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사생결단



 사생결단으로 → 죽음을 무릅쓰고 / 죽자사자 / 죽기살기로 / 하냥다짐으로

 사생결단을 낼 각오를 하고 → 끝장을 낼 다짐을 하고 / 끝을 볼 다짐을 하고 / 마지막까지 모두 걸고

 사생결단하고 덤빈다든가 → 아득바득 덤빈다든가 / 목숨을 아끼지 않고 덤빈다든가 / 목숨을 내놓고 덤빈다든가


사생결단(死生決斷) : 죽고 삶을 돌보지 않고 끝장을 내려고 함

하냠다짐 : 일이 잘되지 못했을 때는 목을 베는 형벌을 받겠다고 하는 다짐



  삶을 돌보지 않고 끝장을 내려 한대서 ‘사생결단’이라 한다는데, 이러한 뜻하고 맞닿는 ‘하냥다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가만히 살피면 ‘목숨다짐’이나 ‘끝다짐’이나 ‘끝장다짐’처럼 새말을 엮을 수 있습니다. 뜻을 살려서 ‘죽기살기로·죽고살기로·죽자사자·죽을힘’라 할 만하지요. ‘아득바득·바득바득·악착·억척·애면글면’이나 ‘용쓰다·발버둥·온몸으로·온힘으로’라 할 만하며, 수수하게 “죽음을 무릅쓰고·목숨을 걸고·젖먹던 힘”이나 ‘쏟다·쏟아붓다·퍼붓다·들이붓다·몰아붓다’라 할 만합니다. ㅅㄴㄹ



올해는 큰 마음 먹고 사생결단하여

→ 올해는 큰마음 단단히 먹고

→ 올해는 끝장 보리라 큰마음 먹고

《자라자지》(김영욱, 눈, 1993) 38쪽


그러니까 사생결단을 합니다 

→ 그러니까 용을 씁니다

→ 그러니까 죽기살기입니다

→ 그러니까 죽자사자입니다

→ 그러니까 죽을 동 살 동

→ 그러니까 발버둥입니다

→ 그러니까 죽을힘을 냅니다

→ 그러니까 온힘을 바칩니다

→ 그러니까 목숨을 겁니다

《후퇴하는 민주주의》(손석춘과 일곱 사람, 철수와영희, 2009) 136쪽


사생결단을 하고 눈물을 흘리며 베스에게 고백해 오는

→ 사느니 죽느니 눈물을 흘리며 베스한테 사랑을 밝히는

→ 끝장다짐으로 눈물을 흘리며 베스한테 털어놓는

→ 마지막으로 눈물을 흘리며 베스한테 좋아한다고 하는

《나는 당당한 페미니스트로 살기로 했다》(린디 웨스트/정혜윤 옮김, 세종서적, 2017) 109쪽


양측 다 사생결단으로 싸우고 있다

→ 둘 다 죽자사자 싸운다

→ 둘 다 있는 힘껏 싸운다

→ 둘 다 용을 쓰며 싸운다

→ 둘 다 죽어라 싸운다

→ 둘 다 온힘 다해 싸운다

《밥보다 일기》(서민, 책밥상, 2018) 227쪽


처음에는 사생결단하는 마음으로 했어요

→ 처음에는 악착같이 했어요

→ 처음에는 목숨걸고 했어요

→ 처음에는 젖먹던 힘으로 했어요

《집으로 가는 길》(홍은전 외, 오월의봄, 2022) 2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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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사람이 모두 짓다 (2024.10.26.)

― 경남 진주 〈동훈서점〉



  겨울을 앞둔 늦겨울로 하루하루 다가갑니다. 한가을이건 한겨울이건 해가 돋아서 환한 낮이면 포근합니다. 마녘이라면 조금 덥다고 느낄 만합니다. 빛볕살을 두루 누리면서 느긋이 살림을 짓다가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저녁에 부산으로 건너가기 앞서 먼저 진주로 옵니다. 그저 조용히 시외버스를 타고, 시외버스에서 글을 쓰고 책을 읽습니다. 한참 쓰고 읽었으면 눈을 감고서 생각에 잠깁니다.


