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좀 생각합시다 33
자는 게 취미
그림책을 읽다가 “그러고 보니 사자가 낮잠 자는 게 취미라고 농담했었지”라는 글월을 보았어요. 아이들한테 그림책을 읽어 주다가 멈칫합니다. 그대로 읽는들 못 알아듣겠네 싶어, “그러고 보니 사자가 낮잠을 즐긴다고 웃기는 말을 했지”로 고쳐서 읽어 줍니다. “그러고 보니 사자가 낮잠을 좋아한다고 우스갯소리를 했지”로도 고쳐 봅니다.
“낮잠 자는 게 취미라고 농담했었지”는 틀린 말이 아닙니다. 이런 말을 어른들이 쉽게 쓸 뿐입니다. 그러나 그림책에 이런 글월을 넣어야 했을는지 생각해 봐야지 싶습니다. 이제 이런 말씨에는 고개를 갸우뚱할 노릇이지 싶어요. 아이들은 그림책에서 알뜰한 줄거리랑 사랑스러운 이야기뿐 아리나 즐거운 말을 익히거든요.
어떻게 말할 적에 즐거울까요? 낱말을 어떻게 가려서 쓸 적에 우리 마음을 제대로 담아낼까요? 우리는 말을 어느 만큼 가다듬을 수 있을까요? 흔히 쓰는 말 한 마디에 얼마나 마음을 기울여 사랑을 쏟을 만한가요?
익숙한 대로 쓸 수 있으나, 새롭게 쓸 수 있습니다. 아름답게 자리잡은 말씨를 넉넉히 쓸 수 있고, 앞으로 아름답게 자리잡을 말을 살펴서 쓸 수 있어요. “독서하는 게 취미야”가 아닌 “책을 좋아해”나 “책을 즐겨 읽어”나 “책읽기를 즐겨”라 할 수 있습니다. “요리하는 게 취미야”가 아닌 “밥을 좋아해”나 “밥하기를 즐겨”나 “밥을 즐겁게 지어”라 할 수 있어요.
말끝 하나를 바꾸어 말결을 새롭게 가꿉니다. 말씨 하나를 손보아 말마디에 새옷을 입힙니다.
가만히 헤아려 봐요. 우리는 “먹는 게 취미야”나 “노래하는 게 취미야” 같은 일본 말씨+번역 말씨가 아니어도, “먹기를 좋아해”나 “노래를 좋아해”처럼 수수하게 이야기를 했어요. 새 말씨도 지을 만합니다. “나는 밥님이야”라든지 “난 맛밥을 즐겨”처럼. “나는 노래 즐김이야”라든지 “나는 노래꽃님이야”처럼. 2018.3.23.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