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여우 씨 동화는 내 친구 48
로알드 달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퀸틴 블레이크 그림 / 논장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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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아 우리는 할 수 있단다

[내 사랑 1000권] 26. 로알드 달 《멋진 여우 씨》



  로알드 달 님이 《멋진 여우 씨》라는 어린이문학을 쓴 줄은 뒤늦게 알았습니다. 먼저 영화를 보았어요. 영화를 보고 한참 뒤에 생각했지요. 로알드 달 님이 쓴 글로 영화를 찍었다면, 글이 있겠구나 하고요. 아주 마땅한 노릇이지만 영화를 한참 보고 자꾸 볼 적에는 이를 못 깨달았어요.


  한국말로는 2007년에 처음 나왔고 2017년에 새판으로 나옵니다. 영화만큼 사랑받지는 못하는구나 싶은데, 어린이문학 《멋진 여우 씨》에는 어버이 여우하고 아이 여우가 서로 어떻게 살림을 짓는가 하는 대목을 잘 그립니다. 이와 맞물려서 ‘살림을 안 짓고 제 밥그릇만 따지는 어른 사람’들이 얼마나 바보스럽고 어리석은가를 재미나게 견주어서 보여주어요.


  어른 사람은 그저 먹고 마시고 싸우고 총을 들 뿐입니다. 어버이 여우는 어떻게 하면 슬기롭고 즐겁게 살림을 지으면서 이를 아이들한테 물려줄까 하고 생각합니다. 어른 사람은 이웃하고 나누려는 생각이 터럭만큼도 없으나, 어버이 여우는 이웃하고 함께 지낼 너른 숲을 꿈꾸어요.


  아이 여우가 오랫동안 굴을 파다가 드디어 먹잇감을 찾아냈을 적에 어버이 여우는 아이들을 가볍게 타일러요. 오랫동안 못 먹은 몸에 고기(밥)를 섣불리 넣으면 안 된다고, 물부터 가볍게 축이고 기다려야 한다고 말이지요.


  글로 쓴 《멋진 여우 씨》를 읽으면 이러한 대목을 낱낱이 짚을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이러한 대목을 살리지 않았어요. 영화는 아무래도 ‘보는 재미’에 맞추어 ‘더 멋진 그림’을 살리려 했어요. 이와 달리 글은 ‘마음으로 그리는 기쁨’에 맞추더군요. 아이들이 이 글을 읽으면서 처음부터 읽어낼는지 나중에 알아챌는지 알 수는 없어요. 다만 슬기로운 길을 걸어가려고 하는 어버이 여우 마음을 찬찬히 읽고 느끼리라 봅니다. 아름다운 글이란 찬찬히 스미기 마련이에요. 사랑스러운 살림이란 시나브로 퍼지기 마련이에요. 어릴 적에 기숙학교에서 받은 끔찍한 괴롭힘을 오히려 너른 사랑으로 품은 로알드 달 님 작품은 참 따뜻합니다. 2018.1.29.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넋/책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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