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 글을?



  책을 쓰신 분, 문학을 하는 분, 도서관을 돌보는 분, 비평을 하는 분, 사진길을 걷는 분, 책을 펴내는 분, 여러 이웃님을 만나면서 이분들이 쓰거나 낸 책에서 드러나는 여러 모습을 놓고서 ‘한국말을 한국말답게 살리는 길’이란 무엇일까 하고 헤아린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니, 들려주지 않고 함께 이야기한다. 모든 분들이 저마다 다르지만, 한 가지에서는 꼭 만난다. 이분들이 쓴 책이 아닌 다른 분이 쓴 책을 보기를 들어서 이야기할 적에는 즐겁게 웃으면서 배운다. 이와 달리 이분들이 쓴 책을 펴고서 보기를 찾아내어 이야기할 적에는 하나같이 낯을 붉히면서 꺼려하시거나 싫어하신다. 이 모습을 보다가 문득 나를 돌아본다. 나는 늘 내 글을 가장 밑바탕으로 삼아서 뜯어고치고 손질하고 바로잡고 갈고닦는다. 나부터 돌아본다면 나로서는 내 예전 글이 매우 부끄럽다. 그러고 보면 아직 한국말을 한국말답게 쓰지 못하거나 알지 못하던 무렵 쓴 글을 스스로 뜯어고치거나 손질하거나 바로잡거나 갈고닦으면서 ‘참 힘들구나. 왜 진작 제대로 익히지 않고서 글을 썼을까’ 하고 되새긴다. 이러면서 느끼는데, 다른 분들 책을 놓고서 보기를 들며 말을 가다듬는 일을 하면 제대로 살갗에 와닿지 않아서 배우기 어렵구나 싶다. 책을 쓴 숱한 이웃님들하고 나란히 앉아서 바로 이분들 책이나 글을 바탕으로 삼아서 이 대목이 왜 겹말이고 어떻게 손질하면 새로우면서 즐거운 글로 거듭날 수 있는가를 보여줄 적에 비로소 살갗으로 깊이 와닿으면서 찬찬히 삭일 수 있구나 싶다. 다시 말해서, 다른 사람 글을 들여다볼 적에는 내 글을 가다듬거나 북돋우기 어렵다. 바로 우리 스스로 우리가 쓴 글을 다시 살피고 거듭 돌아볼 적에 우리 스스로 글꽃을 피워서 새로 태어날 수 있다. 우리 스스로 우리 글을 놓고서 따갑거나 부끄럽거나 거북하게 느낄 수 있는 눈을 떠야 한다. 우리 스스로 우리 글을 새로 손질하고 다시 뜯어고치고 자꾸 갈고닦으면서 헌 글을 치우고 새 글로 피어나야 한 걸음을 내딛는 씩씩순이나 씩씩돌이가 될 수 있다. “왜 내 글을?” 하고 묻는 이웃님한테 이제 이러한 말씀을 여쭈려고 한다. “왜냐하면 이웃님하고 따사롭고 너그러운 마음을 나누고 싶기에 다른 사람 아닌 이웃님 글을 보기로 삼아서 이 대목을 이렇게 손질해 보거나 가다듬어 보면서 한국말을 한국말답게 살찌우는 즐거운 길을 가고 싶거든요.” 하고. 2017.12.23.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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