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 봐! 들리니? - 소리를 디자인한 폴 랜드 그림책 날마다 그림책 (물고기 그림책) 31
폴 랜드 그림, 앤 랜드 글, 이상교 옮김 / 책속물고기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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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을바람은 봄바람하고 다른 소리야
― 들어 봐! 들리니?
 앤 랜드 글·폴 랜드 그림/이상교 옮김
 책속물고기, 2017.11.5.


  시골에서 사는 아이들이 읍내로 저자마실을 가려고 시골버스를 타면, 처음에는 버스를 탄다며 좋아하다가 이내 귀를 막곤 합니다. 버스가 구르는 소리가 크니까요. 서울로 가는 버스도 바큇소리는 매우 큽니다. 큰도시에 있는 전철도 바큇소리가 매우 크고, 기차도 소리가 참 커요. 멀거니 바라볼 적에는 재미난 탈거리로 여기다가도, 막상 이 탈거리에 몸을 실으면 커다란 소리 때문에 말을 섞기도 쉽지 않은 줄 깨닫습니다.

  그러고 보면 자동차가 싱싱 달리는 찻길에서는 찻소리가 가득해요. 우리 말소리가 서로 닿지 않아요. 그래서 찻길 옆에서는 나비가 날갯짓을 하거나 벌이 꿀이나 꽃가루를 모으는 소리를 듣기 어렵습니다.


들어 봐!
아주 조그맣게 ‘퐁당’ 하는 
소리가 들리니?
그건 빗방울 소리야. (2쪽)


  《들어 봐! 들리니?》(책속물고기, 2017)를 가만히 펼칩니다. 우리 귀로 듣는 소리를 눈으로도 보고 빛깔로도 마주하는 이야기를 다루는 그림책입니다. 먼저 조용히 몸을 가눈 뒤에 우리를 둘러싼 숱한 소리를 헤아리자고 하는 그림책이에요.

  시끌벅적한 버스나 전철을 탄다고 하더라도 바큇소리만 있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두런거리는 소리가 있고, 버스 일꾼이 손잡이를 돌리는 소리가 있고, 타고 내리는 사람들 발소리가 있어요.

  아기를 안은 어버이는 아무리 시끄러운 곳에 있어도 아기가 색색거리는 소리를 듣고, 아기가 까르르거리는 소리를 듣습니다. 고요한 여름 밤에는 집안으로 스미는 개구리 소리를 듣다가, 가을로 접어들 즈음에는 온갖 풀벌레 소리를 들어요.

  겨울이라면? 겨울이라면 무엇보다 바람소리가 있어요. 다른 철하고는 참말로 견줄 수 없이 세고 차가운 결이 묻어나는 겨울날 바람소리입니다.

  생각해 보니 그렇지요. 우리는 소리를 들을 적에 소리만 듣지 않아요. 겨울바람이 어떤 소리인가 하고 귀를 기울이면 차가운 결을 함께 느낍니다. 봄바람이 어떤 소리인가 하고 귀를 기울이면 따스한 결에 어리는 꽃가루를 함께 느껴요. 여름바람은 어떨까요? 가을바람은 어떨까요?

  우리는 구름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요? 우리는 햇살소리나 햇빛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요? 우리는 별소리나 달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요? 하늘을 가르는 빗소리뿐 아니라, 풀잎이나 꽃잎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가릴 수 있을까요?


들어 봐.
참으로 신기한 일이야.
‘소리 없는 소리’가 들려.
어떤 소리인지 알아?
아마 눈 내리는 소리일걸. (8쪽)


  그림책 《들어 봐! 들리니?》는 우리한테 익숙한 소리를 새롭게 느껴 보자고 이야기합니다. 익숙한 그 소리마저도 ‘뚜벅뚜벅’이나 ‘따각따각’이 아닌, ‘졸졸’이나 ‘좔좔’이 아닌, 마치 처음으로 듣는 듯한 마음이 되어 새롭게 마주해 보자는 이야기를 들려주어요.

  자, 우리가 아이들한테 들려주는 소리는 어떤 결일까요? 똑같은 말마디라고 하더라도 어떠한 기운이나 숨결을 담은 말소리를 들려주는가요? 겉보기로는, 아니 겉듣기로는 똑같다 싶어도 속보기로는, 아니 속듣기로는 다른 소리가 얼마나 곱거나 사랑스럽거나 맑거나 즐겁게 흐르는 하루인가 하고 헤아립니다. 2018.1.10.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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