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가지 말이 안갯속에 잠겼지만

[오락가락 국어사전 8] 얽히고설킨 말풀이



  우리 사전은 갖가지 말을 알맞게 다루기보다는 가지가지 말을 어지럽게 범벅해 놓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 사전이 사전답게 못 섰구나 싶습니다. 사전이 사전으로 힘을 제대로 내려면 온갖 일본 한자말이나 중국 한자말을 되는대로 실으려 하기보다는, 우리가 알맞게 쓰면서 제대로 생각을 밝히도록 이끌 낱말을 슬기롭게 풀어내고 보여주는 몫을 맡아야지 싶어요. 이제는 안갯속에서 빠져나와야지 싶습니다.



각종(各種) : 온갖 종류. 또는 여러 종류 ≒ 각색·각가지

각색(各色) : 1. 갖가지의 빛깔 2. = 각종(各種)

각가지(各-) : 각기 다른 여러 가지 ≒ 각항

각항(各項) : 1. 각각의 항목 2. = 각가지

각기(各其) : 1. 저마다의 사람이나 사물 2. 각각 저마다

각각(各各) 1. 사람이나 물건의 하나하나 2. 사람이나 물건의 하나하나마다. ‘따로따로’로 순화

온갖 : 이런저런 여러 가지의

갖가지 : ‘가지가지’의 준말

가지가지 : 이런저런 여러 가지



  ‘각종’은 ‘각색’이나 ‘각가지’하고 비슷한 한자말이라는데, ‘각색’은 ‘갖가지’ 빛깔을 나타낸대요. ‘각가지’는 ‘각기’ 다른 여러 가지라지요. 이 대목에서 생각해 봐야지 싶습니다. ‘각(各)’을 붙여서 자꾸 온갖 한자말을 짜기보다는 ‘갖(가지)’을 붙여서 ‘갖가지·가지가지’를 쓰면 넉넉하지 않을까요? ‘갖은빛’이라 하면 ‘각색’을 손볼 만하고, ‘갖은갈래’라 하면 ‘각종’을 손볼 수 있습니다. 



사자(使者) : 1. 명령이나 부탁을 받고 심부름하는 사람

심부름꾼 : 심부름을 하는 사람 ≒ 사인(使人)

심부름 : 남이 시키는 일을 하여 주는 일 ≒ 청령(聽令)



  심부름을 하는 사람은 ‘심부름꾼’입니다. 굳이 ‘사자’라는 한자말을 안 써도 됩니다. ‘사자’는 “→ 심부름꾼”으로 적으면 됩니다.




오리무중(五里霧中) : 오리나 되는 짙은 안개 속에 있다는 뜻으로, 무슨 일에 대하여 방향이나 갈피를 잡을 수 없음을 이르는 말

안갯속 : 어떤 일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모르는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짙은 안개가 낀 곳에 있다면 말 그대로 ‘안갯속’이라 하면 됩니다. ‘오리무중’은 “→ 안갯속”으로 적어 주면 됩니다.



상기(上氣) : 흥분이나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붉어짐

흥분(興奮) : 1. 어떤 자극을 받아 감정이 북받쳐 일어남

북받치다 : 감정이나 힘 따위가 속에서 세차게 치밀어 오르다

들뜨다 : 1. 마음이나 분위기가 가라앉지 아니하고 조금 흥분되다



  ‘흥분’해서 얼굴이 붉어질 적에 ‘상기’라 하고, ‘흥분’은 ‘북받치는’을 가리킨대요. 그런데 ‘북받치다’하고 비슷한 ‘들뜨다’는 ‘흥분’으로 풀이하는군요. ‘흥분’은 “→ 북받치다, 들뜨다”로 고치고, ‘상기’는 “→ 붉어지다”로 고치면 됩니다.



