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2.25.


《입술을 열면》

김현 글, 창비, 2018.2.10.



  빨래터 물이끼를 걷어내는 날. 아이들은 아침부터 날이 덥다며 시원한 바다로 가야 하지 않느냐고 조잘조잘. 반바지 차림으로 물이끼를 걷는 아버지 곁에서 바짓단을 걷어올리고 함께 물이끼를 걷는 두 아이는 이제 놀이를 넘어 어엿한 일꾼이로구나 싶다. 두 아이가 기운차게 거들어 빨래터 치우기를 일찍 마친다. 담벼락에 셋이 걸터앉아 발을 말린다. 시집 《입술을 열면》을 편다. 김현 시인이 두 가지 책을 나란히 냈기에 어느 책을 고를까 하다가 시집으로 골랐는데, 반 즈음 읽는 동안 무슨 소리인지 거의 못 알아듣겠다. 아이들이 배고프다고 노래한다. 시집을 덮고 집으로 가서 밥을 짓는다. 잘 먹는 아이들을 뒤로 하고서 누리신문에 오른 글을 살피니 이녁이 시를 왜 이렇게 썼는가를 어림할 만한데, 문득 궁금하다. 고은 시집을 많이 낸 출판사는 바로 창비. 이 창비에서 시집을 낸 김현 시인. 고은 시인도 창비 출판사도 딱히 말이 없다. 오랫동안 글마을 막짓이나 막말을 한복판에서 지켜본 창비 출판사일 텐데, 한 손으로는 고은으로 장사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김현으로 장사하는 셈일까. 오늘날 한국에서 글이란 책이란 글마을이란 책마을이란 무엇일까. 시골마을이나 숲마을이나 노래마을 이웃 가슴을 적실 입술은 언제 열 수 있을까.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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