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에게 권력을 - 시민의 정치를 위한 안내서 팸플릿 시리즈 (한티재) 4
하승우 지음 / 한티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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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196


헌법 개정안에도 ‘지역 정당’ 이야기는 없으니
― 시민에게 권력을
 하승우
 한티재, 2017.1.9.


기득권 세력은 문제가 드러났을 때에는 잘못했다, 사과한다, 머리를 조아리지만 잠잠해지면 금세 고개를 세우고 군림하려 든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정치인과 기업인들의 비리와 부패는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7쪽)

한국도 그렇지만 입법·행정·사법부가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작동한다는 건 책에나 나오는 이야기이지, 실제로는 서로 얽혀 기득권을 보호하고 확장시킨다. (95쪽)


  나한테 힘이 있으면 어떤 일을 할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첫째로 우리 터전을 넓혀 맨발로 돌아다닐 수 있는 집을 짓겠습니다. 사뿐사뿐 맨발로 걷고 달리고 일하거나 놀 수 있는 보금자리란, 아이들한테 고이 물려줄 만한 삶자리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터에서 조용하면서 홀가분하게 살아가는 길을 그리려 합니다.

  우리가 저마다 맨발로 일하고 살림하며 포근히 쉴 수 있는 보금자리를 누리면, 마을이라는 곳은 매우 아름다웁겠지요. 작은 집을 비롯해서 마을이 아름답다면 우리 고장도 아름다울 테고, 이처럼 아름다운 고장이 모이는 나라도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정치개혁을 요구했지만, 민중이 스스로 권력을 통제하길 원하지 않았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요구했지만, 그 민주주의는 특정한 정치인이 민중을 대신하는 대의민주주의였다. (24쪽)

민주주의는 과정의 효율성보다 참여자의 효능감에 주목하고, 시행착오를 통해 시민들이 스스로 성장하도록 돕는 체계가 아닐까. 아니, 비효율적인 듯 보이지만 전체가 공감하고 공유하는 합의과정을 통해 실제로는 정책결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시민의 힘을 효과적으로 발산하도록 하는 체계가 아닐까. (32쪽)


  《시민에게 권력을》(하승우, 한티재, 2017)을 읽으면서 힘(권력)이란 무엇이고, 누구한테 있으며, 어떻게 흐르는가를 돌아봅니다. 우리는 저마다 어떤 힘을 누리는 삶이고, 정치 지도자는 어떤 힘을 어디에서 부리는가를 나란히 짚어 봅니다.

  2018년 여름에 전국에서 한꺼번에 선거를 치릅니다. 시장이나 군수를 새로 뽑고, 도지사나 도의원을 새로 뽑습니다. 교육감도 새로 뽑고요. 그런데 전국 모든 곳에서 똑같이 새 정치 지도자를 뽑다 보니, 큰도시 이야기에 모든 눈길이나 목소리가 쏠리기 마련입니다. 큰도시하고 멀리 떨어진 작은 군 이야기는 찾아볼 길도 없고, 살피는 눈길이나 목소리도 드뭅니다.

  우리한테 선거권이라고 하는 힘이 있습니다만, ‘전국동시선거’는 어쩌면 우리한테 있는 힘을 줄이는 셈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작은 시골 군수나 군의원이 어떤 민낯이며 어떤 꿈길을 그리는가 같은 대목은 어디에서도 듣지도 보지도 구경하지도 못하기 일쑤이거든요. 전국동시선거는 행정편의가 있을 테지만, 이와 맞물려 언론 눈을 타지 않는 작은 시골 지자체 선거가 으레 ‘그 나물 그 밥 잔치’가 되도록 내몰기도 한다고 느낍니다.


(에스파냐) 포데모스의 윤리강령에는 부패를 막기 위해 정치인의 월급이 최저임금의 3배 이상을 넘어서는 안 되고, 정치인의 모든 특권을 포기하며, 공직을 마친 뒤에도 정치활동과 관련된 기업의 중역을 맡거나 전략적인 부문이나 국가경제에서 중요한 기업의 이사가 되는 것을 10년 동안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35∼36쪽)


  《시민에게 권력을》은 시민 스스로 힘을 되찾은 두 나라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먼저 에스파냐 이야기입니다. 다음으로 베네수엘라 이야기입니다. 두 나라 시민은 중앙 정부가 움켜쥔 힘이 사람들한테 돌아오도록 밑자리에서 차근차근 어깨동무를 하면서 새로운 길로 나아가도록 뜻을 모았다고 합니다. 인기 있는 큰 정당 힘을 빌리지 않고, 모두 첫발을 내딛는 작은 사람들 스스로 제대로 된 틀을 짜고 제대로 된 길을 걸어서 권력 틀을 바꾸어 냈다고 해요.


(한국은) 정당법에 따르면 5개 광역시도마다 천 명 이상의 당원을 확보해야 정당을 만들 수 있고, 중앙당의 사무소가 서울에 있어야 하며, 지역정당은 인정되지 않는다. 또한 전국동시선거를 실시하기 때문에 사실상 중앙의 정치의제가 지방선거를 좌우한다. 그리고 법적으로 정당연합이나 지역정치연합체를 만드는 것이 금지되어 있어 여러 정당이 한 명의 후보를 추천하거나 다른 정당의 후보를 공식적으로 지지할 수도 없으며, 이중당적은 금지되어 있다. (75∼76쪽)


  곰곰이 보면 한국은 ‘지역 풀뿌리 정당’이 없습니다. 지역에서 살며 지역을 가꾸는 일꾼이 설 바탕이 들어설 수 없습니다. 한국 정당법은 ‘큰도시를 발판으로 삼아 전국에 조직을 두는 큰 정당’만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할 뿐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고치려는 헌법에서도 지역 풀뿌리 정당이 들어설 길은 아예 나오지 않습니다. 총선 두 번에서 국회의원을 내지 못하거나, 정당지지도가 1%를 넘지 못하면 정당을 해산한다는 대목이 들어갈 뿐입니다.

  왜 모든 정당이 ‘전국 정당’이어야 할까요? 전북 고창군 한 곳을 바꾸려는 작은 ‘고창 정당’이 있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경북 구미시 한 곳을 바꾸려는 작은 ‘구미 정당’이 있을 만하지 않을까요? 전남 고흥군 한 곳을 바꾸려는 작은 ‘고흥 정당’이 있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경남 하동군 한 곳을 바꾸려는 작은 ‘하동 정당’이 있을 만하지 않을까요?

  지역마다 뜻있는 젊은이가 작게 꾸리는 정당이 발판이 되어 전국 곳곳에서 ‘해묵은 그 나물 그 밥 잔치’인 전국동시선거를 뒤집어엎을 수 있을 적에, 비로소 참다이 전국지역자치를 이루리라 생각합니다. 전남 작은 군이나 경남 작은 군에서 구태여 ‘서울 사무소’를 두어야 하지 않아요. 오직 지역에서 지역자치를 이루도록 지역 정당이 들어설 수 있는 길을 트는 새로운 헌법이 서기를 바랍니다. 이런 밑힘을 닦고 세우고 키울 적에 비로소 우리 모두한테 우리 힘이 돌아올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2018.3.28.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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