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새로운 세상이 온다
시릴 디옹 지음, 권지현 옮김 / 한울림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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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책 읽기 135


길을 늘리니 자동차도 늘어난다, 그렇다면?
― 내일 새로운 세상이 온다
 시릴 디옹/권지현 옮김
 한울림, 2017.9.27.


모든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이 하나같이 1면으로 다뤄야 마땅할 이 정보를 블로그 포스트로 올렸다. 프랑스의 가장 유력한 일간지 〈르몽드〉도 마찬가지였다. (17쪽)

오늘날의 시장경제 체제는 식량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 환경을 파괴하면서도 정작 생산한 식량 중 3분의 1을 폐기합니다. (36쪽)

오늘날 우리는 가공식품에 의존하는 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요리하는 시간도,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시간도 줄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완벽하게 식품업계가 제안하는 식습관에 적응해 버렸지요. (55쪽)


  날마다 신문이 나오고 방송이 흐릅니다. 그러면 신문이나 방송 머릿글은 무엇을 다룰까요? 우리는 무엇을 알거나 듣거나 헤아리면 좋을까요?

  바보스럽거나 얼빠진 이들이 저지른 시커먼 이야기를 머릿글로 다루는 일이 나쁘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신문이나 방송은 머릿글을 늘 이러한 이야기를 다루는데, 정작 이 바보스럽거나 얼빠진 일은 사그라들거나 줄어들 낌새가 없습니다.

  어쩌면, 어쩌면, 한번 생각해 볼 노릇입니다. 우리 스스로 참답게 살아갈 이야기를 머릿글로 안 다루는 터라 우리 스스로 참살림을 잊거나 잃지는 않을까요? 바보스럽거나 얼빠진 이들 이야기를 으레 머릿글로 마주하면서 우리 스스로 이들 바보꾼이나 얼간이를 나무라는 데에 온힘을 쏟고 말아, 막상 우리 살림살이를 알뜰하면서 아름다이 가꾸는 즐거운 길하고 멀어지지는 않을까요?


미국에서는 식량이 생산된 지역에서 소비될 지역에 도착하기까지 평균 2400킬로미터를 이동합니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지요. (75쪽)

우리는 정부처럼 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돈도 없습니다. 하지만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힘이 있어요. (89쪽)

보통 1헥타르의 땅에서 기계로 생산하는 양만큼을 우리는 1000제곱미터의 땅에서 생산합니다. 그러면 나머지 9000제곱미터에는 수백 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축을 기르고, 숲속 정원과 꿀벌 채집장을 만들고, 늪을 두고, 집을 지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1헥타르의 땅에 훨씬 풍요로운 농원을 만드는 겁니다. (102쪽)


  《내일 새로운 세상이 온다》(한울림, 2017)를 쓴 시릴 디옹 님은 예전에 어린이책으로 《내일》을 쓴 적 있습니다. 같은 이름을 붙이되 뒷말을 더 붙인 새로운 숲책에서는 도무지 달라지지 않는 프랑스 정치나 사회를 비롯해 지구 곳곳 참살림하고 거짓살림을 몸소 찾아다닌 이야기를 다룹니다.

  왜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날마다 머릿글로 똑같이 바보 정치꾼 이야기를 다루기만 할까 하고 갸우뚱해 합니다. 우리가 참말로 알아야 할 이야기는 왜 머릿글로 안 다룰 뿐 아니라, 사람들이 누구나 손쉽게 도시에서도 할 수 있는 참살림은 왜 안 보여줄까 하고 아리송해 합니다.

  그리고 이 궁금함을 여러 나라 여러 이웃한테 여쭈지요. 여러 나라 여러 이웃은 상냥하게 웃으며 말해요. 기계나 기름을 안 쓰고 땅을 지으면 아주 적은 땅뙈기에서 외려 더 많은 먹을거리를 얻을 뿐 아니라, 나머지 훨씬 너른 땅을 숲처럼 가꾸고 고운 보금자리까지 지어서 아주 넉넉하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다고 말예요. 신문이나 방송을 내려놓고서 우리 보금자리를 바라보자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에너지 전환을 하면 일자리가 창출되고, 지구 생태계에도 유익하고, 건강에도 좋은데 우리가 하지 않고 있다는 거군요. 거참 이상한 일이군요? (122쪽)

꿈을 꾸고, 자연 속을 걷고, 시를 읽고, 바람을 느끼고, 사랑하고,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 우리가 쓸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남아 있을까? (142쪽)


  《내일 새로운 세상이 온다》라는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어려운 듯하지만 쉽습니다. 거꾸로 말하자면 쉬운 듯하지만 어렵습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아주 쉬우면서 어려운 이야기를 묻기 때문입니다.

