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2.14.
《재일의 틈새에서》
김시종 글/윤여일 옮김, 돌베개, 2017.12.29.
설을 앞두고 읍내에 과일을 사러 다녀온다. 설 언저리에는 마을에서 읍내로 가는 버스가 매우 한갓지다. 그러나 읍내에는 자동차물결로 엄청나다. 더구나 길에 돌아다니는 사람마저 넘친다. 설 언저리에는 그동안 서울이며 큰도시에 살던 사람이 시골로 몽땅 찾아드니 찻길에는 자동차로, 거님길에는 사람으로 물결이 친다. 시골버스도, 짐차도, 서울서 온 자가용도 찻길에서 꼼짝을 못한다. 나는 《재일의 틈새에서》라는 살짝 도톰한 책을 챙겼다. 잘 챙겼지 싶다. 뜻밖에 길에서 오래 보내야 했으니. 재일조선인으로 살아온 나날뿐 아니라, 일제강점기에 한국에서 일본말이나 조선말을 어떻게 배웠는가를 낱낱이 밝힌다. 훌륭한 역사 이야기이지 싶다. 그런데 대학교수인 옮긴이는 ‘번역 아닌 토씨 바꾸기’만 했구나 싶어서, 재일 지식인이나 한국 지식인이 어떤 ‘일본 말씨·번역 말씨’를 쓰는가를 엿볼 수 있다. 긴 나날에 걸쳐 쓴 글을 묶다 보니 똑같은 줄거리가 자꾸 나온다. 똑같은 줄거리라면 덜어내어 부피를 줄여도 되었지 싶다. 옮김말도 엮음새도 아쉽다. 책이 퍽 무겁다. 우리가 돌아볼 무게는 ‘재일·남북녘·역사·갈라섬·제국주의·독재·따돌림·가르침’일 테지. 시골버스에 앉아서 읽어도 책무게 탓에 손목이 저리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