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2.25.


《별 다섯 인생》

 물만두 홍윤 글, 바다출판사, 2011.12.13.



모두 꿈누리에서 노니는 새벽에 등짐을 메고서 옆마을로 달린다. 옆마을 시골버스를 타고서 읍내에 닿는다. 한동안 기다리고서 서울버스를 탄다. 새벽에 서둘러 달리느라 책을 못 챙겼고, 내내 손글을 쓰면서 보낸다. 서울에서 내린 뒤에 장승배기에 들른다. 할배책집인 〈문화서점〉에서 책을 한가득 장만하고서 품에 안는다. 부천 〈용서점〉으로 옮긴다. 오늘은 ‘발뺌’을 글머리로 삼아서 우리 스스로 좀처럼 드러내기 어렵던 마음빛 한 자락을 풀어내는 노래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별 다섯 인생》을 오랜만에 되읽는다. 우리는 누구나 읽고 쓰는데, 반갑거나 즐거운 삶도 읽거나 쓰며, 언짢거나 갸우뚱한 삶도 읽거나 쓴다. 빛나거나 사랑스러운 삶을 읽거나 쓰며, 시늉이나 치레뿐인 삶을 읽거나 쓴다. 어느 때에 별 다섯을 매기는지 생각해 본다. 똑같은 책에 나도 나란히 별 다섯을 매길 수 있으나, 겉훑기라고 여기면 별 하나조차 못 매기고, 도무지 별 둘조차 못 매기겠구나 싶어도 눈치를 보면서 별 두셋을 붙이기도 한다. 땀값이 깃들지 않은 책은 없지만, 사랑이 흐르지 않는 책은 꽤 많다. 서로 추키면서 글담을 쌓는 책이 갈수록 늘고, 푸르게 숲빛인 책은 갈수록 준다. 살아가는 곳에서 읽고 쓰니까. 삶터를 바탕으로 별을 매기니.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창 볼륨디카시선 1
강미옥 외 지음 / 커뮤니케이션볼륨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3.22.

노래책시렁 485


《볼륨디카시선 1 독창》

 강미옥과 아홉 사람

 커뮤니케이션볼륨

 2024.9.9.



  글을 잘못 보는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글’이란 “그린 말”입니다. 말을 그려 놓았기에 ‘글’입니다. 글은 그리 대단하지 않습니다. 말이 없으면 아무런 글이 없어요. 글을 쓰고 싶다면 말을 하면 됩니다. 다만, 사람들 앞에서 왁자지껄 떠들어야 말이지 않아요. 내가 나로서 어떤 마음인지 스스럼없이 드러내고 밝히면서 나타내려고 하기에 비로소 ‘말’입니다. 마음소리인 말을 손수 옮기기에 글입니다. 《볼륨디카시선 1 독창》을 읽었습니다. 글 하나에 빛꽃 하나를 나란히 두는 얼거리입니다. 이렇게 글쓰기와 찰칵놀이를 하는 일은 안 나쁘되, 너무 남한테 보여주려고 티를 냈구나 싶어요. 남이 이쁘게 보아주기를 바라면서 쓰거나 찍을 적에는 그만 ‘마음’하고 멉니다. 이때에는 겉치레나 시늉에서 맴돕니다. 이른바 ‘좋은말’을 쓰려고, ‘좋은빛’을 담으려고, 마음하고 동떨어진 곳에서 한참 맴돌거나 헤매게 마련입니다. 글은 그저 마음을 그리면 됩니다. 빛꽃은 그냥 마음을 담으면 됩니다. 이뿐입니다. ‘감성글·감성사진’에 얽매이면 오히려 빛이 바랩니다. 그저 ‘글·그림’만 바라볼 노릇입니다. 글을 잊기에 꾸미거든요. 그림을 잊으니까 또 치레하려고 애쓰다가 다 망가뜨립니다.


