮음, 월간펀치라인사, 1981.9.1.)

《월간 펀치라인 100호》(도종현 엮음, 월간펀치라인사, 1982.4.1.)

《월간 펀치라인 106호》(도종현 엮음, 월간펀치라인사, 1982.10.1.)

《월간 펀치라인 109호》(도종현 엮음, 월간펀치라인사, 1983.1.1.)

《월간 펀치라인 113호》(도종현 엮음, 월간펀치라인사, 1983.5.1.)

《월간 펀치라인 133호》(도종현 엮음, 월간펀치라인사, 1985.1.1.)

《월간 펀치라인 142호》(도종현 엮음, 월간펀치라인사, 1985.7.1.)

《월간 펀치라인 139호》(도종현 엮음, 월간펀치라인사, 1985.10.1.)

《월간 펀치라인 155호》(도종현 엮음, 월간펀치라인사, 1986.10.1.)

《월간 펀치라인 156호》(도종현 엮음, 월간펀치라인사, 1986.11.1.)

《월간 펀치라인 168호》(도종현 엮음, 월간펀치라인사, 1987.12.1.)

《월간 펀치라인 216호》(도종현 엮음, 월간펀치라인사, 1991.12.1.)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6.13. 논틑밭틀



  고흥살이 열다섯 해를 돌아보니, 버스때를 앞두고서 늘 밭게 움직였다. 오늘도 밭게 길을 나선다. 논틑밭틀로 걸으려다가 그냥 큰길을 따라서 걷는다. 시골 큰길이란 두찻길이지. 이 만해도 크다. 이 만한 길에도 뱀과 개구리와 새와 사마귀와 지렁이와 들고양이와 들개와 고라니와 멧돼지와 나비와 벌과 갖은 이웃이 뻥뻥 치여죽는다.


  간밤에 내린 비는 길주검을 달래었을까. 짙구름을 올려다보며 질빵을 조이고서 달린다. 옆마을 버스나루에 닿아서 숨을 고른다. 땀을 훔치고서 노래 한 자락을 쓴다. 시골버스에 타고서 마무리한다. 두 꼭지를 새로 쓰고서 가만히 눈을 감는다. 미닫이를 열고서 들바람을 쐰다.


  오늘 시골제비는 어떤 노래와 춤으로 배웅하려나. 읍내 버스나루에서 부산버스를 기다린다. 부산에 닿으면 어느 곳을 들러서 〈책과 아이들〉로 걸어갈는지 헤아려 본다. 요즈막에 사들인 책이 집에 자꾸자꾸 더미를 이루지만, 부산마실을 하는 길에 책집마실을 빼놓을 수 없다.


  오늘 부산버스에서는 꽃글(동화) 한 자락을 매듭지으려나. 오늘 매듭을 못 짓더라도 신나게 쓰자. 새벽에 길을 나설 즈음에, 우리집 앵두나무에 맺힌 이슬이랑 빗물 한 방울을 아침밥으로 삼았다. 옆마을로 달려가는 길에 쐰 새벽바람 한 줄기로 낮밥을 삼으련다. 곧 해가 나면서 날이 개려나 싶다. 다시 비를 뿌릴 수도 있지. 어떠한 하늘이어도 반갑다. 씩씩하게 걷고 달리고 쉬고 쓰고 읽자.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6.13. 읽고 싶은 대로



  간밤부터 비가 싱그러이 내리다가 새벽녘에 그치는 하루이다. 세 사람 배웅을 받으면서 부산으로 건너온다. 사상나루에서 시내버스로 갈아타자니 빈자리가 없이 붐빈다. 등짐을 내려놓고서 눈을 감는다. 시외버스에서는 여러 글을 손으로 쓰면서 안 쉬었으니, 이제 비로소 가볍게 온몸을 느긋이 쉰다.


  한참 달린 시내버스는 보수동에 닿는다. 토닥토닥 내려서 걷는다. 오늘은 보수동 〈대영서점〉에 들른다. 등짐과 앞짐을 거의 다 내려놓고서 책을 살피고 읽는다. 예전에 장만한 판이 있으나, 책숲에 건사한 판은 고이 모시기로 하고서, 밑줄을 그으면서 읽을 판으로 새삼스레 《陽文文庫 R-9 89 가난한 사람들》(도스또예프스키이/이동현 옮김, 양문사, 1960.4.15.첫/1961.12.3.재판)을 집어든다.


  도스토옙스키 님이 1846년에 선보였다는 이 책은 언제 처음 한글판이 나왔을까. 아무래도 1960년에 나온 한글판은 러시아말이 아닌 일본말을 옮긴 듯싶다. ‘일본글을 옮겼다는 티가 물씬 나는 낱말’이 곳곳에 있다. 그러나 이런 몇 낱말을 빼고는 옮김말씨가 매우 정갈하다. 이름있고 커다란 펴냄터에서 곱상하게 내놓는 ‘세계문학전집’은 아마 러시아말을 옮겼으리라. 러시아책이니 러시아말을 살피고 짚으면서 옮길 노릇이다. 그런데 어느 말씨로 옮겼을까? ‘우리말씨’로 옮기는가, 아니면 ‘일본말씨’나 ‘옮김말씨’나 ‘일본스런 옮김말씨’나 ‘옮김일본말씨’에 갇히는가?


