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흔한 말을 제대로 다룰 적에 사전

[오락가락 국어사전 2] ‘억지로=강제로’, ‘강제로=억지로’라니?



  사전에는 얼마나 어려운 낱말이 실려야 할까요? 사전은 어려운 낱말을 찾아보는 책일까요? 사전은 어떤 낱말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 책일까요?


  우리는 우리 사전을 아직 제대로 살피거나 바라보거나 읽거나 다루는 길을 모르지 싶습니다. 외국말을 어떻게 배우는가를 살짝 생각해 보기만 해도 사전에서 어떤 낱말을 찾아보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영어를 처음 배운다고 할 적에 어떤 낱말을 찾아볼까요?


  영어로 친다면 아주 쉬운 낱말부터 찾아볼 테지요. 영어 배우기 첫걸음인 사람들한테 어려운 낱말이 섞인 교과서나 교재를 쓰지 않을 테니까요.


  한국말을 처음 배우는 아이들은 사전에서 어떤 낱말을 찾아보아야 할까요? 바로 가장 쉽고 흔한 낱말을 찾아보아야 합니다. 쉽거나 흔한 낱말을 쉽게 찾아보면서 쉽고 또렷하게 배울 수 있도록 이끄는 책이 바로 사전입니다. 쉽거나 흔한 낱말부터 제대로 다룰 수 있어야 하는 책이 사전이지요.



억지로 : 이치나 조건에 맞지 아니하게 강제로

강제(强制) : 권력이나 위력(威力)으로 남의 자유의사를 억눌러 원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시킴



  ‘억지’라는 낱말을 사전에서 찾아볼 분이 있을까요? ‘억지 + 로’인 ‘억지로’를 찾아보면 ‘강제로’로 풀이해요. 한자말 ‘강제’를 찾아보면 ‘억지로’로 풀이합니다. 자, 우리는 이런 사전을 찾아보면서 말을 얼마나 잘 익힐 만할까요? 이런 뜻풀이를 그대로 두어야 할까요?



당연지사(當然之事) : 일의 앞뒤 사정을 놓고 판단할 때에 마땅히 그렇게 하여야 하거나 되리라고 여겨지는 일

당연하다(當然-) : 일의 앞뒤 사정을 놓고 볼 때 마땅히 그러하다

마땅하다 : 1. 행동이나 대상 따위가 일정한 조건에 어울리게 알맞다 2. 흡족하게 마음에 들다 3. 그렇게 하거나 되는 것이 이치로 보아 옳다



  사자성어라 하는 ‘당연지사’는 ‘마땅히’ 그렇게 하거나 되리라 여기는 일이라 한대요. ‘당연’이라는 한자말을 따로 찾아보면 ‘마땅히’ 그러한 모습을 가리킨다고 나와요. 가만히 생각해 볼 노릇입니다. 처음부터 텃말 ‘마땅하다’를 알맞게 쓰면 좋겠지요? “마땅한 일(←당연지사)”이라 하면 됩니다. ‘마땅하다(←당연하다)’라 하면 돼요.



외투(外套) : 추위를 막기 위하여 겉옷 위에 입는 옷을 통틀어 이르는 말 ≒ 오버(over)

오버(over) : 1. = 외투

겉옷 : 1. 겉에 입는 옷 ≒ 외의(外衣)·표의(表衣) 2. ‘외투’를 달리 이르는 말 3. 겉으로 나타난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겉옷’에 덧입는 옷을 ‘외투’라고 한다는데, ‘외투 = 외(外 : 바깥) + 투(套 : 덮개/씌우개)’를 가리킵니다. 곧 ‘외투 = 겉옷’이라는 한자 얼개입니다. 한자를 따지면 말밑이 ‘겉옷’일 뿐인 ‘외투’인데, 이 낱말을 “‘겉옷’에 덧입는 옷”이라 풀이하거나 쓰면 알맞을까요? 더욱이 ‘겉옷’을 찾아보면 “‘외투’를 달리 이르는 말”로 풀이합니다. 엉뚱한 말풀이입니다. 우리는 ‘겉옷’ 한 마디를 쓰면 넉넉합니다. ‘외투’도 ‘오버’도 털어낼 만합니다. 그리고 겉옷에 덧입는 옷이라면 ‘덧옷’ 같은 새말을 지을 수 있어요. ‘겉겉옷’이라든지 ‘덧겉옷’처럼 새말을 지어도 됩니다. ‘두툼옷’이라 해도 될 테고요.



매년(每年) : = 매해

매해(每-) : 1. 한 해 한 해 2. 해마다

해마다 : 그 해 그 해 ≒ 연부년

연부년(年復年) : = 해마다



  ‘매년’이라는 한자말을 ‘매해’로 풀이하는데, ‘매(每)’가 붙은 ‘매해’는 ‘해마다’로 풀이하지요. 처음부터 ‘해마다’로 쓰면 됩니다. 그런데 ‘해마다’에 ‘연부년’이라는 비슷한말을 달아 놓는군요. 이 한자말을 쓸 일이 있을까요? 쓰지 않는 한자말은 사전에서 털어야지 싶습니다. 알맞게 쓸 한자말이 아닌 군더더기 한자말 때문에 사전이 너무 두껍습니다.