ㅍㄹㄴ


오늘도 비가 내리는데 / 또 하나의 시간과 공간을 넘는다 (시공時空을 건너다/강미옥 11쪽)


단칸방 옹기종기 살부비던 / 그리운 가족이다 (가족/강영식/27쪽)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거기의 당신과 / 여기의 나 사이 / 갑골의 시간을 가늠해 보는 발자국 (가늠/73쪽)


힘내, / 내가 더 천천히 걸을게 (同行/93쪽)


불타오르는 사랑 / 불 지르지 못한 사랑 / 불씨들이 꽃으로 피었다 (불꽃의 경계/143쪽)


+


《볼륨디카시선 1 독창》(강미옥과 아홉 사람, 커뮤니케이션볼륨, 2024)


그곳에도 따뜻한 온기가 필요해

→ 그곳도 따뜻하기를 바라

→ 그곳도 따뜻해야 해

15쪽


태어났던 강으로 돌아가 종種의 미래를 생산하리

→ 태어난 냇물로 돌아가 새롭게 씨앗을 낳으리

45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이 전태일입니다 b판시선 65
표성배 지음 / 비(도서출판b)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3.22.

노래책시렁 448


《당신이 전태일입니다》

 표성배

 도서출판 b

 2023.10.24.



  아름다운 사람은 예나 이제나 언제나 아름답다고 느껴요. 아름답지 않으나 아름시늉을 부리는 사람을 얼핏 아름답다고 잘못 바라보았다면, 아름시늉인 사람이 어떤 민낯인지 드러날 적에 “아, 나는 왜 이 민낯을 못 보고 못 느꼈을까?” 하고 돌아보아야 할 텐데, 아름시늉을 못 들여다본 스스로를 뉘우치는 사람을 본 적이 드뭅니다. 《당신이 전태일입니다》를 곰곰이 읽은 지 이태 즈음 흐릅니다. 예나 이제나 “일하는 사람”은 있지만, 어쩐지 “돈버는 사람”이 확 늘어난다고 느껴요. 어쩌면 언제나 “일하는 사람”과 “돈버는 사람”이 따로따로 있었다고 할 만하고요. “일하는 사람”은 어깨동무를 하는 이웃이라면, “돈버는 사람”은 혼자 거머쥐는 우두머리입니다. “일하는 사람”은 집안일을 함께하면서 아이한테 사랑을 물려준다면, “돈버는 사람”은 집안일을 안 하면서 아이를 다그치면서 들볶습니다. 오늘 우리가 바라볼 곳이란 ‘살림터·숲터·일터’여야 한다고 느껴요. 이제는 ‘돈터·서울·큰고장’은 그만 볼 노릇이지 싶습니다. ‘공장’에 있기에 ‘전태일’이지 않습니다. ‘일터’이면서 ‘살림터’이자 ‘숲’에 있으면서 ‘보금자리’를 사랑으로 돌보는 사람일 때라야 비로소 ‘전태일’입니다.


ㅍㄹㄴ


이은상이 쓴 시에는 철공소 이야기도 / 수출자유지역 어린 노동자 이야기도 없다 / 노비산에서 별을 보고 꿈을 키운 / 어린 노동자들 앞에 부끄러운 일이다 (노비산에서 별을 보다/37쪽)


겉만 보면 공돌이 공순이로 불리던 노동자들이 / 꽃놀이패를 쥔 것처럼 어엿한 중산층이 되었다 / 더는 공장에 전태일이 보이지 않았다 (전태일이 보이지 않았다/73쪽)


+


《당신이 전태일입니다》(표성배, 도서출판 b, 2023)