  손잡이를 쥐고서 쇳덩이를 달리면, 이곳에서 저곳까지 한결 빠르게 갑니다. 붓을 쥐고 종이를 잡으며 쇳덩이를 타면, 이곳하고 저곳 사이를 둘러볼 뿐 아니라 스스로 마음을 들여다봅니다. 쇠삽날로 땅을 엎고 밀 적에는 땅빛을 모르고 철빛을 등지면서 돈벌이로 기웁니다. 호미하고 낫하고 괭이를 쥐면서 땅을 만지면 땅빛에 철빛에 살림빛을 헤아립니다.


  어느새 〈동훈서점〉에 닿습니다. 고즈넉이 골마루를 거닐면서 책을 살피고 읽고 훑습니다. 어느 책은 살핍니다. 어느 책은 읽어요. 어느 책은 훑고요. 다 다른 결이기에 다 다르게 쥡니다.


  흙일을 하더라도 모두 ‘흙살림’이지는 않습니다. 책일을 하더라도 다들 ‘책살림’이지는 않아요. 그런데 이름은 ‘일’이되, 스스로 일으키거나 일어서거나 물결이 일듯 잇는 이야기하고 먼 분이 꽤 많습니다. ‘흙두레’라 안 하고 ‘농협’이란 이름을 쓸 적에는 허울을 씌우면서 헛길로 빠져요. ‘읽다·보다·살피다·새기다·톺다’를 모르는 채 ‘독서·탐구·연구·학문’이라는 굴레에 스스로 가두면, 무늬는 한글이지만 우리말이 아닌 겉치레로 흘러요.


  치렁치렁 늘어뜨리는 머리카락은 아름답지만, 치레하는 꾸밈새는 그저 치레일 뿐입니다. 우리 손으로 마련하기에 ‘만들다’이고, 우리 손으로 즐겁기에 ‘짓다’이고, 우리 손으로 빛나기에 ‘빚다’입니다. 어린이 곁에 서는 낱말을 가려서 쓸 줄 모른다면, 나이만 먹었을 뿐 어른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푸름이가 함께 배우고 같이 익힐 만한 낱말을 헤아려서 들려주지 않는다면, 나이는 들되 철이 들지 않은 겉몸짓이라는 뜻이에요.


  이웃나라 시골지기 ‘후루노 다카오’라는 할배는 《백성백작》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온님온빛”이라는 뜻입니다. 온님이 온빛을 일군다는 얼개예요. 사람은 숲을 품고 숲에 깃들기에 숲빛으로 지어요. 사람으로서 숲을 등진 채 서울에서 맴돌면 꾸미고 치레하고 씌우다가 빛이 바랜다고 느껴요.


ㅅㄴㄹ


《國家의 일》(로버트 비 라이시/남경우 외 옮김, 까치, 1994.7.1.)

《나도 한때 사랑을 해본 놈 아니오》(백기완, 아침, 1991.12.5.)

《난 월급받는 시인을 꿈꾼다》(오봉옥, 두리, 1992.9.30.)

《알고 싶었던 뇌의 비밀》(오오키 고오스케/박희준 옮김, 정신세계사, 1990.10.20.첫/1991.1.14.2벌)

《그해 봄날의 푸른빛 플랭카드》(이강혼, 개마고원, 1991.9.30.)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정호승, 창작과비평사, 1997.5.25.첫/1997.8.14.4벌)

《환상의 바다》(콘라드/이경수 옮김, 문음사, 1978.6.30.첫/1978.10.10.중판)

《자라지 않는 아이》(펄벅/김정휘 옮김, 샘터, 1990.2.25.첫/2000.4.3.2판2벌)

#Pearl S. Buck #The Child Who Never Grew (1950년)

《사람의 길 구름의 길》(한승원, 삼성출판사, 1990.12.15.첫/1990.12.30.2벌)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안철수, 21세기북스, 2019.10.9.)

《자본주의적 생산에 선행하는 제형태》(칼 마르크스/성낙선 옮김, 지평, 1988.2.20.)

《피사의 전망대》(정운영, 한겨레신문사, 1995.9.15.첫/1995.12.20.3벌)

《하워드 진, 교육을 말하다》(하워드 진·도날드 마세도/김종승 옮김, 궁리, 2008.10.6.)

#Howard Zinn on Democratic Education

#HowardZinn #DonaldoMacedo

《실비아 플라스 시 전집》(실비아 플라스/박주영 옮김, 마음산책, 2013.8.30.첫/2022.4.5.2벌)

#CollectedPoems (1981년) #SylviaPlath

《여기까지가 미래입니다》(황인찬, 아시아, 2022.1.28.)

