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마당에서 읽는 책 2017.11.30.
인천에 사는 형한테서 다람쥐랑 글판을 선물로 받는다. 새해부터는 새로 쓸 사전이 잔뜩 있다. 그야말로 앞으로 글을 쓸 일이 많고, 아이들도 앞으로는 무릎셈틀을 저희 셈틀로 삼아서 쓸 터이니, 플라스틱이 아닌 나무로 지은 다람쥐랑 글판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나는 한국에서 나오는 다람쥐랑 글판을 찾다가 끝내 못 찾아 형한테 손을 뻗었다. 형은 놀랍게도 나무 다람쥐하고 나무 글판을 찾아 주었다. 다만 이를 찾아 주면서 형이 한 마디 붙였다. “그런데 동생도 알다시피, 요새는 다 중국에서 만들어.” 중국에서 중국 대나무로 지은 다람쥐하고 글판을 받아서 책상셈틀에 붙인다. 플라스틱 다람쥐나 글판하고 댈 수 없이 조용할 뿐 아니라, 부드럽다. 손가락도 덜 아프다. 아쉬운 대목이 하나라면 줄이 아닌 건전지로 움직이는 터라 다람쥐는 살짝 묵직하다. 기쁜 선물을 누리고서 마당에 나온다. 《최원형의 청소년 소비 특강》을 볕을 쬐면서 읽는다. 몸살이 낫지 않아 이부자리에 누워서도 읽다가, 형한테서 받은 멋진 선물을 셈틀에 붙이면서 들뜬 마음으로 더 읽다가, 햇볕을 먹으며 기운을 차리자는 마음으로 평상에 앉아 읽는다. 우리가 제대로 된 살림을 손수 지어서 쓴다면 쓰레기는 나오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살림짓기’를 할 적에는 쓰레기가 없다. 이와 달리 살림짓기 아닌 ‘사서 쓰기’에서는 으레 ‘사서 쓰고 버리기’로 이어지곤 한다. 우리 집 나무에 달린 열매를 따먹으면서 쓰레기가 나올 일이란 없다. 읍내 과일집에 가서 과일을 장만해서 먹으려면, 군내버스를 타야 하고 이래저래 품이 들면서 저절로 ‘생태 발자국’을 남기면서 쓰레기가 나온다. 과일을 장만하면서 비닐에 안 담고 천바구니에 담겠다고 하면 “그 이쁜 천바구니 더러워지잖아요?” 하고 물으시는데, 꽤 아찔하다. 그러면 비닐자루에 넣으면 안 더러워지나? 비닐자루는 한 번 쓰고서 어떡하면 될까? 우리는 이러한 이야기를 막상 학교에서 제대로 못 가르친다. 초등학교에서는 좀 가르친다 싶어도 중학교하고 고등학교는 대학바라기나 취업 준비에 휩쓸리니까. 푸름이한테 푸른 살림을 북돋우도록 쓰레기나 살림짓기 이야기를 찬찬히 들려주고 가르치고 함께할 수 있는 배움 얼거리가 되기를, 그리고 이러한 길에 이 작은 책이 좋은 길동무책이 될 수 있기를.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