결심(決心) : 할 일에 대하여 어떻게 하기로 마음을 굳게 정함 ≒ 결의(決意)

결의(決意) : 뜻을 정하여 굳게 마음을 먹음. 또는 그런 마음 ≒ 결지

결지(決志) : = 결의(決意)

다짐 : 1. 이미 한 일이나 앞으로 할 일에 틀림이 없음을 단단히 강조하거나 확인함 2. 마음이나 뜻을 굳게 가다듬어 정함



  마음을 굳게 먹을 적에는 ‘다짐’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결심·결의’는 “→ 다짐”으로 다루면 됩니다. 그리고 ‘마음먹다·마음먹기’를 새롭게 써 볼 만합니다. 힘줌말로 ‘한다짐·온다짐’을 지어서 써 보아도 어울립니다.



차원(茶園) : = 다원

다원(茶園) : 차를 재배하는 밭 ≒ 차원

차밭 : x



  ‘차원’은 ‘다원’을 가리킨다는데, ‘다원’은 차를 키우는 밭이라는군요. 그러면 처음부터 ‘차밭’이라 하면 손쉽겠지요. 그렇지만 아직 사전에 ‘차밭’이 올림말로 없군요. 얄궂습니다.



집 : 1. 사람이나 동물이 추위, 더위, 비바람 따위를 막고 그 속에 들어 살기 위하여 지은 건물 ≒ 사옥(舍屋)

사옥(舍屋) : = 집

가옥(家屋) : 사람이 사는 집



  사람이 사는 곳을 두고 ‘집’이라 합니다. 굳이 ‘사옥·가옥’ 같은 한자말을 끌어들이지 않아도 됩니다. ‘사옥·가옥’은 “→ 집”으로 다루면 됩니다.



은지화 : x

은지(銀紙) : = 은종이

은종이(銀-) : 1. 은가루나 은박 따위의 은빛 나는 재료를 입힌 종이 ≒ 은지(銀紙)

-화(畵) : ‘그림’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은종이그림 : x

-그림 : x

그림 : 1. 선이나 색채를 써서 사물의 형상이나 이미지를 평면 위에 나타낸 것



  사전에 ‘은종이’는 오르지만, 정작 은종이로 그리는 그림인 ‘은종이그림’은 없어요. ‘은지화’도 사전에 없습니다만, ‘-화(畵)’라는 한자는 뒷가지로 올림말이에요. 이와 달리 한국말 ‘-그림’은 아직 뒷가지로 못 오릅니다. 그림을 나타내는 모든 낱말을 사전에 올릴 수 없다면, 앞으로는 ‘-그림’이라는 뒷가지를 올림말로 삼아야지 싶습니다.



파악(把握) : 1. 손으로 잡아 쥠 2. 어떤 대상의 내용이나 본질을 확실하게 이해하여 앎

이해하다(理解-) : 1. 깨달아 알다. 또는 잘 알아서 받아들이다

깨닫다 : 1. 사물의 본질이나 이치 따위를 생각하거나 궁리하여 알게 되다 2. 감각 따위를 느끼거나 알게 되다

알다 : 1. 교육이나 경험, 사고 행위를 통하여 사물이나 상황에 대한 정보나 지식을 갖추다



  “이해하여 알다”를 ‘파악’이라 한다는데, ‘이해’는 “깨달아 알다”를 가리킨다지요. 그런데 ‘깨닫다’는 ‘알다’를 가리켜요. “깨달아 알다” 같은 풀이말은 겹말입니다. ‘파악·이해’는 “→ 알다”로 다루면서 ‘깨닫다’ 뜻풀이를 바로잡아야겠습니다.



복잡미묘 : x

복잡하다(複雜-) : 1. 감정 따위가 갈피를 잡기 어려울 만큼 여러 가지가 얽혀 있다 2. 복작거리어 혼잡스럽다

미묘하다(微妙-) : 뚜렷하지 않고 야릇하고 묘하다

얽히고설키다 : 1. 가는 것이 이리저리 뒤섞이다 2. 관계, 일, 감정 따위가 이리저리 복잡하게 되다



  여러 가지로 ‘얽힌’다고 할 적에 ‘복잡·복잡미묘’ 같은 말을 쓰는데, ‘얽히고설키다’를 ‘복잡’으로 풀이해요. 돌림풀이입니다. ‘복잡·복잡미묘’는 “→ 얽히다·얽히고설키다”로 다루면서 ‘얽히고설키다’ 뜻풀이를 고쳐야겠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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