  나는 ‘세계문학’은 되도록 오늘판과 옛판을 나란히 놓고서 살핀다. 오늘판은 틀림없이 바깥말을 바로 읽어내면서 옮길 텐데, 어쩐지 우리글 같지 않기 일쑤이다. 옛판은 곳곳에서 빠지거나 놓친 대목이 있을 만하되, 낱말과 얼거리와 말씨가 그저 우리말씨이게 마련이다. 우리는 이 둘 사이를 어떻게 채우거나 메꾸거나 돌아볼 수 있을까. 우리는 앞으로 이 틈바구니를 어떻게 보듬거나 살피거나 여밀 만한가.


  누구나 읽고 싶은 대로 읽을 노릇이되, ‘싶다’라는 대목이란 무엇인지 더 헤아려야지 싶다. “-고 싶은”이며 “-고 싶은 대로”란 참으로 내 마음과 네 마음이 어울리면서 오가고 흐르는 빛인가? 나다움과 너다움을 잊거나 잃은 채 헤매는 수렁은 아닌가? 그러나저러나, 도스토옙스키 님 첫 글꽃을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옮긴 말씨를 여태 고스란히 잇는 대목이 고맙다. ‘빈민’도 ‘빈자’도 아닌, 그저 ‘가난이’이다. ‘가난이웃’이요 ‘가난벗’이고 ‘가난님’이다. ‘가난꽃’이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

오늘(6.13.) 19시에는 부산 <책과 아이들>에서

이튿날(6.14.) 20시에는 부산 <카프카의 밤>에서

여러 이야기꽃을 폅니다.

모레(6.15.)에는 10-15시 사이에 부산 <책과 아이들>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펴고요.

.

.

이오덕 읽는 “이응모임” 14걸음

― 새롭게 있고, 찬찬히 읽고, 참하게 잇고, 느긋이 익히고



때 : 2025.6.14.토. 19시 30분

곳 : 부산 연산동 〈카프카의 밤〉

님 : 숲노래



열넉걸음 : “내 글부터 내가 다 못 고쳐 부끄럽다”


  이오덕 님이 늘그막에 자주 읊은 말씀 한 마디는 “내 글부터 내가 다 못 고쳐 부끄럽다”라고 합니다. 이오덕 님은 오래도록 ‘글쓰기 가르침’을 폈으되, 정작 스스로 어떤 낱말과 말씨를 가려서 써야 하는가 하고 깨달은 때는 1986∼87년이라고 합니다. 예순 살을 훌쩍 넘은 때예요. 이때까지만 해도 ‘몇 가지 일본말씨 부스러기’는 걸러야 하는 줄 느꼈으되, “나(이오덕) 스스로 쓰는 모든 낱말과 말씨를 짚어야 한다”는 데까지는 마음이 미처 못 닿았다고 합니다.


  끝까지 어린이 곁에 서서 어린배움터에서 작은길잡이로 일하려는 마음이었습니다만, 전두환은 이오덕 님을 끝까지 괴롭혀서 ‘교장 최초 불명예퇴직’을 시켰습니다. 그런데 전두환이 이오덕 님을 어린배움터에서 도려내어 아이들 곁에서마저 떨어뜨린 터라, 한신대학교에서 이오덕 님한테 말씀을 여쭈어서 “대학생한테 우리말로 글쓰기를 가르쳐 주십사” 하는 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이오덕 님은 대학생을 이태 가르치고 이끌면서 “아무리 어린이를 어질게 가르치고 이끌어 본들,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대학입시에 사로잡히면 그만 모두 망가지는구나!” 하고 느껴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고 합니다.


  다만, 한숨은 몇날만 쉬고 그친 듯합니다. 이내 《우리글 바로쓰기》라는 책을 바지런히 쓰셨거든요. 거꾸로 본다면, 전두환이 이오덕 님을 안 괴롭혔다면, 모질게 괴롭혀서 아예 어린배움터 길잡이라는 자리마저 빼앗지 않았다면, 이오덕 님으로서는 ‘대학 강의’를 할 일이 없었을 만합니다. ‘하루배움’을 하는 자리는 으레 다녔으나, 똑같은 젊은이를 넉 달씩 맡아서 꾸준히 이끄는 일은 이때까지 없었거든요.


  《우리글 바로쓰기》라는 책을 여미는 이오덕 님은 늘 “내 글이 가장 엉망이고 엉터리이다” 하고 느꼈다고 합니다. 젊은이를 나무라기 앞서 이미 이오덕 님 글부터 ‘안 쉽고 안 바르고 안 깨끗하다’고 깨달으면서 더없이 창피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아이들을 어찌할 것인가》에 실은 글을 꽤 고쳐써서 《참교육으로 가는 길》이라는 책에 새로 실었습니다. 두 책을 나란히 펴면 ‘똑같은 글’이 아닌, ‘이오덕 님 스스로 처음 고쳐쓴 글결’을 살필 만합니다.


