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홍차 - 생활밀착형 홍차만화
김줄 그림, 최예선 글 / 모요사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750


술 아닌 차 한 잔을 나누는 즐거움
― 오늘은 홍차
 김줄 그림·최예선 글
 모요사, 2017.2.14.


‘이것이 현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는데. 꼭 보상받는 건 아니구나.’ (19쪽)

‘막 세탁한 이불의 향긋하고 보송보송한 느낌이 너무 좋아서 나는 늘 이러고 장난을 쳤는데, 평소 꽤 엄했던 엄마도 그때만큼은 이상하게 혼을 내지 않으시더라.’ (53쪽)


  술 한 잔으로 슬픔이나 아픔을 달래는 분이 있습니다. 참말로 술 한 잔은 우리 마음을 찬찬히 녹이곤 합니다. 그러나 어떤 분은 술 한 잔으로 슬픔이나 아픔을 달래기보다는 다른 사람을 해코지하는 짓을 저지르기도 해요. ‘술김’에 모르고 그랬다느니, ‘거나한’ 나머지 하나도 안 떠오른다고 핑계를 대지요. 갖은 성추행이 술김이나 거나한 나머지 생겨요.

  참 많은 사내들이 술김에 몹쓸 짓이나 모진 말썽을 일으켰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봅니다. 사내들은 왜 사람(누구보다도 가시내)을 만날 적에 굳이 술을 함께 마시자고 할까요? 술김에 자꾸 몹쓸 짓을 저지르고 거나한 탓에 모진 말썽을 일으킨다면, 사람을 만날 적에 술 아닌 차를 마시면 좋을 텐데요. 찻물을 마시다가 ‘찻김’에 말썽을 일으켰다는 얘기는 아직 들은 적이 없거든요.


“일곱 가지 꽃과 여섯 가지 허브를 섞었어요.” “아, 그래서 이렇게 다양한 맛이 나는구나. 이런 맛은 처음이에요.” (29쪽)

“모든 걸 잊게 하는 마법의 약은 아니지만, 차를 마시는 동안은 잠시 잊을 수 있지요. 쉼표가 필요할 때마다 홍차를 마셔 봐요. 조금은 다른 내가 되어 있을 거예요.” (31쪽)


  만화책 《오늘은 홍차》(모요사, 2017)를 읽습니다. 이 만화책에 나오는 ‘차를 마시는 사람’은 거의 다 가시내입니다. 그리고 이들 ‘차를 마시는 가시내’는 일터나 집에서 짜증이나 괴로움을 잔뜩 짊어집니다. 힘들된 어느 날 차 한 잔을 만나면서 온누리를 보는 눈이 달라진대요. 고되던 어느 날 차 두 잔을 만나면서 나를 스스로 바라보는 눈도 바뀌었대요.


‘겨우 홍차 한 잔에 달라진 내 모습에 킥킥대다가, 문득 깨달았죠. 작은 것 하나가 바뀌면 다른 것들도 조금씩 바뀌어서, 결국엔 모든 것이 완전히 달라지는 게 아닐까?’ (72쪽)

‘몸과 마음이 밀착되는 느낌이 들면서 내 마음이 말하는 게 조금씩 들리기 시작해요. 이 감각이 바로 ‘나’구나.’ (78∼79쪽)


  차 한 잔은 아주 대단하거나 커다랗지 않습니다. 차 한 잔은 참으로 작습니다. 고작 찻물입니다. 그런데 이 작은 찻물이 우리 몸을 바꾸어요. 몇 모금 찻물을 홀짝이다가 어느새 우리 마음까지 바꿉니다.

  우리 몸을 우리가 스스로 따뜻하게 감싸면서 우리 마음을 우리가 스스로 따뜻하게 어루만진다고 할 만합니다. 몇 모금 찻물로 몸을 따뜻하게 감싸니, 따뜻한 몸에서 피어나는 마음이 덩달아 따뜻합니다. 따뜻한 몸이랑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말도 따뜻하면서 새롭게 기운이 흘러요.

  술도 자리에 따라서 무척 즐거운 마실거리가 됩니다. 다만 술만 마시다가는 말썽으로 이어지지 싶어요. 술을 가만가만 줄이면서 찻물로 바꾸어 볼 수 있다면, 어른 아이 다 같이 둘러앉아 서로 찻잔을 나눌 수 있다면, 향긋한 풀내음을 찻내음으로 바꾸고, 달콤한 꽃내음을 달콤한 찻내음으로 바꿀 수 있다면, 참으로 우리 삶을 우리 손으로 바꿀 만하지 싶습니다.


“좋은 타이밍을 놓쳤다고 해서 일을 완전히 망치는 건 아니에요. 타이밍을 놓친 덕분에 이렇게 맛있는 밀크티를 마실 수 있잖아요?” (112쪽)

“모두 자기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어. 각양각색의 찻잔과 홍차들처럼.” (203쪽)


  술도 차도 모두 물입니다. 한쪽 물은 우리 몸을 얼근하게 바꿉니다. 다른 한쪽 물은 우리 몸을 따뜻하게 바꿉니다. 지나치게 들이켠 술이란, 막술이란, 얼근한 몸을 넘어 헬렐레한 몸으로 바꾸는 나머지 막짓이나 막말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따뜻하게 마시는 차란, 부드러우면서 넉넉한 찻물이란, 따스한 몸을 거쳐 따스한 마음으로 바꾸는 즐거움으로 으레 이어져요.


“인도에서는 네팔의 찌아와 꼭 닮은 짜이가, 한국 강진에서는 구수한 야생 발효차가, 일본에서는 연둣빛 녹차가, 프랑스에서는 짙은 홍차가, 그리고 트리샤는 알게 되었죠. 누군가 ‘차’라고 말할 때, 세상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것을 떠올린다는 것을.” (256쪽)


  온누리 어느 곳에서나 찻물을 나눕니다. 인도도 네팔도 한국도 일본도 프랑스도, 또 숱한 나라마다, 골골샅샅 어디에나, 몸을 따뜻하게 달래고 마음을 포근하게 쓰다듬는 찻물이 흐릅니다.

  함께 따뜻하기를 빕니다. 몹쓸 손길이 아닌 따스하면서 고운 손길을 나누기를 빕니다. 향긋하면서 너른 마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엉큼한 손길은 이제 스러지고 상냥한 손길로 어깨동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18.2.13.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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