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 국가 - 미국의 해외 군사 기지는 어떻게 미국과 세계에 해를 끼치는가
데이비드 바인 지음, 유강은 옮김 / 갈마바람 / 2017년 10월
평점 :
품절


제 나름대로 읽은 2017년 책 가운데 '올해 으뜸책'으로 삼고자 하는 <기지 국가>라는 책을 놓고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차분히 읽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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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192



미군 기지 옆에는 왜 성매매촌이 꼭 있을까?

― 기지 국가

 데이비드 바인/유강은 옮김

 갈마바람, 2017.10.20. 3만 원



  《기지 국가》(갈마바람, 2017)라고 하는 두꺼우면서 묵직한데다가 아픈 책을 읽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온갖 생각이 갈마들었어요. 책을 덮고 나서도 숱한 생각에 휩싸였습니다.


  책을 살짝 잊고 제 어릴 적에 지켜본 몇 가지를 조각조각 맞추어 보려고 합니다. 인천이라는 고장에서 나고 자라면서 본 여러 가지를 어릴 적에는 잘 몰랐으나 나이가 들면서 하나하나 조각을 맞출 수 있었는데, 《기지 국가》를 읽는 사이에 어느덧 수수께끼 같은 흩어진 조각이 오롯이 모이는구나 싶기도 했어요.



미국 땅에는 독립된 외국 기지가 하나도 없는 데 비해, 외국에는 현재 약 800개의 미군 기지가 있으며, 수십만 명의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 (23쪽)


전 세계에서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보유한 해외기지를 합하면 약 30개가 된다. (26쪽)


해외에 군인 한 명을 주둔시키기 위해 미국 납세자들이 부담하는 비용은 연평균 1만∼4만 달러에 달한다. (31쪽)



  제가 살던 집하고 제가 다니던 국민학교는 시내버스로 두 정류장만큼 떨어졌습니다. 국민학교 1학년 1학기까지는 시내버스를 타고 학교를 오갔어요. 그때에는 집하고 학교가 얼마나 멀리 있는지 몰랐어요. 그저 아는 한 가지란 어머니 말씀. “종규야, 집하고 학교는 버스로 두 정류장이야. 알겠니? 버스가 한 번 서고 나서 다음에 설 적에 내리면 돼.”


  그런데 제 국민학교 무렵인 1982∼1987년은 학교마다 콩나물시루였어요. 그나마 제가 다닌 국민학교는 한 반에 고작 쉰다섯에서 예순이었고, 다른 학교는 웬만하면 일흔이나 여든을 넘겼고, 한 반에 백이 넘기도 했어요. 저는 3학년까지 아침반하고 낮반으로 나누어서 한 교실을 두 학급이 썼는데요, 이런 콩나물시루인 학교로 시내버스를 타고 다니는 아이는 대단히 많았어요. 아침마다 버스에서 찜쪄 죽는 줄 알았지요.


  버스가 너무 괴롭고 숨조차 쉴 수 없기에 2학기부터는 걸었어요. 저는 6학년을 마칠 때까지 학교를 걸어다녔는데, 우리 마을에서 학교를 걸어다닌 동무는 아무도 없었어요. 그리 먼 길은 아니지만 너무 위험해서 둘레 어른들은 그 길을 걸으면 안 된다고 했어요.



민주주의를 확산시킨다는 미사여구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미국 정부의 지난 기록을 보면 비민주적 국가, 심지어 카타르나 바레인 같은 독재 국가에 기지를 두는 쪽을 선호한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32쪽)


미국은 1944년 괌을 일본에게서 다시 빼앗은 뒤 수천 명을 강제 이주시키거나 주민들이 섬으로 돌아오는 것을 막았다 … 군은 결국 섬의 약 60퍼센트를 차지했다. 군은 1945년 오키나와 전투 중에 오키나와의 넓은 구획의 땅을 빼앗고, 주택을 불도저로 밀어버렸다. 미국은 1년 만에 오키나와섬 경작지의 20퍼센트에 이르는 4만 에이커를 차지했다. 1950년대에 이르면, 군은 오키나와 경작지의 40퍼센트 이상을 차지해서 결국 섬 주민의 약 절반인 25만 명을 강제 이주시켰다. (114쪽)