나라 : 1. = 국가(國家) 2. 그 단어가 나타내는 사물의 세상이나 세계를 이르는 말

국가(國家) : 일정한 영토와 거기에 사는 사람들로 구성되고, 주권(主權)에 의한 하나의 통치 조직을 가지고 있는 사회 집단



  사전에서는 ‘나라’를 “= 국가”로 풀이하는 주먹질을 휘두릅니다. 찬찬히 생각해 보아야지 싶습니다. 먼먼 옛날부터 ‘나라’라는 말을 쓴 텃사람입니다. 오늘날에 ‘국가’라는 한자말도 써야 한다면 쓰되, 사전 말풀이는 앞뒤를 슬기롭게 살펴야겠지요. ‘국가 = 나라’ 또는 ‘국가 → 나라’로 바로잡아야겠습니다.



인륜지대사 : x

인륜대사(人倫大事) : 사람이 살아가면서 치르게 되는 큰 행사. 혼인이나 장례 따위를 이른다 ≒ 인간대사

큰일 : 결혼, 회갑, 초상 따위의 큰 잔치나 예식을 치르는 일 ≒ 대사(大事)

인간대사(人間大事) : = 인륜대사

대사(大事) : = 큰일



  ‘인륜지대사’나 ‘인륜대사’나 ‘인간대사’나 ‘대사’라고 하는 말은 모두 집안에서 벌이는 커다란 일을 가리킵니다. 한국말로는 단출히 ‘큰일’입니다. ‘큰일’ 한 마디이면 넉넉하겠지요.



갑작스럽다 : 미처 생각할 겨를이 없이 급하게 일어난 데가 있다 ≒ 거졸하다

거졸하다(遽卒-) : = 갑작스럽다



  ‘거졸하다’라는 한자말을 쓸 일이 있을까 궁금합니다. 사전에 이런 한자말을 굳이 실어야 하는지 아리송합니다. ‘갑작스럽다’ 한 마디이면 넉넉할 텐데요. 군더더기 한자말을 사전에 실을 일은 없다고 봅니다.



원문(原文) : 1. 베끼거나 번역하거나 퇴고한 글에 대한 본래의 글 2. = 본문(本文)

본래(本來) : 1. 사물이나 사실이 전하여 내려온 그 처음. ‘본디’로 순화 2. = 본디

본디(本-) : 사물이 전하여 내려온 그 처음

첫글 : x

처음글 : x

밑글 : 1. 배우고 있는 책에서 이미 배운 부분의 글 2. 이미 알고 있어 밑천이 되는 글



  ‘원문’이란 “본래의 글”이라 하고, ‘본래’란 ‘처음’이라 한다면서 ‘본디’로 고쳐쓰라고 합니다. 그런데 ‘본디(本-)’는 ‘처음’을 뜻한다지요. 알쏭달쏭한 돌림풀이입니다. ‘본래·본디’ 모두 ‘처음’으로 고쳐쓸 노릇이면서 ‘원문 → 처음글·첫글’처럼 다루어야 알맞구나 싶어요. 또는 ‘밑글’ 같은 낱말을 써 볼 만합니다. 사전에 ‘밑글’이 나오기는 하는데, 셋째 뜻을 붙여 볼 만하지 싶습니다. “3. 베끼거나 옮기거나 손질한 글에 앞서 처음 있던 글”처럼 뜻풀이를 붙일 수 있어요.



경박(輕薄) : 언행이 신중하지 못하고 가벼움

가볍다 : 5. 생각이나 언어, 행동이 침착하지 못하거나 진득하지 못하다



  ‘가벼움’을 뜻한다는 한자말 ‘경박’입니다. 그러면 ‘가벼움·가볍다’ 같은 말을 잘 살려서 쓰면 돼요. “너는 참 경박하구나”라 하기보다는 “너는 참 가볍구나”라 하면 됩니다. 이러면서 ‘경박 → 가볍다’로 다루거나 사전에서 털어낼 수 있습니다.



수호(守護) : 지키고 보호함

지키다 : 1. 재산, 이익, 안전 따위를 잃거나 침해당하지 아니하도록 보호하거나 감시하여 막다

보호하다(保護-) : 1. 위험이나 곤란 따위가 미치지 아니하도록 잘 보살펴 돌보다 2. 잘 지켜 원래대로 보존되게 하다

보존하다(保存-) : 잘 보호하고 간수하여 남기다



  한자말 ‘수호’는 “지키고 보호함”을 뜻한대요. 그런데 ‘보호’라는 한자말은 “지켜 보존되게 하다”를 뜻한다 하고, ‘보존’은 다시 ‘보호’로 풀이하는 돌림풀이입니다. 더욱이 ‘지키다’를 ‘보호하다’로 풀이하니 겹말풀이가 되기도 합니다. ‘수호 → 지키다’로 뜻풀이를 손질하고, ‘보호·보존’도 ‘→ 지키다’로 손질할 만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