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보기가 못 되는 틀
[오락가락 국어사전 6] ‘본·보기 = 본보기’라면?
우리 사전이 참다운 보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즐거우면서 좋은 보기가 되고, 아름다우면서 멋진 보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렇지만 아직 우리 사전은 참보기도 좋은보기도 멋보기도 못 되기 일쑤입니다. 낡은 틀을 벗지 못하는 탓이요, 낡은 틀을 알아채지 않는 탓입니다. 사전에 모든 낱말을 올리려 하기보다는 덧없거나 쓸모없는 군말을 털어낼 줄 알아야겠고, 올림말로 삼는 낱말을 제대로 깊고 넓게 풀이하면서 이야기할 줄 알아야지 싶습니다.
실력(實力) : 1. 실제로 갖추고 있는 힘이나 능력 2. 강제력이나 무력
힘 : 1. 사람이나 동물이 몸에 갖추고 있으면서 스스로 움직이거나 다른 물건을 움직이게 하는 근육 작용 2. 일이나 활동에 도움이나 의지가 되는 것 3.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나 역량 4. 개인이나 단체를 통제하고 강제적으로 따르게 할 수 있는 세력이나 권력
능력(能力) : 1. 일을 감당해 낼 수 있는 힘 ≒ 역능(力能)
어떤 일을 할 수 있기에 ‘힘’이 있습니다. 이 힘을 ‘실력’이나 ‘능력’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힘이기에 ‘힘’이라고만 해도 됩니다. 참으로 있는 힘이라면 ‘참힘’이라 할 만하겠지요. 일하는 힘은 ‘일힘’처럼 새로 나타낼 만합니다. 노는 힘은 ‘놀이힘’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밥힘, 글힘, 말힘, 손힘, 다리힘, 머리힘, 생각힘, 사랑힘처럼 온갖 힘을 헤아릴 만합니다.
포물선(抛物線) : 1. 물체가 반원 모양을 그리며 날아가는 선 ≒ 팔매선 2. [수학] 이차 곡선의 하나
팔매선(-線) : = 포물선
팔매금 : x
팔매줄 : x
팔매 : 작고 단단한 돌 따위를 손에 쥐고, 팔을 힘껏 흔들어서 멀리 내던짐. 또는 그런 물건
돌을 내던지면 위쪽으로 둥글게 그리면서 날아가다가 떨어집니다. 이를 ‘팔매’라 하지요. 그러니 ‘팔매금·팔매줄’ 같은 말을 쓰면 될 텐데 ‘포물선’이라는 한자말만 널리 쓰는구나 싶어요. 반만 둥근 줄이나 금이라면 ‘
철야(徹夜) : = 밤샘
밤샘 : 잠을 자지 않고 밤을 보냄 ≒ 철소·철야·철효·통소
밤을 새우기에 ‘밤샘’이니, ‘철야’는 “→ 밤샘”으로 다루면 됩니다. ‘밤샘’ 말풀이에 달린 비슷한말이라는 한자말은 몽땅 털어내 줍니다. 비슷한말을 붙이려 현다면 ‘밤새움’이나 ‘밤새기·밤새우기’나 ‘밤일하기·밤샘일’ 같은 낱말을 붙여야지 싶습니다.
종내(終乃) : 1. (주로 부정을 나타내는 말과 함께 쓰여) = 끝내 2. = 끝내
끝내 : 1. (주로 부정을 나타내는 말과 함께 쓰여) 끝까지 내내 ≒ 종내·종시(終是) 2. 끝에 가서 드디어
끝까지 내내를 가리킬 적에는 ‘끝내’ 한 마디면 넉넉합니다. 또는 ‘끝끝내·마침내’를 쓸 수 있습니다. ‘종내·종시’는 사전에서 털어내거나 “→ 끝내”로 다루어야지 싶습니다.
만개(滿開) : 1. = 만발. ‘만발’, ‘활짝 핌’으로 순화 2. 활짝 열어 놓음 3. 돛을 돛대 끝까지 펴서 올림
만발(滿發) : 꽃이 활짝 다 핌
‘만개·만발’ 모두 “활짝 핌”을 가리킨다면 “활짝 피다”로 둘 모두 고쳐쓸 노릇이겠지요. “가득 피다”로 고쳐써도 될 테고요. 한국말 ‘흐드러지다’에 셋째 뜻으로 “꽃이 활짝 피거나 가득 피다”를 새로 붙여 주어도 좋습니다.