  1980년대 첫무렵에 국민학교 어린이는 왜 그 길을 걸으면 위험했을까요? 먼저 우리 마을하고 학교 사이에 고속도로가 있었어요. 경인고속도로인데, 인천항에서 내린 원자재를 엄청나게 큰 짐차가 싣고서 고속도로로 들어서는 어귀가 바로 마을 앞이자 학교 앞입니다. 또는 원자재가 월미도 쪽 공단으로 달리는데, 우리 학교는 바로 그 길가였어요. 그러니 아이를 둔 어버이는 무시무시하게 커다란 짐차가 무시무시한 짐을 잔뜩 싣고 무시무시하게 달리는 ‘학교 가는 짧은 길’에 되도록 걸리려 하지 않았습니다.


  다음으로 마을하고 학교 사이에 식품공장이 있었어요. 가공식품을 내놓는 커다란 공장인데 이곳에서 내뿜는 매연하고 폐수가 끔찍하도록 코를 찔렀어요. 학교 오가는 길에 늘 이 냄새를 맡아야 하니, 아이를 둔 어버이는 또 아이를 걸리려 하지 않았습니다. 학교 운동장에서도 식품공장 커다란 굴뚝이 보였고, 날마다 엄청나게 내뿜는 코를 찌르는 매연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마을하고 학교 사이에 군부대가 한 곳 있었어요. 여기에 연탄공장도 한 곳 있었지요. 연탄공장 옆을 지나갈 적마다 숨을 참으려 했지만 늘 매캐한 탄가루를 잔뜩 들이마셔야 했습니다. 여기에다가 마을하고 학교 사이에 시외버스역이 있어서 커다란 시외버스가 늘 끊이지 않고 지나다녀서 배기가스가 대단했어요. 커다란 버스도 아이들한테 위험했고요.


  그런데 아직 끝이 아닙니다. 우리 마을하고 학교 사이에는 ‘옐로우하우스’가 있었어요. 이 ‘노란집’은 요즈음도 그곳에 그대로, 다만 크기는 줄어든 채 있어요. 어릴 적에는 노란집이 어떤 곳인지 까맣게 몰랐고, 노란집이 있는 그곳에 오락실이 있어서 학교를 마치거나 일요일이 되면 그 오락실에 가느라 바빴어요. 그러나 오락실은 저녁 대여섯 시가 가까우면 문을 닫고 아이들을 내쫓았습니다. 우리는 너무 일찍 내쫓는다며 툴툴거렸는데요, 오락실 아저씨가 우리를 내쫓은 까닭을 안 지는 국민학교를 마치고 한참 뒤입니다.



강제 이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06년 한국에서 미군은 서울 이남의 미군을 통폐합하는 계획의 일환으로, 이미 점유하고 있던 2제곱마일의 캠프 험프리스를 확장하려고 했다. 미군의 요청에 따라 한국 정부는 토지 수용권을 발동해 대추리와 평택시 인근의 다른 지역에서 농민들의 땅 2841에이커를 확보했다. 농민들이 저항하자 한국 정부는 경찰과 군대를 보내 퇴거를 집행했다. 전투경찰이 불도저와 포클레인을 앞세우고 대추리에 진입해서는 시위대를 구타하고, 학교를 부수고, 농민들의 논과 관개수로를 망쳐 놓았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계속 이주를 거부하자 한국 정부는 경찰, 군인, 철조망으로 마을을 에워쌌다. (120쪽)



  작은아버지 작은어머니가 사는 서울에 가끔 나들이를 가면 서울에서는 공장을 보기 어려웠습니다. 어릴 적에는 구로공단을 몰랐어요. 그저 인천은 어디를 가다 공장투성이인데 이 공장이 하나같이 서울로 물건을 보내는 곳이라고만 알았어요. 그리고 마을하고 학교 사이에 있던 ‘노란집’이 주한미군 사내한테 성매매를 하는 곳인 줄 스무 살이 넘어서야 알았습니다.


