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군내버스에서 읽은 책 2017.11.24.


새벽 세 시 무렵에 일어난다. 좀 늦잠을 잤나 하고 돌아본다. 엊저녁에 아홉 시 반 무렵에 누웠다. 오늘 진주마실을 가려고 이모저모 집일을 마치려 했는데 유자차 담그기는 2/5쯤 남았다. 진주를 다녀온 뒤에 마저 하자고 생각하면서 천으로 싸서 냉장고에 넣는다. 두 알은 부엌에 그대로 둔다. 부엌쓰레기를 치우려고 갈무리했는데 그만 부엌에 그대로 두고 나온 줄 나중에 깨닫는다. 이따가 집에 전화를 해서 큰아이더러 바깥에 내놓아 달라고 말해야겠다. 오늘 진주마실은 한 달 반 즈음에 걸쳐서 꾸리려는 ‘사전과 말 이야기꽃’ 첫 자리이다. 글쓰기를 놓고서 이야기를 펼치는 분이 대단히 많은데, 글을 쓰려면 말을 알아야 하고, 말을 알려면 생각을 읽어야 하며, 생각을 읽으려면 마음을 살펴야 하고, 이렇게 글·말·생각·마음을 헤아리다 보면 저절로 사전이라고 하는 책에 닿기 마련이다. 그런데 정작 사전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읽거나 살피면 좋을까를 이야기할 만한 사람은 거의 없고, 이런 이야기마당도 없지 싶다. 이를 어떤 기관이나 모임에서 하기도 만만하지 않을 테니, 그동안 이웃님이 우리 책하고 사전을 사 주시신 보람으로 모은 글삯으로 나 스스로 이야기꽃을 펼쳐 보려고 생각한다. 이웃님이 나누어 준 즐거움을 이웃님한테 고스란히 돌려주는 이야기꽃이라고 할까. 마을 앞을 지나가는 군내버스는 놓친다. 이웃마을로 걸어가서 타는 군내버스를 타기로 한다. 동이 트려는 하늘을 바라보며 걷는다. 멧새 노랫소리하고 바람소리만 흐르는 들길을 걸으며 내 목소리를 얹어 노래를 부른다. 군내버스를 기다리면서, 또 읍내로 가는 길에, 읍내에 닿아 순천 가는 시외버스를 기다리는 사이에 《누구나 미술관에 놀러오세요!》를 읽는다. 살뜰한 그림책이다. 19세기로 접어들 즈음 영국 국립미술관에서 ‘기증 미술품’을 받을 만한 자리가 모자라다는 말을 듣고는 혼자 좋아서 모아 놓은 그림으로 손수 미술관을 지은 어떤 사람 이야기를 다룬다. 참 멋지네 하고 생각하다가 내 터전을 되새긴다. 나는 2007년부터 내가 그러모은 책으로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나 혼자 보기에 아깝다고 여겨서 열린 서재를 가꾸는데, 앞으로 살림돈을 푼푼이 모으면 《누구나 미술관에 놀러오세요!》에 나오는 이쁜 미술관과 매한가지로 이 나라에서 이쁘며 재미나고 새로운 서재도서관으로 한결 넉넉히 보듬을 수 있으리라 본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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