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든 글쓰기



  ‘길든 책읽기’를 하는 사람은 ‘길든 글쓰기’를 느끼지 못한다. ‘길든 글쓰기’를 하는 사람은 ‘길든 책쓰기’를 알아채지 못한다. ‘길든 밥맛’으로 살아온 사람은 ‘길든 사회성’을 깨닫지 못한다. ‘길든 출퇴근’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길든 하루’를 헤아리지 못한다. 다만, 길든 삶을 못 느낀다고 해서 잘못이 아니요, 길든 하루를 알아차리지 못하기에 나쁘지 않다. 그저 그러할 뿐이다.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지면 그저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졌을’ 뿐이다. 나는 참말로 돌부리에 걸려서 곧잘 넘어지며 살았고, 설거지를 하다가 미끄러뜨려 접시를 깬 일이 제법 있다. 이를 잘했다 못했다 좋다 나쁘다 따위로 가를 수 없다. 늘 그저 그럴 뿐이다. 그렇다면 ‘길든 글쓰기’란 무엇인가? 사회성을 알고 학교를 다닌 경험이나 책으로 얻은 지식으로는 있되, 스스로 새롭게 길을 여는 이야기가 없는 몸짓이 ‘길든 글쓰기’이다. 내 삶을 바라보지 않고서 남 눈치를 살피는 글이 바로 ‘길든 글쓰기’이다.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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