본(本) : 1. = 본보기 2. 버선이나 옷 따위를 만들 때에 쓰기 위하여 본보기로 만든 실물 크기의 물건 3. = 관향(貫鄕) 4. = 본전(本錢)
본보기(本-) : 1. 본을 받을 만한 대상 2. 어떤 사실을 설명하거나 증명하기 위하여 내세워 보이는 대표적인 것 3. 어떤 조치를 취하기 위하여 대표로 내세워 보이는 것 4. 본을 보이기 위한 물건
보기 : = 본보기
예(例) : 1. 본보기가 될 만한 사물. ‘보기’로 순화
‘본’이나 ‘보기’를 “= 본보기”로 풀이하지만, ‘본보기’는 “본을 받을 대상”이라 하니 뒤죽박죽 겹말풀이입니다. ‘본’하고 ‘본보기’를 “→ 보기”로 손질하고서 ‘보기’에 알맞게 뜻풀이를 달아야겠지요. 더 살펴보면 ‘본 2’을 “본보기로 만든 실물 크기의 물건”처럼 풀이하니 매우 얄궂어요. ‘보기’ 한 마디이면 넉넉합니다. 또는 ‘옷보기’라 써 볼 수 있고, ‘좋은보기’나 ‘글보기’처럼 차근차근 새말을 지을 만합니다.
비옥하다(肥沃-) : 땅이 걸고 기름지다. ‘걸다’, ‘기름지다’로 순화
걸다 : 1. 흙이나 거름 따위가 기름지고 양분이 많다 2. 액체 따위가 내용물이 많고 진하다 3. 음식 따위가 가짓수가 많고 푸짐하다 4. 말씨나 솜씨가 거리낌이 없고 푸지다 5. 푸짐하고 배부르다
기름지다 : 1. 음식물 따위에 기름기가 많다 2. 사람이나 동물 따위가 살지고 기름기가 많다 3. 영양 상태가 좋아서 식물의 잎이나 줄기가 싱싱하고 윤기가 있다 4. 땅이 매우 걸다
‘비옥하다’를 “걸고 기름지다”라 풀이하면서, ‘걸다’는 ‘기름지다’로 풀이하고, ‘기름지다’는 ‘걸다’로 풀이하는 사전입니다. 그나마 ‘비옥하다’는 ‘걸다’나 ‘기름지다’로 고쳐쓰라고 적지만, 이 엉성한 실타래를 풀어야겠습니다. ‘비옥하다’에는 뜻풀이 아닌 “→ 걸다, 비옥하다”만 달면 됩니다.
무섭다 : 1. 어떤 대상에 대하여 꺼려지거나 무슨 일이 일어날까 겁나는 데가 있다 2. 두려움이나 놀라움을 느낄 만큼 성질이나 기세 따위가 몹시 사납다
두렵다 : 1. 어떤 대상을 무서워하여 마음이 불안하다 2. 마음에 꺼리거나 염려스럽다
겁쟁이(怯-) : 겁이 많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겁(怯) : 무서워하는 마음. 또는 그런 심리적 경향
겁나다(怯-) : 무섭거나 두려운 마음이 생기다
‘무섭다’를 왜 ‘겁나다’로 풀이하고, ‘두렵다’는 왜 ‘무섭다’로 풀이해야 할까요? 이러면서 ‘겁’을 ‘무섭다’로 풀이하고, ‘겁나다’는 ‘무섭다’하고 ‘두렵다’로 풀이하는군요. 몹시 얄궂습니다. ‘겁·겁쟁이’는 털어내고 ‘무섭다·두렵다’를 제대로 풀이해야겠습니다. ‘겁쟁이’는 ‘두렴쟁이’나 ‘무섬쟁이’로 손질하도록 알려주면 좋겠습니다.
걱정없다 : x
근심없다 : x
태평(太平/泰平) : 1. 나라가 안정되어 아무 걱정 없고 평안함 ≒ 태강(太康) 2. 마음에 아무 근심 걱정이 없음
사전에 ‘걱정없다’가 없군요. ‘근심없다’도 없어요. 근심이나 걱정이 없다는 뜻을 나타내는 ‘태평’이라는 한자말은 있고요. ‘걱정없다·근심없다’는 꼭 올림말로 다루어야겠습니다. 이러면서 ‘걱정있다·근심있다’도 올림말로 다루어야지 싶어요. 우리는 걱정이나 근심이 없이 살기도 하지만, 걱정이나 근심이 가득한 채 살기도 하니까요.
수완(手腕) : 1. 일을 꾸미거나 치러 나가는 재간 2. = 손회목
솜씨 : 1. 손을 놀려 무엇을 만들거나 어떤 일을 하는 재주 ≒ 수품(手品) 2. 일을 처리하는 수단이나 수완
‘솜씨’를 ‘수완’이라는 한자말로 풀이하지만, 이는 알맞지 않습니다. ‘수완’은 “→ 솜씨”로 다루고, ‘솜씨’ 말풀이를 올바로 가다듬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솜씨’는 ‘재주’하고 결이 비슷하지만 다른 만큼, 두 낱말을 제대로 갈라서 풀이해야겠지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