《꼬맹이 자연방 3 민물게 달랑이》(준 나나오 글·쿠보 히데카즈 사진/편집부 옮김, 한국몬테소리, 2003.1.20.)

《꼬맹이 자연방 56 알밤이 후두두》(준 나나오 글·키카쿠 나나오 사진/편집부 옮김, 한국몬테소리, 2003.1.20.)

《꼬맹이 자연방 60 겨울 손님, 고니》(준 나나오 글·키카쿠 나나오 사진/편집부 옮김, 한국몬테소리, 2003.1.20.)

《과학앨범 18 벼의 한살이》(모리야 노보루/편집부 옮김, 웅진출판, 1988.1.25.첫/1990.2.15.10벌)

《과학앨범 25 수세미의 관찰》(사토 유코/편집부 옮김, 웅진출판, 1988.1.25.첫/1990.2.15.10벌)

《과학앨범 45 반딧불의 비밀》(쿠리바야시 사토시/편집부 옮김, 웅진출판, 1988.1.25.첫/1990.2.15.10벌)

《과학앨범 63 밀과 보리》(스즈키 마사하루/편집부 옮김, 웅진출판, 1989.3.10.첫/1990.2.15.6벌)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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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흰옷 2024.10.8.불.



빛깔을 한 가지 낱말만으로 가리키지 않아. 풀을 담았기에 ‘풀빛’인데 ‘잎빛’이기도 하지. 불을 담아서 ‘불빛·붉다’인데, ‘빨강’으로도 나타내. ‘검다·까맣다’도 ‘희다·하얗다’도 마찬가지야. ‘희다’라면 ‘흐리다’하고 잇는데, ‘흐리다’는 하늘에 구름이 가득한 결이야. 구름바다를 이루니 ‘흰빛’이지. 하늘에 있는 ‘해’를 보며 ‘하얗다’라고 했다면, ‘구름하늘빛’이 ‘흰빛’이기도 해. ‘흰옷’이란 ‘하얀옷’이면서 ‘구름하늘옷’일 테지. 환하게 덮기도 하고 틔우기도 하는 빛이야. ‘흰옷’이란, ‘흰옷겨레’란, ‘하늘옷사람’이자 “하얗게 덮고 비추는 숨빛으로 온 사람”을 나타내겠지. 무슨 뜻인 줄 읽을 수 있을까? 모든 나라와 겨레는 낱말과 빛깔에 다 다르게 이야기와 살림이 깃들어. 하얗게 드리우는 해는 먼저 온누리에 밑바탕을 펼쳐. 이 하얀 바탕에는 모든 빛깔이 물들 수 있어. 온갖 빛깔이 어울리면서 서로 환하지. 밤에도 짙파랗거나 까만 바탕에 갖은 빛이 저마다 새롭게 물들일 수 있으니, 밤에는 꿈씨를 심어. ‘하얀낮’인 ‘한낮’에는 ‘하얀곳’에 온갖 빛을 물들여서 일씨를 심는단다. 이제부터 일구려는 일이야. 일구면서 이루는 이야기야. 스스로 일으켜서 새롭게 이곳에 있는단다. “흰빛·낮빛 = 이곳에 있는 새길”이라고 여길 만해. “까망·밤빛 = 저곳에 가는 새꿈”이라고 여길 만하지. 밤낮으로 이곳저곳을 갈마든단다. 아침저녁으로 일과 꿈이 맞물려. 해와 별을 나란히 두 손과 두 눈과 두 귀와 두 발에 놓으면서, 하얗고 까맣게 온마음을 적시기에, 몸마음이 튼튼하게 자라. 까망하양(밤낮)이 얽힌 하루를 고이 사랑하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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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저기에서 왔어 2024.10.10.나무.



