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책마을



  미국 제약업계 이야기를 그끄제 들었습니다. 마약하고 ‘마약 치료제’를 놓고서 슬그머니 곱절 돈벌이를 한대요. 한쪽에서는 여느 미국사람이 마약에 길들 수밖에 없도록 내몰면서 장사를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같은 제약회사가 마약 치료제를 팔아서 장사를 한다지요. 마치 한국에서 건설업계하고 정부가 짬짜미하듯 벌이는 ‘막공사+되살림’하고 엇비슷합니다. 4대강사업을 하느라 엄청나게 돈을 쏟아부었는데, 이를 도로 물리며 물길이 제대로 하도록 하자면 또 엄청나게 토목건설에 돈을 쏟아부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은 책마을에서도 비슷하게 불거져요. 책마을에서 큰손인 분들이 이쪽에서는 어떤 책장사로 떼돈을 벌면서 책흐름이 치우치도록 내몰고, 같은 큰손인 분들이 저쪽으로 가서 슬그머니 ‘출판계 위기’라는 이름을 들먹이면서 강의를 하거나 책을 내지요. 그 큰손인 분들이 말씀하는 ‘책마을 벼랑길(출판계 위기)’이란 바로 그분들이 큰돈을 들여서 큰물결을 일으킨 짓 때문에 불거지는데, 그분들로서는 이쪽에서는 이 장사로 돈하고 이름을 얻으면서 저쪽에서는 저 장사로 돈이랑 이름을 거머쥔달까요. 워낙 큰손인 분들이라 강의마당까지 넓고 크게 차지하면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시거든요. 그러나 책마을 일꾼은 모두 큰손이지 않습니다. 책마을에는 작은손인 일꾼이 많습니다. 비록 큰손이 큰돈을 벌고 큰이름을 얻으려고 큰짓을 하십니다만, 작은손인 책지기는 작은돈으로 작은이웃을 사귀면서 작은마을에서 작은책방을 사랑하는 작은길을 걸어요. 큰손인 분들이 꾀하는 아찔한 몸짓은 시나브로 마을책방지기가 눈치를 채거나 알아차립니다. 우리는 길도 무덤도 스스로 팝니다. 부디 큰손인 분들이 큰몸을 내려놓고서, 책마을이웃으로 상냥하고 목소리 낮추는 수수한 일꾼 노릇을 조그맣게 맡기를 바라 마지 않습니다. 2018.1.22.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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