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2.3.
《‘임꺽정’ 우리말 용례사전》
민충환 엮음, 집문당, 1995.11.15.
소설가 한 사람이 소설 하나에 담은 낱말을 살펴서 그러모은 《‘임꺽정’ 우리말 용례사전》은 우리 사전이 나아갈 길을 자그맣게 밝힌다. 모든 낱말을 모으지 않았고, 그저 소설책에 나온 낱말을 모았을 뿐인데 도톰한 책 하나가 된다. 요즈음 한국에서 소설을 쓰는 이 가운데 누가 ‘아무개 소설 사전’을 엮을 수 있을 만큼 온갖 낱말을 두루 쓰거나 다룰 줄 알면서 말살림을 가꿀 만할까? 아무래도 아무도 안 떠오른다. 소설뿐 아니라 시에서도 매한가지이다. ‘아무개 시 사전’을 엮을 수 있도록 말을 말답게 살리고 살찌우면서 살피는 이는 누구일까? 어느 모로 본다면 소설지기나 시지기뿐 아니라, 여느 글을 쓰거나 읽는 우리 스스로 말을 말답게 살피거나 살찌우거나 살릴 줄 모르지 싶다. 여느 자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부터 말을 말다이 나누는 삶일 적에 소설지기나 시지기도 한껏 말날개를 펼치지 않을까? 저녁빛이 고즈넉하다. 저녁별이 밝다. 저녁구름이 좋다. 아이들하고 놀다가, 그림책을 읽다가,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동영상을 사서 보다가, ‘윤식당’ 동영상도 사서 보다가, 불을 다 끄고서 촛불 한 자루를 켠 다음 가만히 꿈을 그리고는 아이들하고 잠자리에 든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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