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다니는 책읽기
2018년이라는 해를 맞이하고 어림해 보니, 그러니까 손가락으로 꼽아 보니, 나 스스로 밥을 지어서 먹은 지 스물여섯 해째인가 싶습니다.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는 어머니가 차려 주신 밥을 먹었고, 그 뒤로는 스스로 밥을 지어서 먹었으며, 아이들한테도 내가 지은 밥을 먹이고 나도 함께 먹습니다. 앞으로도 밥을 지어서 먹을 나날이 길겠구나 싶은데, 밥짓는 살림을 잇는 동안 늘 느끼는 대목 가운데 하나를 밝혀 본다면, ‘학교를 오래 다닌 이’는 하나같이 참말로 밥을 잘 못 짓는구나 싶어요. 학교를 오래 다니고도 밥을 잘 짓는 이를 본 일은 너무나 드물더군요. 그리고 학교를 오래 다니면서 밥을 짓는 살림을 모르는 이들은 글을 참 잘 못 쓰지 싶어요. 학교를 다니지 않고서 밥을 내내 지어 온 사람들은 말도 참 잘 하고 글도 참 정갈히 쓴다고 느낍니다. 재미있지요. 밥짓기를 잘 하는 사람이 글을 참 맛깔스럽게 쓰고, 옷짓기나 집짓기를 즐거이 하는 사람이 글을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레 쓰는구나 싶으니까요. 2018.1.5.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