  우리 어른들은 우리 아이들을 어떤 터전에서 낳아 기르거나 돌보면서 가르친 셈일까 헤아려 봅니다. 마을이나 학교 바로 옆에 공장도 가득하고, 군부대도 있고, 연탄공장도 있고, 고속도로하고 기찻길이 있으며, 시외버스역에 주한미군 성매매촌까지 있습니다. 마을은 왜 이러한 얼거리가 되어야 했을까요. 제가 나고 자란 인천뿐 아니라 이 나라 구석구석에는 왜 미군 기지가 숱하게 많을 뿐 아니라 주한미군 성매매촌은 골골샅샅 있을까요? 그리고 미군 기지 둘레뿐 아니라 ‘한국 군부대’ 둘레에도 왜 성매매촌이 있어야 할까요?



워낙 많은 석유를 필요로 하다 보니 미국 군대가 하루에 소비하는 석유량은 스웨덴 전체의 소비량보다도 많다 … 석면, 납이 함유된 페인트, 기타 위험 물질 등 독성 물질을 강과 개천에 그냥 흘려보냈다. 또 툭하면 먼지를 막기 위해 비포장도로에 기름을 뿌렸다. 일부 기지에서는 핵무기, 생물무기, 화학무기와 관련된 위험 물질들을 바다에 버렸다. 육군의 한 대변인은 미국 11개 주의 수역에서 육군이 “비밀리에 신경가스와 머스터드가스 물질 6400만 파운드를 바다에 버렸고, 화학물질이 함유된 폭탄, 지뢰, 로켓탄 40만 개, 500톤이 넘는 방사성 폐기물을 바다에 버리거나 배의 짐칸에 넣어 통째로 가라앉혔다”고 인정했다. (194, 195쪽)



  두툼하고 묵직한 《기지 국가》는 미국사람이 미국을 걱정하면서 쓴 책입니다. 그런데 이 《기지 국가》에는 한국이나 일본이나 필리핀 이야기가 꽤 길게 나옵니다. 세 나라에는 미군 기지가 참으로 많거든요. 더욱이 세 나라는 사람들 앞에서는 안 밝히는 숨은 짓을 많이 했대요. 미군 기지 관리비를 엄청나게 몰래 댈 뿐 아니라, 온갖 뒷거래를 하고, 미군 PX에서 내보내는 물건으로 주둔지 공무원이나 군 관료를 사로잡는다고 하며, 갖은 범죄에 성매매를 일삼고, 끔찍한 독극물이나 화학무기나 폭탄조차 그냥 아무 땅에나 파묻는다고 합니다.



기지촌과 성매매는 전쟁의 참화에서 벗어나고자 분투하던 한국 경제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정부 문서를 보면, 남성 관리들이 휴가를 받은 미군 병사가 일본에 가지 않고 한국에서 여성들에게 돈을 쓰도록 장려하는 전략을 세웠음을 알 수 있다. (한국) 관리들은 기초 영어와 예절 수업을 제공해 여성들이 좀더 효율적으로 자기를 팔고 더 많은 돈을 벌도록 장려했다. (232쪽)


2002년 한 보고서에서 (미국) 국무부는 한국이 인신매매 피해 여성의 종착지라는 점을 확인했다. 그리고 2007년, 3명의 연구자는 한국의 미군 기지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과 유라시아 출신의 여성들을 한국과 미국에 공급하는 초국가적인 여성 인신매매의 중심축”이 되었다고 결론지었다. (235쪽)



  다시 말하지만 《기지 국가》는 미국사람이 한국이나 일본이나 필리핀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를 걱정하면서 쓴 책이 아닙니다. 미군 기지 때문에 크게 피해를 입는 독일이나 이탈리아를 걱정하지 않습니다. 중남미나 아프리카 여러 나라를 걱정하지 않아요. 이 책을 쓴 분은 바로 미국을 걱정합니다.


  지구별 거의 모든 나라에 군사 기지를 세운 미국을 걱정하는 책입니다. 엄청난 군사 기지하고 군인하고 전쟁무기 때문에 등허리가 휘는 미국사람을 걱정하는 책이지요. 미국은 미국 스스로 평화롭지도 아늑하지도 않은데, 이런 전쟁 소용돌이를 미국뿐 아니라 다른 거의 모든 나라에 잔뜩 심는 몸짓을 안타깝게 여기는 이야기가 흐르는 책입니다.