그 아픔이 동서남북 산맥처럼

→ 아픈 데가 여기저기 멧줄처럼

→ 아픈 곳이 골골샅샅 줄기처럼

12쪽


노동자를 혹사하지 말라

→ 땀방울을 볶지 말라

→ 땀꽃을 닦달하지 말라

→ 일꾼을 억누르지 말라

12쪽


이 피맺힌 절규가

→ 이 피맺힌 말이

→ 이 피맺힌 소리가

13쪽


수많은 전태일이 만들고 지키고자 했던 노동조합

→ 숱한 전태일이 세우고 지키고자 했던 일두레

→ 숱한 전태일이 일구고 지키고자 했던 두레터

17쪽


지금도 철공소에는 근로기준법이 그림의 떡이다

→ 아직도 쇠터에서는 일꽃이 그림떡이다

→ 오늘도 쇠빚터에서는 밑꽃이 그림떡이다

31쪽


손에 익은 기술을 견장처럼 달고

→ 손에 익은 길을 어깨띠처럼 달고

→ 솜씨를 뽐내고

→ 솜씨를 드러내고

34쪽


독립운동하는 심정으로 하루를 살자

→ 들물결 마음으로 하루를 살자

→ 일어서는 마음으로 하루를 살자

→ 홀로서는 마음으로 하루를 살자

→ 씩씩하게 하루를 살자

34쪽


민족시인이라 추앙받는 이은상은

→ 겨레글지기라 섬기는 이은상은

→ 겨레노래빛이라 모시는 이은상은

→ 배달글꾼이라 추키는 이은상은

→ 배달노래님이라 올리는 이은상은

36쪽


나는 깃대도 바람도 되지 못했다

→ 나는 길대도 바람도 되지 못했다

→ 나는 글대도 바람도 되지 못했다

41쪽


주주가 우선이라고 배당금을 듬뿍 안겨주면서

→ 그루님이 먼저라고 모가치 듬뿍 안겨주면서

→ 그루지기 차지라고 몫을 듬뿍 안겨주면서

60쪽


진급에 차별이 있고

→ 내딛는 담이 있고

→ 앞길을 딱자르고

→ 앞을 쳐내고

62쪽


비정규직이라는 말이

→ 드난자리라는 말이

→ 사잇자리라는 말이

→ 뜬자리라는 말이

66쪽


아웃소싱을 통한 해고를 쉽게 하려 했다

→ 밖에 맡겨서 쉽게 자르려 했다

→ 남한테 넘겨 쉽게 내보내려 했다

67쪽


공돌이 공순이로 불리던

→ 일돌이 일순이라 하던

→ 땀돌이 땀순이라 하던

73쪽


구조 조정이 할퀴고 간 자리에 훈장처럼 상처가 빛났다

→ 솎느라 할퀴고 간 자리에 꽃처럼 생채기가 빛났다

→ 쳐내며 할퀴고 간 자리에 보람처럼 멍울이 빛났다

76쪽


희망이라는 말은 얼마나 희망적인가

→ 봄꽃이라는 말은 얼마나 밝은가

→ 꽃눈이라는 말은 얼마나 부푸는가

78쪽


희망퇴직은 희망이 되지 못했다

→ 꽃마무리는 꽃이 되지 못했다

→ 끝꽃은 꽃이 되지 못했다

79쪽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걸

→ 그물이 빈 구석에 놓인 줄

→ 눈금이 없는 자리에 있는 줄

86쪽


재야인사 심지어 노동자에게까지 테러의 칼날을 겨눴다

→ 들사람 게다가 일꾼한테까지 막짓으로 칼날을 겨눴다

→ 들풀 더욱 일바치한테까지 주먹질과 칼날을 겨눴다

94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도 눈도 내리지 않는 시나가와역
김윤식 지음 / 솔출판사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3.22.

까칠읽기 60


《비도 눈도 내리지 않는 시나가와역》

 김윤식

 솔

 2005.4.21.



2018년에 눈을 감은 김윤식 씨가 2005년에 낸 《비도 눈도 내리지 않는 시나가와역》은 여러모로 늘그막을 매듭짓는 꾸러미 가운데 하나일 텐데, 읽는 내내 아리송해서 갸우뚱했다. 이웃나라 일본을 드나들면서 살피고 느끼고 배운 바를 적는 글이 아닌, 내내 시샘과 부러움과 미움이라는 세 가지 마음을 불태운다고 느꼈다.