  그러나 이오덕 님으로서도 처음으로 느끼고 깨달아서 손질하려는 글결인 터라, 아직 성기고 서툽니다. 이오덕 님도 처음에는 매우 성기고 서툽니다. 그리고 스스로 성기고 서툰 줄 알아보면서 더더욱 갈고닦습니다.


  처음부터 살림을 훌륭히 여미는 분이 있을 텐데, 살림을 훌륭히 여미는 분은 ‘처음 그대로’ 살림을 하지 않아요. 밖에서 보기에는 훌륭할는지 모르나, 스스로 보기에는 어쭙잖게 마련이거든요. ‘훌륭한 살림꾼’도 늘 새롭게 가다듬고 추스릅니다. 끝없이 손질하고 다스려요.


  우리가 숨을 들이쉬고 내쉴 적에도, 두 다리를 척척 내딛으며 걸을 적에도, 두 손을 써서 쥐고 집고 잡고 나를 적에도, ‘익숙하게 할 줄 안다’는 마음이라면 으레 엇갈리거나 얽히게 마련입니다. ‘오늘 새로 마주한다’는 마음일 때에 비로소 차근차근 참하게 잇습니다.


  이오덕 님은 일본사슬 한복판에 태어나서 배우고 일하던 또래입니다. 옛어른인 터라 “내 글부터 내가 다 못 고쳐 부끄럽다”처럼 스스로 되새기는 말씀을 으레 읊었습니다. 우리는 여태 여러 어른을 지켜보면서 ‘나 스스로 새롭게 서는 어른’으로 오늘을 살아갑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좀 다르게 혼잣말을 할 만합니다. 이를테면 “고쳐써도 부끄럽지만, 또 고치고 즐겁게 고치면서 노래한다”는 마음으로 오늘 이 하루를 웃음꽃으로 피울 만하지요.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오늘 날씨 맑음 2
요시무라 요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6.13.

만화책시렁 756


《오늘 날씨 맑음 2》

 요시무라 요시

 김진수 옮김

 대원씨아이

 2023.3.15.



  비가 내리니 비날입니다. 해가 환하니 해날입니다. 구름이 짙어서 구름날입니다. 날씨는 언제나 새롭습니다. 비가 오든 해가 나든 구름이 끼든 늘 달라요. 똑같이 흐르는 하루는 없습니다. 《오늘 날씨 맑음 2》을 읽으면 두 아이가 한집을 이루면서 맞물리는 살림길을 들려줍니다. 한 사람은 나이가 많되 아이다운 빛이요, 한 사람은 나이가 적되 어른스런 빛입니다. 둘은 서로 다르지만 하나인 마음으로 오순도순 지내고, 이러한 마음씨가 둘레에 풀씨처럼 푸르게 퍼집니다. 꼭 이렇게 해야 하지 않고, 굳이 저렇게 가야 하지 않습니다. 서로 그날그날 다르면서 새롭게 나아가기에 즐겁습니다. 나이가 더 있기에 나잇값을 해야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국민·시민’이 아닌 ‘사람’입니다. 사람으로서 사람이라는 빛을 펴면서 살림을 하는 삶입니다. 이름에 허울을 붙이면 이름을 잊다가 잃습니다. 이름을 그대로 마주하면서 품을 때에,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마음을 잇습니다. 나이가 아닌 철을 익히는 사람이기에 집부터 오붓하고 즐거워요. 집부터 느긋하고 아늑하기에 마을과 나라가 아름답습니다. 언제나 ‘우리집’부터 바라보면 됩니다. ‘우리집’이란 나 하나만 살더라도, 나랑 집을 나란히, 나랑 바람과 살림을 함께 아우르는 이름입니다.


ㅍㄹㄴ


“치하루 요리에 담겨 있는 치하루의 사랑은 무엇보다 맛있어.” (78쪽)


“고자질이 뭐야?” “이르지 말라고.” “나쁜 짓이라고 생각해?” “…….” (82쪽)


“사토는 딱히 동생 때문에 화가 난 게 아니라, 사토의 말을 듣지 않는 엄마가 싫은 거 아닐까, 라는 정도야.” “내가 그렇게 마구 욕을 했는데.” “엄마 얘길 할 때 목소리가 달라졌거든.” (97쪽)


“루이 옆에 치하루가 있는데, 쓸데없는 시간 따위 한순간도 없어.” (109쪽)


#晴れ晴れ日和 #吉村佳


+


《오늘 날씨 맑음 2》(요시무라 요시/김진수 옮김, 대원씨아이, 2023)


나중에 곤란하지 않도록 혼영까지 가르쳐 줬어

→ 나중에 힘들지 않도록 여러헤엄 가르쳐 줬어

→ 나중에 어렵지 않도록 섞는헤엄 가르쳐 줬어

39쪽


치하루 요리에 담겨 있는 치하루의 사랑은 무엇보다 맛있어

→ 치하루 밥에 담긴 치하루 사랑은 무엇보다 맛있어

78쪽


“고자질이 뭐야?” “이르지 말라고.”

→ “이름질이 뭐야?” “이르지 말라고.”

→ “찌르기가 뭐야?” “이르지 말라고.”

82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