해외에서 PX의 혜택을 누리는 것은 (미국) 군대만이 아니었다. 미 공군은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 바로 위에 제트기를 띄우고 있었지만,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다. 스페인 고위 장교들에게 미군 PX와 장교클럽을 이용하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334쪽)


미군 기지가 있는 곳이면 거의 어디서든 항상 인명 사고, 폭력 범죄, 현지인의 분노 등을 목격할 수 있다. (360쪽)



  사드 같은 미사일은 왜 한국에 있어야 할까요? 사드 같은 미사일이 참으로 평화를 지켜 줄까요? 대추리에서 일어난 끔찍한 주먹다짐은 누구를 돕는 몸짓이었을까요? 제주 강정마을에 때려짓는 해군 기지는 참으로 이 나라에 평화를 심는 몸짓일까요?


  《기지 국가》가 온갖 자료와 인터뷰로 낱낱이 밝히는 이야기가 많습니다만, 숱한 이야기 가운데에서 성매매촌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미군 부대이든 한국군 부대이든 군부대 옆에 나란히 달라붙는 성매매촌’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봐야지 싶습니다. 군부대에서 엄청나게 쓰는 지구자원이란 무엇이며, 군부대마다 몰래 엄청나게 버리는 독극물이나 쓰레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도 생각해 봐야지 싶어요.


  한국도 미국도 다른 모든 나라도 군부대를 크게 두기 때문에 평화하고 자꾸 멀어지면서, 민주나 복지하고도 동떨어진 길을 가지 않나 하고 짚어야지 싶습니다.



오키나와를 일본에 돌려준 1972년의 거래는 ‘반환’이라고 널리 알려졌지만, 일본은 오키나와 반환 협상의 일환으로 대미 섬유 수출 할당량을 준수하고, 6억 8500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비밀리에 합의했다 … 현재 일본은 미군 병사 1인당 연간 15만 달러가량의 배려 예산을 미군에 지원한다. 2011년 한 해에만 일본 납세자들은 전체 기지 비용의 4분의 3 정도인 71억 달러를 제공했다. (368, 369쪽)



  《기지 국가》를 쓴 분은 미군 기지가 있는 모든 나라를 찾아다니면서 독일이나 일본뿐 아니라 한국 같은 나라에서 깜짝 놀랐다고 해요. 미국에서는 어림도 할 수 없는 대중교통이 매우 잘 뻗었을 뿐 아니라, 기본의료 혜택이 잘된 모습에 혀를 내둘렀대요.


  미국에는 대중교통이 거의 없다시피 한답니다. 미국에는 기본교육도 기본의료도 기본복지도 아예 없다시피 하다고 합니다. 그러면 미국사람은 무엇을 누릴까요? 엄청난 세금에 짓눌린 채 산다고 해요. 그리고 엄청난 세금에 눌리고 싶지 않은 이들이 ‘군인이 되는 길’을 간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군인이 되면 기본교육과 기본의료뿐 아니라 높은 교육과 의료와 복지에다가 집까지 거저로 얻을 수 있다고 해요. 미국에서 ‘군인이라는 일자리’는 더없이 훌륭하거나 멋진 ‘직업’이라고 합니다.



독일, 일본, 한국,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노르웨이, 벨기에 등과 달리 미국은 자국 시민 전부에게 의료보장을 해 주지 않는다. 사람들은 종종 국민 의료보험은 너무 비용이 많이 든다면서 포기하자고 한다 … 나는 독일, 일본, 한국같이 미국 기지를 수용하는 몇몇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던 인상적인 대중교통 시스템을 보고 깜짝 놀랐다 … 미국의 기지 투자는 수십 년 동안 교통, 의료, 교육, 주거, 기반 시설, 기타 인간의 필수품을 무시하고 희생시켰다. 매년 전 세계 기지에 투입되는 700억 달러 이상의 절반 정도만이라도 미국인의 삶을 개선하는 데 쓴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생각해 보라. (434, 435쪽)



  《기지 국가》라는 묵직한 책이 밝히기로는 미국이 세계 곳곳에 끝없이 기지를 늘리면서 ‘리틀아메리카’를 심는다고 합니다. 마치 ‘차이나타운’처럼 ‘작은 미국’을 심는다는데, ‘리틀아메리카’는 이름하고 다르게 작은 미국마을은 아니라고 해요. 이 ‘리틀아메리카 미군 기지’는 새로운 도시하고 같으며, 극장에 야구장에 골프장에 대형마트에 놀이공원에 학교에 종합병원에 공항에 …… 갖은 편의시설을 다 갖춘 곳이라고 합니다.