우리는 여러모로 일본을 미워할 수 있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에 이르는 우두머리를 “찢어죽일 놈”으로 나무랄 수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얼뜨기를 미워하면서 손가락질을 한들 무엇이 바뀔까. 얼뜨기가 얼뜬 짓을 해내면서 사람들을 홀릴 뿐 아니라, “얼뜬 우두머리가 홀린 허수아비”조차 짓밟을 수 있던 까닭과 바탕을 살펴서, 앞으로는 이런 얼뜬 굴레가 도사리지 않도록 이 터를 돌보는 길을 갈 노릇이지 않을까.


김윤식 씨는 일본사람 ‘야나기 무네요시’를 아주 시샘하고 부러워하다 못해 미워하기까지 한다. 아주 길게 이런 글을 적는다. 여러모로 보면, ‘미운놈 야나기 무네요시’라는 눈길과 글을 쓰는 글바치가 적잖은데, 여러모로 김윤식 씨가 한몫을 하는구나 싶다.


글빗(비평)을 펴는 사람도 사람이기 때문에 미워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겠지. 그러면 왜 미워하는가?


김윤식 씨는 이녁 스스로 버린 옛살림을 야나기 무네요시가 일본 한켠에 고이 모신 모습을 보고서 불같이 타오르면서 미워한다. 글을 쓰는 동안에도 이 불길을 잠재우지 못한 나머지, 글에까지 불씨가 턱턱 튄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자. ‘야나기 무네요시’ 한 사람만 ‘한겨레 시골살림’을 옮겨가지 않았다. 적잖은 일본사람이 한겨레 시골살림을 일본으로 옮겨갔다. 이들 가운데 몇몇은 장사꾼이었고, 이들 가운데 숱한 사람은 이웃나라를 마음으로 아끼고 사랑하던 그야말로 ‘이웃’이자 ‘동무’였다.


우리나라에서 1970해무렵에 ‘한겨레 시골살림’을 건사해서 살림숲(박물관)을 연 진성기 님이 있는데, 이녁은 ‘한겨레 시골살림’을 건사하려고 제주 곳곳을 누빌 적에 언제나 ‘간첩신고’를 받고서 끌려갔다고 한다. 우리는 전형필이나 한창기나 예용해나 조자용을 곧잘 말하기는 하지만, 수수하게 논밭을 지으면서 살림을 일군 사람을 이웃과 동무로 마주하면서 손수 정갈하게 건사해서 살림숲을 이룬 사람은 없다시피 하다. 그리고 보라, 전형필도 한창기도 조자용도 밑돈이 꽤 넉넉했다. 예용해는 한국일보 기자였다.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네 시골살림을 넉넉한 밑돈으로 건사하면 아름답고, 일본사람이 우리네 시골살림을 넉넉한 밑돈으로 품으면 얄미울까?


더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묵은책이 하루가 다르게 사라진다만, 이 묵은책을 건사하는 책숲(도서관)이 제대로 없다시피 하다. 이른바 ‘생활사박물관’이 얼마나 있는가? 미워할 짬이 있다면, 서울대학교에부터 살림숲을 열도록, 또 서울과 온나라에 살림숲을 열라고 두루 목소리를 펼 노릇이라고 느낀다. 다 다른 고을과 고장에 다 다른 고을살림숲과 고장살림숲이 설 노릇이고, 이런 살림숲은 으리으리한 집이 아닌 수수한 골목집과 시골집으로 가꿀 일이다.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결로 풀어낼는지 생각하는 사람일 때에 비로소 글빗(비평)을 편다. 그저 미워하기만 한다면, 숱한 글담(문화권력)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ㅍㄹㄴ


