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사람이 모두 짓다 (2024.10.26.)
― 경남 진주 〈동훈서점〉
겨울을 앞둔 늦겨울로 하루하루 다가갑니다. 한가을이건 한겨울이건 해가 돋아서 환한 낮이면 포근합니다. 마녘이라면 조금 덥다고 느낄 만합니다. 빛볕살을 두루 누리면서 느긋이 살림을 짓다가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저녁에 부산으로 건너가기 앞서 먼저 진주로 옵니다. 그저 조용히 시외버스를 타고, 시외버스에서 글을 쓰고 책을 읽습니다. 한참 쓰고 읽었으면 눈을 감고서 생각에 잠깁니다.
손잡이를 쥐고서 쇳덩이를 달리면, 이곳에서 저곳까지 한결 빠르게 갑니다. 붓을 쥐고 종이를 잡으며 쇳덩이를 타면, 이곳하고 저곳 사이를 둘러볼 뿐 아니라 스스로 마음을 들여다봅니다. 쇠삽날로 땅을 엎고 밀 적에는 땅빛을 모르고 철빛을 등지면서 돈벌이로 기웁니다. 호미하고 낫하고 괭이를 쥐면서 땅을 만지면 땅빛에 철빛에 살림빛을 헤아립니다.
어느새 〈동훈서점〉에 닿습니다. 고즈넉이 골마루를 거닐면서 책을 살피고 읽고 훑습니다. 어느 책은 살핍니다. 어느 책은 읽어요. 어느 책은 훑고요. 다 다른 결이기에 다 다르게 쥡니다.
흙일을 하더라도 모두 ‘흙살림’이지는 않습니다. 책일을 하더라도 다들 ‘책살림’이지는 않아요. 그런데 이름은 ‘일’이되, 스스로 일으키거나 일어서거나 물결이 일듯 잇는 이야기하고 먼 분이 꽤 많습니다. ‘흙두레’라 안 하고 ‘농협’이란 이름을 쓸 적에는 허울을 씌우면서 헛길로 빠져요. ‘읽다·보다·살피다·새기다·톺다’를 모르는 채 ‘독서·탐구·연구·학문’이라는 굴레에 스스로 가두면, 무늬는 한글이지만 우리말이 아닌 겉치레로 흘러요.
치렁치렁 늘어뜨리는 머리카락은 아름답지만, 치레하는 꾸밈새는 그저 치레일 뿐입니다. 우리 손으로 마련하기에 ‘만들다’이고, 우리 손으로 즐겁기에 ‘짓다’이고, 우리 손으로 빛나기에 ‘빚다’입니다. 어린이 곁에 서는 낱말을 가려서 쓸 줄 모른다면, 나이만 먹었을 뿐 어른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푸름이가 함께 배우고 같이 익힐 만한 낱말을 헤아려서 들려주지 않는다면, 나이는 들되 철이 들지 않은 겉몸짓이라는 뜻이에요.
이웃나라 시골지기 ‘후루노 다카오’라는 할배는 《백성백작》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온님온빛”이라는 뜻입니다. 온님이 온빛을 일군다는 얼개예요. 사람은 숲을 품고 숲에 깃들기에 숲빛으로 지어요. 사람으로서 숲을 등진 채 서울에서 맴돌면 꾸미고 치레하고 씌우다가 빛이 바랜다고 느껴요.
ㅅㄴㄹ
《國家의 일》(로버트 비 라이시/남경우 외 옮김, 까치, 1994.7.1.)
《나도 한때 사랑을 해본 놈 아니오》(백기완, 아침, 1991.12.5.)
《난 월급받는 시인을 꿈꾼다》(오봉옥, 두리, 1992.9.30.)
《알고 싶었던 뇌의 비밀》(오오키 고오스케/박희준 옮김, 정신세계사, 1990.10.20.첫/1991.1.14.2벌)
《그해 봄날의 푸른빛 플랭카드》(이강혼, 개마고원, 1991.9.30.)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정호승, 창작과비평사, 1997.5.25.첫/1997.8.14.4벌)
《환상의 바다》(콘라드/이경수 옮김, 문음사, 1978.6.30.첫/1978.10.10.중판)
《자라지 않는 아이》(펄벅/김정휘 옮김, 샘터, 1990.2.25.첫/2000.4.3.2판2벌)
#Pearl S. Buck #The Child Who Never Grew (1950년)
《사람의 길 구름의 길》(한승원, 삼성출판사, 1990.12.15.첫/1990.12.30.2벌)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안철수, 21세기북스, 2019.10.9.)
《자본주의적 생산에 선행하는 제형태》(칼 마르크스/성낙선 옮김, 지평, 1988.2.20.)
《피사의 전망대》(정운영, 한겨레신문사, 1995.9.15.첫/1995.12.20.3벌)
《하워드 진, 교육을 말하다》(하워드 진·도날드 마세도/김종승 옮김, 궁리, 2008.10.6.)
#Howard Zinn on Democratic Education
#HowardZinn #DonaldoMacedo
《실비아 플라스 시 전집》(실비아 플라스/박주영 옮김, 마음산책, 2013.8.30.첫/2022.4.5.2벌)
#CollectedPoems (1981년) #SylviaPlath
《여기까지가 미래입니다》(황인찬, 아시아, 2022.1.28.)
《꼬맹이 자연방 3 민물게 달랑이》(준 나나오 글·쿠보 히데카즈 사진/편집부 옮김, 한국몬테소리, 2003.1.20.)
《꼬맹이 자연방 56 알밤이 후두두》(준 나나오 글·키카쿠 나나오 사진/편집부 옮김, 한국몬테소리, 2003.1.20.)
《꼬맹이 자연방 60 겨울 손님, 고니》(준 나나오 글·키카쿠 나나오 사진/편집부 옮김, 한국몬테소리, 2003.1.20.)
《과학앨범 18 벼의 한살이》(모리야 노보루/편집부 옮김, 웅진출판, 1988.1.25.첫/1990.2.15.10벌)
《과학앨범 25 수세미의 관찰》(사토 유코/편집부 옮김, 웅진출판, 1988.1.25.첫/1990.2.15.10벌)
《과학앨범 45 반딧불의 비밀》(쿠리바야시 사토시/편집부 옮김, 웅진출판, 1988.1.25.첫/1990.2.15.10벌)
《과학앨범 63 밀과 보리》(스즈키 마사하루/편집부 옮김, 웅진출판, 1989.3.10.첫/1990.2.15.6벌)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