  이 ‘작은 미국마을’에 군인으로 들어가서 일할 적에는 오직 이곳에만 있어도 남부러울 것 없이 느긋하게 ‘군인으로서 일’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성매매촌은 ‘작은 미국마을’ 바깥에 현지인이 현지 정부를 등에 업으면서 큼직하게 마련하고요.



북한의 관점에서 보면 세계 최강의 군대를 코앞에 두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자국의 군사력과 핵 역량을 증강하는 게 타당하다. 중국으로서도 북한이 붕괴해 한반도가 통일되면 이미 아시아 대륙 본토에 있는 수만 명의 미군이 중국 국경에 가까이 배치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므로, 북한을 지원할 타당한 이유가 존재한다. (441쪽)


기지가 스스로 생명을 얻으면서 발생하는 위험은 돈과 국가 자원의 낭비를 훨씬 뛰어넘는다. 소방관과 달리, 해외기지가 할 일을 찾는 경우 그 결과는 잠재적 낭비와 비효율을 한층 뛰어넘는다. 여러 면에서 해외기지는 안보를 제공하기는커녕 종종 세계를 더 위험한 곳으로 만드는 데 일조한다. (447쪽)



  미군 기지가 있는 곳마다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독재자 감싸기, 마피아와 함께 지내기, 환경 더럽히기, 성매매, 군인 사이에 남성 폭력·남자 군인이 여자 군인 성폭행, 엄청난 예산 집행·횡령, 전쟁·내전 부추기기, 미국 복지·교육·의료·기반 시설에 등돌리기 따위라고 해요. 미국은 미국에 있는 군부대하고 전쟁무기를 건사하는 돈을 뺀, 미국 바깥에 있는 기지를 건사하는 데에만 해마다 700억 달러를 웃도는 돈을 쓴다고 합니다. 게다가 700억 달러 말고도 알려지지 않은 숨은 돈(비밀 집행 예산)이 대단히 많다고 합니다.


  《기지 국가》를 쓴 분은 참으로 미국을 걱정할 만합니다. 평화도 민주도 교육도 복지도 의료도 아닌 전쟁무기에, 이 가운데 ‘미국 바깥 기지’에만 해마다 (밝혀진 예산만) 700억 달러를 웃도는 돈을 펑펑 쓰는 미국을 걱정할 만합니다.


  미국이 외국 기지를 없앨 수 있다면, 또 미국이 ‘제 나라 전쟁무기와 군부대’를 줄일 수 있다면, 이뿐 아니라 러시아도 중국도 일본도, 남녘하고 북녘 두 나라도 전쟁무기하고 군부대를 줄일 수 있다면, 나아가 전쟁무기하고 군부대를 송두리째 없앨 수 있다면, 어쩌면 우리는 모든 사람이 다달이 수백만 원에 이르는 돈을 살림돈으로 받을 만할는지 모릅니다. 국방이라는 이름으로 전쟁무기에 돈을 안 쓸 적에는 모든 교육이나 공공시설을 ‘간접세’만으로도 넉넉히 댈 만할는지 모릅니다.


  쉽게 생각해 보아야지 싶습니다. 남녘에 사드라는 미사일을 놓으면 북녘은 무엇을 하고 싶을까요? 미국이 외국 기지를 자꾸 늘리면서 어마어마한 돈을 전쟁무기에 쏟아부으면 러시아나 중국 같은 나라는 무엇을 하고 싶을까요? 우리는 미군 기지 등쌀에 밀리면서 자꾸자꾸 평화나 민주나 평등하고 동떨어진 길을 걷지는 않나요?


  부디 미국이 ‘기지 국가’도 ‘전쟁무기 넘치는 나라’도 벗어던질 수 있기를 빌어요. 평화로운 미국을 이루자면, 또 평화로운 지구별을 이루자면, 여기에 평화로운 남북녘을 이루자면, 우리가 걸어갈 길은 하나이지 싶어요. 이 땅에 ‘외국 기지’도 ‘모든 전쟁무기’도 몰아내는 길을 걸을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2017.12.12.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 글에 붙인 그림은 책에 실린 자료이며, 갈마바람 출판사에 말씀을 여쭈어 고맙게 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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