내가 처음 이곳에 발을 디딘 것은 조선 민예품 특별전(1971년)이 열렸을 적이다. 마당부터 집안 복도에 이르기까지 온통 조선 민예품으로 빼곡했던 것으로 회고된다. ‘빼곡했다’고 했거니와 그것은 충만이라 할 성질의 것이었다. 무엇의 충만이었던가. 그것이 생명 감각이었음을 알아차리기엔 세월의 무게가 요망되었다. 맨 앞에 놓인 것은 무엇이었던가. 지금도 생생하다. 커다란 함지박이 전시장 입구에 놓여 있었다. 함지박이라니! 어머니가 점심이나 중참을 이고 논두렁길을 걸어올 때 머리에 이던 바로 그 함지박이 아니겠는가. 누나가 외할머니 집에 갈 때 이것저것 담아가던 그 함지박이 아니었던가. (92쪽)


일본 민예관이다. 그렇다. 함지박, 물동이라 했거니와 우리 집 부엌 한켠에 있던 커다란 물독도 일본 민예관 거기 있었다. 갖가지 밥상이며 제기, 놋그릇, 질그릇도 거기 모두 와 있었고, 삼돌이가 늘 지던 지게도 거기 있었다 … 고리짝도 있었다. 칠보로 된 가락지도 가죽 신발도 있었다. 김치독과 느티나무로 된 멋진 구유도 있었다. 우리 집 장롱도 거기 있었다. 심지어 우리 집 덕석과 삼태기도 거기 있지 않겠는가. 아, 나는 집을 떠나 공부랍시고 동서로 표랑(漂浪)하다 드디어 집에 돌아왔구나. (96쪽)


대체 우리 집을 몽땅 이곳 도쿄 한복판에 옮겨다놓은 자는 누구인가. 대체 내 유년기를 송두리째 빼앗아 여기에다 가두어놓은 자는 누구인가. 그가 대체 누구기에 이런 특권이 주어졌던 것일까. 그는 무슨 힘이 있어 이런 엄청난 일도 능히 해낼 수 있었을까. 초인이거나 신이 아닌 인간에게 어찌 이런 힘이 주어졌을까. 또 그래도 되는 것일까. 이렇게 묻는 것은 리얼리즘인가. 이렇게 묻는 것은 모더니즘인가. (102쪽)


어째서 그러한가. 일목요연한 해답이 주어진다. 그가 내 유년기를 송두리째 훔쳐갔기 때문이다. 빼앗아갔기 때문이다. 아니, 소중히 모셔다놓았기 때문이다. 정성껏 모아서 비할 바 없는 정결함으로써 모셔다놓았던 것이다. (103쪽)


+


《비도 눈도 내리지 않는 시나가와역》(김윤식, 솔, 2005)


