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을 짓는 글쓰기
나는 나 아닌 사람을 잘 모른다. 그렇다고 영 모른 채 살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함께 살아가는 숨결을 읽고 느끼고 헤아리고 사랑하면서 알려고 한다. 그런데 나는 다른 이들이 글을 어떻게 쓰는지 모르기도 하고,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데, 참 뜻밖이라고 느끼면서 놀란 한 가지가 있다. 글을 쓰는 꽤 많은 이들이 ‘국어사전을 안 찾아보고 안 읽으며 안 살피’더라. 게다가 어쩌다가 찾아본다고 하더라도 ‘국어사전에조차 다 나온 이야기’를 읽어내어 제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기까지 하더라. 더구나 요새는 ‘인터넷 포털 찾아보기’는 해도 막상 ‘국어사전에서 말뜻하고 말쓰임하고 보기글하고 말결을 찾아보기’는 안 하더라. 다만 국어사전에도 잘못된 대목이 무척 많다. 나는 국어사전을 짓는 일을 하고, 국립국어원을 비롯해서 다른 국어사전에서 틀리거나 어긋나거나 엉뚱한 대목을 짚어서 바로잡도록 알려주는 일도 한다. 아무래도 내가 국어사전을 짓거나 손질하는 일을 하기에 늘 국어사전을 옆구리에 끼고 살는지 모르리라. 국어사전을 쓰듯 글을 쓰고, 글을 쓰듯 국어사전을 쓸는지 모르고. 그런데 글을 쓰자면 이 글이 얼마나 글결·글씨·글길·글짜임에 맞는가를 하나하나 짚고 따지고 살피고 돌아보고 다듬고 갈고닦아야 하지 않나? 국어사전을 짓는 일을 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전을 꼼꼼히 읽고 새기면서 글을 가다듬어야 하지 않나? 사전에서 엉성한 대목이 많아도 배울 대목도 많은데, 사전이 없이 무슨 글을 쓰려고 하는지 참으로 놀랍다. 2018.2.3.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