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시외버스에서 읽은 책 2017.12.3.
고흥읍에서 순천으로 나오는 시외버스를 달리면서 《혀 내리는 촘마》를 마저 읽었다. 짤막한 이야기 가운데 북녘 옛이야기도 한 꼭지 있다. 깜짝 놀랐다. 일본 옛이야기를 적바림한 일본사람이 일본 어린이한테 북녘(한국) 옛이야기를 한 자락 들려주네? 이런 마음결이 오늘날 우리한테도 아직 있을까? 우리 옛이야기를 아이들한테 들려주면서 ‘이웃나라 옛이야기도 한 자락 들려줄까?’ 하면서 일본이나 중국이나 베트남이나 라오스 옛이야기를 들려줄 만한 지음이는 얼마나 될까? 순천서 청주 가는 시외버스를 두 시간 동안 기다려야 한다. 두 시간 동안 맞이방에 있어야 하는 셈이지만, 이 길이 가장 빠르다. 이동안 시집 《젊은 날의 시인에게》를 읽는다. 이 시집을 쓴 분은 아직 늙은 날이 아니라고 본다만, 아무튼 젊은 날을 돌아보면서 이녁 시를 그러모아서 엮었다고 한다. 비정규직이 되거나 해고되는 이웃을 바라보면서 타는 속마음을 고스란히 그린 시가 얇은 시집에 가득하다. 어찌 보면 우리는 ‘비정규직’이나 ‘정리해고’라는 이름이 사라지기를 바라며 촛불 한 자루로 낡은 우두머리를 끌어내렸다고 할 만하다. 그러나 아직 비정규직이나 정리해고는 좀처럼 안 사라진다. 그리고 내가 사는 전남 고흥 같은 고장은 공무원이 너무 많다. 오늘날 한국은 어느 시골이든 마을사람은 적은데 읍내·면내 공무원은 참 많다. 이 숫자를 줄여야 하지 않나? 이 숫자를 안 줄인다면 알맞게 돌려야 하지 않나? 할 일이 없어서 하루 내내 인터넷만 누비다가 밥 먹고 칼퇴근을 하는 시골 공무원을 어찌하면 좋겠는가?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