군도 알겠지만, 이 사직(社稷)과 겨레가 함께 어려웠던 시절

→ 자네도 알겠지만, 이 나라와 겨레가 함께 어렵던 무렵

→ 그대도 알겠지만, 한나라와 한겨레가 함께 어렵던 때

7쪽


동백꽃은 여전히 붉고 청청했다

→ 동박꽃은 아직 붉고 싱그럽다

→ 동박꽃은 그대로 붉고 맑다

22쪽


앞에서 인용한 구절을 이 글 속에 담았다

→ 앞에서 딴 대목을 이 글에 담았다

→ 앞에서 따온 도막을 이 글에 담았다

27쪽


간다 진보초의 서점 걷기를 순례라 굳이 부르고 싶은 이유는 새삼 무엇일까

→ 간다 진보초 책집 걷기를 굳이 마실이라 여기고 싶은 까닭은 무엇일까

→ 간다 진보초 책집 걷기를 새삼 나들이라 여기고 싶은 뜻은 무엇일까

54쪽


무엇의 충만이었던가. 그것이 생명 감각이었음을 알아차리기엔 세월의 무게가 요망되었다

→ 무엇이 찼던가. 이는 숨빛인 줄 알아차리자면 한참 기다려야 했다

→ 무엇이 가득했나. 이는 숨결인 줄 알아차리려면 더 살아내야 했다

92쪽


나는 집을 떠나 공부랍시고 동서로 표랑(漂浪)하다 드디어 집에 돌아왔구나

→ 나는 집을 떠나 배운답시고 곳곳을 떠돌다 드디어 집에 돌아왔구나

→ 나는 집을 떠나 배운답시고 두루 맴돌다 드디어 집에 돌아왔구나

96쪽


어째서 그러한가. 일목요연한 해답이 주어진다

→ 어째서 그러한가. 똑똑히 풀이한다

→ 어째서 그러한가. 환하게 풀어낸다

103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일목요연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 잘 갈무리된 / 쉽게 갈무리된 / 한눈에 알도록 갈무리된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 한눈에 볼 수 있는 /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일목요연하게 말하자 → 잘 알 수 있게 말하자 / 한눈에 알도록 말하자


일목요연(一目瞭然) : 한 번 보고 대번에 알 수 있을 만큼 분명하고 뚜렷함



  낱말책은 ‘일목요연’을 “분명하고 뚜렷함”으로 풀이하지만 돌림풀이입니다. 우리말로는 ‘알맞다·빛나다·보기좋다’나 ‘정갈하다·깔끔하다·깨끗하다’로 손봅니다. ‘바로·바로바로·바르다·입바르다’나 ‘잘·뚜렷이·또렷이·똑똑히·또박또박’으로 손볼 만하고, ‘한곳·한덩이·한데·한꺼번에·한눈에’나 ‘환하다·훤하다·밝다’로 손보아도 어울려요. ‘낱낱이·하나하나·쉽다·수월하다’나 ‘가지런·고르다·반듯하다·반반하다’로 손볼 수 있어요. ㅍㄹㄴ



일목요연하게 달라진 점은

→ 뚜렷이 달라진 대목은

→ 한눈에 달라진 대목은

→ 바로 달라진 모습은

→ 깔끔하게 달라진 모습은

《명사십리 해당화야》(이호철, 한길사, 1986) 9쪽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기 때문에

→ 잘 알 수 있기 때문에

→ 환히 알 수 있기 때문에

→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에

→ 뚜렷이 알 수 있기 때문에

→ 수월히 알 수 있기 때문에

→ 낱낱이 알 수 있기 때문에

《일본 사회의 인간관계》(나카네 지에/양현혜 옮김, 소화, 1996) 31쪽


이것은 각국의 작물통계를 보아도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다

→ 이는 여러 나라 들살림을 보아도 뚜렷하게 알 수 있다

→ 이는 여러 나라 들살이를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 이는 나라마다 논밭살이를 보아도 환히 알 수 있다

→ 이는 나라마다 어떻게 가꾸는지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 이는 나라마다 논밭살림을 보아도 한눈에 알 수 있다

《소농》(쓰노 유킨도/성삼경 옮김, 녹색평론사, 2003) 90쪽


어째서 그러한가. 일목요연한 해답이 주어진다

→ 어째서 그러한가. 똑똑히 풀이한다

→ 어째서 그러한가. 환하게 풀어낸다

《비도 눈도 내리지 않는 시나가와역》(김윤식, 솔, 2005) 103쪽


그만큼 일목요연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 그만큼 뚜렷한 모습으로 있다

→ 그만큼 가지런하다

→ 그만큼 또렷하다

→ 그만큼 똑똑히 보인다

《한글의 탄생》(노마 히데키/김진아·김기연·박수진 옮김, 돌베개, 2011) 70쪽


게으름의 문제점을 일목요연하게 나열한 설교가 아니라

→ 게으른 곳을 낱낱이 늘어놓은 말이 아니라

→ 게으른 빈틈을 한눈에 알도록 펼친 말이 아니라

→ 게으르다고 또박또박 늘어놓은 말씀이 아니라

→ 게으르다고 하나하나 펼치는 말씀이 아니라

《내 방 여행하는 법》(그자비에 드 메스트르/장석훈 옮김, 유유, 2016) 5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