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3.19.


《겨울나기》

이수호 글, 삼인, 2014.6.9.



  아이들 귀를 파고 손발톱을 깎을 적마다 어쩜 이렇게 작으며 이쁠까 하고 생각한다. 일거리가 많은 나머지 두 아이 귀를 파다가 등허리가 몹시 결리다고 느낀 적이 더러 있었지만, 이제는 퍽 수월하게 귀를 파고 손발톱을 깎는다. 우리 어머니도 내 귀를 파고 손발톱을 깎을 적에 이처럼 느끼셨을까. 하나씩 배우고 깨달으면서 자라기에 사람이고, 사람꼴을 갖추면서 어버이 구실을 바라볼 수 있지 싶다. 이수호 님이 쓴 시집 《겨울나기》를 읽으니, 손수 할 줄 아는 일이 드물어 곁님이나 딸아이가 없이는 이것도 못하고 저것도 못하는 모습이 고이 흐른다. 이를 수수하게 밝히는 글이 상냥하기는 한데, 앞으로는 스스로 어수룩한 모습에서 거듭난 이야기를 시로 담을 수 있다면 더욱 상냥하겠지. 봄을 꿈꾸며 겨울을 나듯이, 여름을 바라보며 봄을 나고, 가을을 기다리며 여름을 난다. 그리고 겨우내 푹 쉬려고 가을을 나겠지. 아버지가 부엌에서 밥을 하는 동안 손이 심심한 아이들이 부엌이며 마루를 쓸고 닦는다. 같이 먹고서 같이 치우고, 설거지를 마친 자리도 제법 깔끔하게 건사할 줄 안다. 하루가 새삼스럽다. 부쩍 자라면서 씩씩하게 팔다리를 펴는 아이들이 새롭다. 작은아이 몽당연필하고 내 긴연필을 바꾼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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