  우리 스스로 어떤 길을 가고 싶은가를 묻습니다. 커다란 핵발전소나 화력발전소를 그만두고 집집마다 집열판을 붙이는 얼거리로 바꾸면 돈이 훨씬 적게 들 뿐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까지 잔뜩 생긴다지만, 정작 이 길을 가는 나라는 드문 대목을 몸소 겪으면서 한 올 두 올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그리고 이러한 슬기로운 길을 가는 나라는 하나같이 ‘작은 나라’라고 해요. ‘커다란 나라’는, 커다란 정치힘이나 군대힘을 거느린 나라는, 참말 하나같이 더 많은 씀씀이로 더 헤프게 지구자원을 쓰면서 사람들을 길들인다고 합니다.

  한국은 어떤 나라일까요. 한국은 작으면서 알찬 나라일까요? 아니면 짐짓 크게 몸짓을 부풀리면서 속알이 빈 나라일까요?


비밀 하나 알려드릴까요? 우리는 지난 50년간의 연구를 통해 도로를 더 많이 만들수록 자동차 통행량이 더 많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놀라운 결과죠. (165쪽)

아무리 우리에게 극복하려는 의지가 있어도 우리는 이미 안락함과 자동화에 익숙해져 버렸다. 열렬한 환경운동가를 자처하는 사람들도 예외가 아니다. (173쪽)

요약하면, 지금의 통화 체계는 이자를 갚는 데 필요한 돈을 다른 사람에게서 가져와야 하는 경쟁으로 우리를 몰아넣고, 어쩔 수 없이 우리가 경제를 성장시킬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는 거군요. (227쪽)


  찻길을 늘리면 늘릴수록 자동차는 더 늘어난다고 합니다.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학자들이 지난 쉰 해에 걸쳐서 살핀 끝에 이러한 얼거리를 찾았다고 해요. 그러면 ‘길이 막히니 찻길을 늘린다’고 하는 정책은 순 엉터리인 셈입니다. 길이 막히면 오히려 찻길을 줄여야 하는 노릇이에요. 찻길을 줄일 적에 오히려 길이 안 막힌다고 합니다.

  걸어다니는 길을 늘리기에 걷기에도 좋으면서 자동차한테도 좋다지요. 고속도로를 늘린대서 자동차가 싱싱 달리지 않는다지요. 찻길을 늘리고, 자동차를 늘리며, 기름을 더 많이 쓰도록 하는 경제 얼거리란, 뒤에 숨은 몇몇 사람들 배를 불리는 길이 된다지요.


민주주의 혁신은 작은 차원에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인구 32만 명의 아이슬란드, 인구 450만 명의 아일랜드, 네덜란드, 덴마크, 핀란드, 벨기에 등 유럽의 작은 국가들이 이 분야의 선구자라는 사실은 우연이 아닙니다. (326쪽)

핀란드 교육체계는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배우는 법을 가르치고, 아이들의 자립성을 키우는 데 목적을 둔다. (391쪽)


  어제를 돌아보면서 오늘을 생각합니다. 오늘을 바라보면서 모레를 그립니다. 우리가 그릴 모레는 어떤 모습일 적에 즐거울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우리는 아이들한테 ‘스스로 어떻게 배울 수 있는가’를 가르치는지, 아니면 ‘대학 졸업장을 거머쥐어야 돈을 잘 벌 수 있다’는 생각을 집어넣는지 하루빨리 깨달을 노릇이지 싶습니다.

  입시지옥에 매달리느라 정작 손수 삶을 짓는 길하고 멀어지는 한국 아이들은 홀로서기를 할 힘이 없기 마련입니다. 입시공부만 하느라 밥짓기도 옷짓기도 집짓기도 배운 적이 없는 아이들은 대학교를 마치고 공무원이나 회사원이 된다 한들, 집살림을 할 줄 모르고, 아기를 낳아도 어떻게 보살펴야 하는가를 모릅니다. 게다가 너무 바빠요. 돈을 벌어야 하니까요.

  우리 앞날은 아름다운 꿈이 될 수 있을까요? 우리 앞날은 쳇바퀴처럼 빙글빙글 도는 수렁이 될까요? 아이도 아이입니다만, 우리 어른부터 어른으로서 즐겁고 고우며 사랑스러운 앞날을 마음에 그릴 수 있을는지요? 부디 우리 누구나 가슴에 꿈을 품고 기쁜 하루를 그리는 앞날을 맞이하기를 빕니다. 2018.1.18.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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