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뜸의 거리
코노 후미요 지음, 홍성민 옮김 / 문학세계사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북새통에도 살림을 가꾸는 사람들

[내 사랑 1000권] 24. 코노 후미요 《저녁뜸의 거리》



  1968년에 태어난 사람인데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치른다면서 나라도 마을도 억누르던 모습을 또렷하게 그릴 뿐 아니라, 이 전쟁이 무슨 뜻이었는가를 부드러이 밝히기도 하고, 그 북새통에 아프면서 고단하게 살아가던 수수한 사람들 살림살이를 고즈넉히 밝힌다면?


  만화영화로도 나온 《이 세상의 한구석에》라는 작품이 예전에 본 만화결하고 매우 비슷하다고 느껴서 문득 찾아보다가 ‘아!’ 하고 놀랍니다. 한국말로 2005년에 나온 《저녁뜸의 거리》라는 만화책을 그린 분이 선보인 작품이 요즈막에 새로 나왔군요. 2005년에 한국말로 나온 만화책에는 ‘고노 후미요’라는 이름이었고, 2017년에 한국말로 나온 만화책에는 ‘코노 후미요’라는 이름입니다. 일본말 ‘こ’는 ‘코’로 읽어야 맞으니 2005년에 한국말로 옮긴 출판사는 잘못 적은 셈이네요.


  만화영화로 나온 새 작품을 보면서도 느끼는데요, 예전에 《저녁뜸의 거리》를 볼 적에 이렇게 삶을 작고 낮은 자리에서 바라볼 줄 아는 눈길이 더없이 상냥하면서 곱구나 싶었습니다. 인문이나 역사라는 대단한 이름을 안 붙이더라도 좋습니다. 총알받이가 되어야 한 사람이 어떤 살림을 지었는지 찬찬히 보여주어도 됩니다. 공장에 끌려가 총알이며 항공모함이며 총을 만들어야 한 사람이 어떤 밥을 먹으며 보금자리를 가꾸었는지 가만히 보여주어도 됩니다.


  우리는 우리 이야기를 어떻게 그리거나 적을 수 있을까요? 지난날 우리 살림살이뿐 아니라 오늘날 우리 살림살이를 어떻게 그리거나 적을 만할까요? 어정쩡하게 옛생각에 잠기기만 하는 그림이나 글이 아닌, 하루하루 온힘을 다해서 즐겁게 살림꽃을 지피려고 하는 사람들이 웃고 울며 어깨동무하던 숨결을 어떤 그림이나 글로 담을 만할까요?


  저기 저 너머에 사는 작은 이웃이 넌지시 말을 겁니다. 여기 이곳에 사는 낮은 이웃이 가만히 글월을 띄웁니다. 저기 저 너머 작은 이웃이 살며시 노래를 부릅니다. 여기 이곳 낮은 이웃이 고즈넉히 단잠에 듭니다. 2017.12.30.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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