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2.6.


《불맛》

구광렬 글, 실천문학사, 2009.12.14.



  소리를 듣는다. 별이 흐르는 소리를 듣고, 해가 뜨는 소리를 듣는다. 두 아이가 일어나는 소리를 듣고, 장난감을 손에 쥐는 소리를 듣는다. 밥이 끓는 소리를 듣고, 국물이 보글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우리가 하는 말을 듣고, 유투브라는 길을 거쳐 이웃나라 사람들 목소리를 듣는다. 곁님이 문득 ‘말 = 소리’라고 이야기한다. 말소리란 목소리요, 목소리란 말소리라는, 마땅하다면 아주 마땅하고, 아무것도 아니라면 아무것도 아닌 얼개를 혀에 얹는다. 말을 나눌 적에는 저마다 다르게 받아들인 뒤에 저마다 다르게 내놓는 소리를 나누는 셈이다. 시집 《불맛》을 읽는데 이야기 한복판으로 스며들기가 만만하지 않다. 시를 쓴 분이 소리를 살짝 낮추어 주면 좋겠다고, 깊은 곳에서 목을 거쳐 나오는 소리가 아니라면 굳이 싯말로 담지 않아도 좋겠다고, 치레하거나 꾸미는 말을 굳이 붙여서 잔소리가 늘어나지 않게 하면 좋겠다고 느낀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동무나 아이한테 잔소리를 쉽게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곁소리라든지 사랑소리라든지 웃음소리를 들려줄 수 있다. 목소리뿐 아니라 숨소리를 나눌 수 있고, 말소리뿐 아니라 노랫소리를 나눌 수 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