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2.26.
《흙집에 관한 거의 모든 것》
황혜주 글, 행성비, 2017.12.22.
대학교수이면서 흙집짓기를 가르치는 분이 쓴 《흙집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조금씩 읽는다. 집살림을 가꾸는 길을 걷는 이라면 수수하게 말할 텐데, 대학교수 자리에 있으면 자꾸 겉치레 어려운 말씨가 된다. 이 책에는 ‘흙집 짓는 길’보다는 ‘왜 흙집인가?’를 밝히는 글이 거의 다 차지한다. 한참 읽으며 생각하니, ‘흙집 짓는 솜씨’는 그리 어렵잖이 누구나 배울 수 있어도 ‘흙집을 어떻게 지어 어떻게 살 생각인가’라는 대목은 뜻밖에도 거의 헤아리지 않을는지 모른다. 글쓴이 스스로 이 대목을 털어놓는다. 흙이란 무엇인가를 깊이 살피려는 분이 처음에는 거의 없단다. 전기무자위가 말썽인지 보일러가 말썽인지 아리송하나, 보일러가 물을 방바닥에 돌리도록 하는 부품이 망가진 듯해서 이 녀석을 떼어 자전거를 몰아 면소재지 철물점에 간다. 수도공사를 하는 집은 전화를 걸어도 늘 시큰둥. 자전거로 면소재지를 두 차례 오간 끝에 새 부품을 단다. 보일러 물관에 찬 흙물을 뺀다. 이제 전기무자위가 조용히 잘 돌아간다. 면소재지 철물점 아지매가 주신 신김치로 곁님이 김치국수를 삶았다. 등허리를 펴려고 자리에 누워 돌아본다. 《흙집에 관한 거의 모든 것》에 나오듯이 우리 집 안쪽 벽에 흙을 발라 볼까 싶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