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궁전을 만든 우체부 슈발 - 월드원더북스 3
오카야 코지 지음, 야마네 히데노부 그림, 김창원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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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785


아이다운 마음으로 서른세 해 만에 지은 꿈집
― 꿈의 궁전을 만든 우체부 슈발
 오카야 코지 글·야마네 히데노부 그림/김창원 옮김
 진선출판사, 2004.12.30.


매일 같은 경치만 보며 걷는 것이 지루했던 슈발은 걸으면서 공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원래 공상하기를 좋아했답니다. (6쪽)


  그림책 《우체부 슈발》(진선출판사, 2004)에 나오는 이야기는 꽤 오래되었으면서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 어느 시골에서 있던 이야기를 다룬 이 그림책은 돈이나 이름은 없으나 꿈을 품고서 하루하루 즐겁게 살림을 지은 사람을 넌지시 보여줍니다.

  자동차도 자전거도 없던 무렵, 오로지 두 다리로 들을 가로지르고 고개를 넘으면서 글월을 날랐다고 하는 슈발이라는 분이 있었대요. 언제나 혼자서 어깨짐을 메고서 글월을 나르는데, 하루에 30킬로미터쯤 걸었다지요.

  이렇게 기나긴 길을 날마다 거닐면서 말벗이 없으니 으레 혼자서 생각에 잠겼고, 코앞에는 없으나 코앞에 있기를 바라는 꿈으로 키웠다고 하는군요. 이 땅에 없는 멋진 집, 이른바 궁전을 생각하면서 글월을 날랐다는데, 언제부터인가는 들이나 숲 한쪽에 ‘슈발이 마음으로 그린 멋진 집’이 나타나 보이기도 했답니다.


1878년, 파리에서도 만국박람회가 열렸습니다. 그러나 가난한 시골 우체부인 슈발은 파리까지 갈 수 있는 돈도 시간도 없었습니다. 신문이나 잡지는 매일 만국박람회의 뉴스를 그림과 함께 소개했고, 슈발이 배달하는 우편물 속에도 만국박람회의 그림 엽서들이 섞여 있었습니다. (11쪽)


  그림책 《우체부 슈발》을 아이들한테 그냥 읽힌다면 퍽 어렵거나 낯설게 여길 만하겠다고 봅니다. 곁에서 어버이가 함께 읽으면서 차근차근 풀어 주어야지 싶어요.

  아이들은 날마다 조금씩 자라서 어느덧 키가 어버이보다 크기도 하고, 힘도 많이 붙으며, 여러 가지 심부름을 거뜬히 해내곤 해요. 처음에는 가벼운 놀이짓만 하더니, 시나브로 바느질을 해낼 줄 알아요. 처음에는 숟가락조차 못 쥐던 아이가 이제는 젓가락을 매우 잘 놀려요.

  그래요, 모든 어린이는 슈발하고 같다고 할 만해요. 우체부 슈발은 날마다 먼 길을 오가면서 꿈을 그렸고, 돌을 주워서 모았다고 합니다. 날마다 조금씩 모으고 모아서 어느덧 멧더미처럼 잔뜩 모았대요. 이럭저럭 마음에 찰 만큼 돌멩이를 모은 뒤로는 손수 시멘트를 이겨서 조금씩 집을, 궁전을 지었대요. 다른 사람이 손가락질을 하거나 비웃거나 아랑곳하지 않았대요. 그저 가슴에 품은 꿈길대로 나아갔대요.

  마치 아이 같은 모습입니다. 날마다 무럭무럭 자라면서도 얼마나 자라는가를 느끼지 못하기도 하는 아이 같은 모습이에요. 되느냐 마느냐를 따지지 않은 우체부 슈발은 하느냐 못 하느냐를 따지기보다는 어쨌든 덤벼들면서 즐기려는 아이 같은 모습입니다.


다음날 그곳에 다시 가 보니, 재미있는 모양의 돌들이 여러 개 눈에 띄었습니다. 슈발은 흥분해서 마음속으로 소리를 질렀습니다. ‘자연이 돌을 조각해 주었는데, 난들 그것으로 건축을 못할까!’ (17쪽)


  아이들은 곧잘 물어요. “어떻게 해? 난 안 되는걸?” 이때에 늘 빙그레 웃습니다. “얼마나 해 보았니? 열 번쯤? 백 번쯤? 천 번쯤?” 이렇게 대꾸하면서 말을 잇다 보면 아이는 새삼스레 물어요. “아버지도 예전에 못 한 적 있어?” 다시 빙그레 웃습니다. “못 하다뿐이니. 아예 주눅이 들었는걸. 그런데 잘 안 된다 하더라도 자꾸 하고 다시 하다 보니 어느 날 갑자기 되더라.”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우체부 슈발하고 같을 수 있어요. 처음부터 아이를 잘 돌보거나 이끄는 어른이 있을 테지만, 아이하고 복닥이면서 차근차근 새롭게 배워서 아이한테 사랑을 물려주거나 가르치는 길을 익히는 어른이 있어요. 어른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밥을 잘 짓고, 살림을 알뜰히 여미었을까요? 걸레질을 처음부터 잘 한 어른이 있을까요?

  무엇이든 차근차근 마음을 쏟아서 하나씩 하는 동안 몸에 뱁니다. 몸에 밴 뒤에도 마음을 더 기울여서 즐겁게 맞아들이기에 시나브로 익숙한 몸짓이 되고, 나중에는 수월하거나 홀가분하게 해내는 보람을 누려요.

  아기로 태어나 아이를 지나 어른이 되는 길이란, 얼추 스무 해에 걸쳐 몸이 튼튼히 서고 마음을 야무지게 다스리는 삶이란, 참말로 우리 나름대로 우체부 슈발이 되어 스스로 건사하고 가꾸며 사랑하는 모습이라고 느낍니다.

  우체부 슈발은 스스로 꿈꾸던 멋진 집을 서른세 해 만에 마무리했다고 합니다. 우리도 서른세 해에 걸쳐 우리 꿈을 이루는 길을 걸어 볼 만해요. 섣불리 두 손을 들기보다는, 서둘로 발을 빼기보다는, 우리 꿈을 고이 아끼면서 한 걸음씩 걸으면 다 이룰 만하지 싶어요. 2018.1.15.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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