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3.23.


《레딩 감옥의 노래》

오스카 와일드 글/김지현 옮김, 큐큐, 2018.3.3.



  어제 낮 다섯 시 반에 쓰러졌다. 밤 열두 시 반에 일어났다. 몇 시간이었을까. 끙끙거리면서 마음을 추슬렀고, 마음이 제자리를 찾기를 바라니 여러 시간이 걸렸어도 몸이 차츰 나아진다. 물조차 입에 안 대면서 속을 비운 채 새벽바람으로 길을 나선다. 고흥읍으로 가고, 순천버스역, 순천기차역, 진주기차역, 동대구역, 구미역, 이렇게 여덟 시간 남짓 걸려서 간다. 이 길에 책 몇 권을 읽고 무릎셈틀을 꺼내서 글을 쓴다. 《레딩 감옥의 노래》를 읽으면서 오스카 와일드라는 사람이 꿈처럼 짓고 싶던 글·삶·노래란 무엇일까 하고 되새긴다. 왼쪽에는 영어로, 오른쪽에는 한국말로, 두 말로 읽도록 엮은 책이 반가운데, 1800년대 영어란 이렇구나 하고 느끼다가, ‘오스카 와일드가 쓴 영어는 영국에서도 어느 고장 말, 곧 사투리 영어’일 수 있겠다고 느낀다. 우리는 오늘날 표준 서울 한국말로만 글을 쓰거나 말을 하기 일쑤이다만, 표준도 서울도 버리고서 경상말 전라말 제주말로 아름다이 삶을 노래하며 이웃하고 어깨동무하는 글을 펼 수 있으면 먼먼 뒷날에 새로운 이야기 씨앗을 남겨 줄 만하지 싶다. 《레딩 감옥의 노래》도 옮김말이 퍽 아쉬운데, 몰록 떠오르기로, 옮김말이 아쉽다기보다 옮긴이가 ‘시를 쓰지 못했구나’ 싶네.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