저기에서 오니 저쪽이야. 여기에서 오니 이쪽이야. 자리는 달라. 삶이나 숨결은 같아. 낯선 데에서 오니 가만히 둘러보고 지켜보고 들여다보면서 배워. 넌 여기에서 짓는 하루로도 배우고, 저기에서 짓는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 하나하나 보면서도 배워. 네가 여기에서 마시는 물은 저기에서 왔고, 더 먼 거기로 가. 네가 내놓는 물은 거기를 거치고 하늘로 오르다가 저기로 가. 네가 마시는 바람도 마찬가지야. 동떨어진 물이란 없어. 남남으로 가르지 않는 길이자 빛이란다. 해는 늘 저기에서 오는데, 네가 있는 이 별 이곳과 ‘이 별 저곳’을 고루 비춘단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꾸 ‘여기·저기·거기’를 가르는구나. ‘나·너·남·놈·님·년’으로 자꾸 가르네. ‘나·너’는 그저 ‘나’를 제대로 바라보려는 이름인데, 둘을 가르려는 말씨가 아닌, 둘이 어떻게 “다르면서 같은 하나”인가 알아보려는 말씨인데, 가르고 쪼개고 벌리고 등돌리면서 오히려 ‘나’를 더더욱 잊는구나. ‘저 사람’은 ‘저기’에서 왔겠지. ‘저기’에서 왔기에, 저기에서 지으며 이은 삶·살림·사랑·숲 이야기를 들려주겠지. ‘다른 둘’은 다른 이야기를 하는 동안, 여태 모르던 곳을 처음으로 느껴. 다른 말을 섞는 사이에 ‘다른 길’이 “동떨어진 길”이 아니라 “저마다 즐겁게 배우며 걸어온 하루”인 줄 알아차리면서 부드럽게 풀린단다. 말을 섞으면서 마음을 섞어. 말을 나누면서 마음을 나눠. 스스로 무엇을 바라보며 걷는지 얘기하는 사이에 스스로 눈을 뜨지. 스스로 어디로 가려는지 얘기하면서 어느새 둘은 빙그레 웃다가 울어. 서로 다독일 둘인 ‘나·너’이자 ‘여기·저기’야. ‘남·남’이 아닌 ‘나·너·우리’란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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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날짜 2024.10.9.물.



날짜를 보면서 싹트는 씨앗은 없어. 날씨를 보면서 싹트는 씨앗이야. 날짜를 헤아려 오가는 새는 없어. 날을 헤아려 오가는 새란다. 어느 나무도 날짜를 아랑곳하지 않아. 어느 풀꽃도 어느 열매도 어느 해와 별도 날짜는 안 따진단다. 그래서 “나이를 먹는” 숨결이 없어. 풀꽃나무도 짐승도 헤엄이도 “몸을 입고 태어난 날”부터 이 삶을 배우면서 자라나. 마지막에 이른 날에 몸을 내려놓을 적에는, 이 삶에서 그동안 익힌 모든 슬기를 빛방울에 담아서 흩뿌리지. 나무가 쓰러져도, 풀이 시들어도, 거미가 톡 떨어져도, 사마귀가 다리힘이 풀려도, 다들 빛방울을 흩뿌리면서 웃어. 여태 몸에 담았던 ‘기운’을 둘레에 베푼단다. 겉몸은 흙으로 돌아가는 거름이고, 마음은 빛방울로 여민 기운이야. 이 별도 다른 모든 별도 뭇숨결이 주고받고 내놓는 숱한 빛방울을 품어서 반짝인단다. 푸른별(지구)이 아직 밖(우주)에서 보기에 그저 티끌 하나만 하던 때에도 ‘티끌이 아닌 씨앗’으로서 꿈을 그렸고, 이 작은 별씨앗이 천천히 싹트고 깨어나고 퍼지면서 조금씩 덩이(몸)를 이루었어. 이 별씨앗으로 다가오거나 스며든 ‘더 작은 숨씨앗’이 나고자라다가 스러지면서 빛방울을 내놓았거든. 사람도 새도 짐승도 풀도 나무도 ‘저보다 작은 다른 빛방울’을 꾸준히 받아들여서 움직이다가 새롭게 내놓으면서 살아가. 다른 몸을 빛방울로 받아들이니 숨을 쉬고, 제 몸을 다른 숨붙이한테 내주면서 숨이 빛나. 이 모든 일은 그저 흐르는 길이야. 날짜로는 셀 길이 없어. 날짜가 아닌 ‘나’를 바라보고 ‘날개’를 펴는 오늘에 서면서 잇고 이루어 간단다. 하루가 가고 오는 줄 느낄 적에만 날짜를 보면 돼. 보았으면 그만 잊으면서 네 새길을 바라볼 노릇이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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