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이라는 글쓰기



  나라밖으로 가는 비행기를 열다섯 해만에 다시 탔지 싶다. 그동안 달라진 공항에 몸을 얼마든지 맞추리라 여겼으나, 이것도 맡기는 짐에서 빼고, 저것도 맡기는 짐에서 덜어야 한단다. 짐을 무게 아닌 갯수로 따지기에 등짐하고 끌짐이라면 7만 원을 더 내야 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비행기에는 물병을 들고 타서는 안 되기에 시골에서 길어온 물을 몽땅 버려야 했다. 사랑스러운 시골물을 버려야 한다니. 끌짐을 묶는 끈을 1만 원에 사고, 일본에서 길찾기를 하려면 손전화에 33000원어치 2G를 받아야 한단다. 얼결에 10만 원을 웃도는 돈이 더 나가고, 몸이며 마음이며 갑자기 지친다. 굳이 지칠 일이란 없지 싶으면서도, ‘이곳 공항에서는 모든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여겨서, 짐 사이에 뭔가 나쁜 것이 있는가를 샅샅이 살피는 눈길로 훑어야 한다’는 대목을 깨닫는다. 공항에서 일하는 사람부터 스스로 기운을 빼면서 매서운 눈길을 날려야 하고, 공항을 드나드는 사람은 얼결에 기운이 빠지면서 매서운 눈길에 시달려야 한다. 이를 제대로 헤아리지 않고서 공항을 드나든다면 그야말로 홀쭉해지겠구나 싶다. 오늘 도쿄 걸음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다면 큰일날 뻔했다. 자칫 어버이부터 얼뜬 채 이리저리 휘둘리면 아이들까지 허둥지둥했을 테니까. 오늘 걸음으로 공항이라는 곳을 찬찬히 살피고 느껴, 다음에 아이들을 이끌고 공항을 드나들 적에는 느긋하게, 하나하나, 파란 바람을 마시는 숨결로 지나가자고 생각한다. 겪어 보지 않았으면 오늘 하루를 알 수도, 말할 수도, 이러한 공항마실을 하는 이웃님 살림을 생각할 수도 없네. 2018.3.29.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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