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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다람쥐 얼 ㅣ 그림책은 내 친구 26
돈 프리먼 글.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2010년 11월
평점 :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790
사람하고 동무로 지내던 어린 다람쥐는 ……
― 꼬마 다람쥐 얼
돈 프리먼/햇살과나무꾼 옮김
논장, 2010.11.18.
아이는 배우면서 자랍니다. 어른은 가르치면서 자라고요. 아이는 배우는 즐거움으로 무럭무럭 큽니다. 어버이는 가르치는 기쁨으로 새롭게 크지요. 아이만 자라지 않는다고 느껴요. 어른은 언제나 아이 곁에서 함께 자라는구나 싶어요. 아이만 배울 수 없다고 느껴요. 어버이는 아이를 가르치면서 새롭게 삶을 배우지 싶습니다.
하지만 얼은 도토리를 어떻게 구하는지 몰랐어요. 그래서 친구인 질네 집으로 쪼르르 달려갔죠.
질이 인사했어요. “안녕, 얼.” (2∼3쪽)
1908년에 태어나 1978년에 이승을 떠난 돈 프리먼 님이 남긴 그림책 가운데 하나인 《꼬마 다람쥐 얼》(논장, 2010)을 아이들하고 읽으면서 서로 다른 대목에서 재미있다고 느낍니다.
아이들은 어린 다람쥐가 귀여워 보여 재미있고, 무서워 보이는 소를 코앞에 두고도 소 콧잔등에 올라탄다든지 씩씩하게 다람쥐를 얻으려는 몸짓에서 깔깔깔 웃습니다. 어버이인 저는 어린 다람쥐가 어미 다람쥐가 들려주는 말을 못 알아들으면서 늘 엉성한 몸짓을 되풀이하는 모습이 재미있고, 이러면서도 어린 다람쥐는 어미 다람쥐하고 다른 길을 스스로 새롭게 찾아내려고 애쓰는 몸짓이 재미있습니다.
엄마가 야단을 쳤어요. “도대체 호두까기를 쓰는 다람쥐가 어딨어? 기가 막혀서, 원. 질한테 받았지? 보다 마나 그 도토리도 질이 줬겠지. 그 여자애 때문에 버릇 다 버리겠구나! 그 호두까기, 당장 가져다줘!” (8쪽)
그림책에 나오는 어린 다람쥐는 ‘질’이라는 어린 가시내하고 동무입니다. 어미 다람쥐는 ‘다람쥐가 어떻게 사람하고 동무가 되느냐!’면서 매우 싫어합니다. 어린 다람쥐는 질하고 어울려 놀기도 하고 도움도 받습니다. 질은 어린 다람쥐를 이뻐하면서 즐겁습니다. 어린 다람쥐는 질한테 숲 이야기를 들려줄 테니, 질은 어린 다람쥐한테서 숲을 배우며 즐겁기도 하겠지요. 아마 둘은 서로 다른 말(사람 말하고 다람쥐 말)을 쓸 테지만 마음으로 이어지지 싶어요.
이와 달리 어미 다람쥐는 어린 다람쥐가 제발 ‘다람쥐로서 다람쥐답게 다람쥐처럼’ 굴기를 바랍니다. 사람 손길을 타지 말고 스스로 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림책 《꼬마 다람쥐 얼》을 읽는 내내 어미 다람쥐 마음을 새록새록 느끼면서도, 자꾸 어린 다람쥐 말이나 몸짓에 마음이 갑니다. 사람하고 동무로 지내면서도 얼마든지 홀로서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어쩌면 사람 가운데 누가 마을을 떠나 숲으로 깃들면서 다람쥐하고 숲살림을 지을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은 어린 다람쥐가 사람한테서 이래저래 도움을 받는다 하더라도, 앞으로는 어린 다람쥐가 사람한테 ‘숲에서 살아가는 길’을 차근차근 알려주면서 도와줄 수 있어요.
엄마 말이 맞아요. 그날 밤 저녁을 먹고 나서, 얼은 목도리를 보자기처럼 묶었어요.
얼은 엄마가 잠든 틈을 타서 몰래 빠져나갔어요. 엄마한테 자기도 도토리를 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16∼17쪽)
배우면서 자라는 아이들은 언제나 아이 나름대로 새롭게 길을 연다고 느낍니다. 어른이나 어버이 눈으로 보자면 어설프거나 엉뚱하다 싶은 길일는지 모르나, 찬찬히 지켜보노라면 처음에만 어설프거나 엉뚱하게 보일 뿐, 이제껏 없던 즐거운 날갯짓이 드러나는구나 싶습니다.
이리하여 어른하고 어버이는 아이를 가르치면서 자라요. 아이한테 눈높이를 맞추어 말하거나 이야기하는 길을 새롭게 배우지요. 아이한테 몸높이를 맞추어 심부름을 맡기거나 함께 일하는 길을 새삼스레 배워요. 아이하고 집살림을 일구면서 서로 기쁠 길을 새롭게 익히고, 아이랑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추면서 ‘살아가는 기쁨’을 다시금 돌아볼 수 있습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어린 다람쥐는 어느 날 밤에 다짐을 한답니다. 어미 다람쥐 곁을 한동안 떠나서, 사람 동무한테서도 멀리 떨어진 채, 혼자 다람쥐를 찾아내어 집으로 가져오겠노라 다짐을 한다는군요. 몸으로 부딪히려 합니다. 마음을 단단히 다스리려 합니다. 씩씩하게 살아가려 하고, 다부진 살림을 지으려 합니다.
온누리 골골샅샅에서 아이들이 활짝 웃으면서 배우면 좋겠습니다. 온누리 어디에서나 어른하고 어버이 모두 한결 상냥한 낯빛하고 목소리로 가르치면 좋겠습니다. 2018.2.10.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그림책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