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군내버스에서 읽은 책 2017.11.20.
이주 금요일에 진주에 있는 진주문고로 ‘사전과 말’ 이야기꽃 마실을 나선다. 마무리할 일을 얼추 마무리했고, 새로 나온 내 책도 알맞게 부쳤다. 이달 끝무렵하고 다음달에 이야기꽃 마실을 갈 다른 세 군데에 보낼 것이 있어서 읍내 우체국으로 간다. 작은아이가 따라나선다. 가볍게 노래를 들으며 군내버스에서 《한글의 탄생》을 읽는다. 이 책은 2011년에 나왔으나 나는 굳이 여태 안 읽었다. 군내버스하고 읍내 놀이터에서 1/3쯤 읽는데, 모두 예전에 읽거나 배워서 아는 이야기이다. 책을 읽으며 어찌 이 줄거리를 다 읽거나 배웠나 돌아본다. 먼저 고등학교를 다니며 옛말본을 꼼꼼히 배웠다. 대학교에 들어가서 통·번역 공부를 하면서 혼자 익혔다. 대학교를 그만두기로 한 뒤에 이 나라 모든 국어국문학과 교재와 참고도서를 찾아 읽으려고 도서관하고 헌책방 책시렁을 샅샅이 살피면서 스스로 익히기도 했다. 《한글의 탄생》을 일본말로 읽는다면 퍽 뜻있을 수 있겠다 싶고, 일본사람한테 한글·한국말을 잘 풀이해 주는 좋은 길잡이책이라고 느낀다. 다만 번역이 매우 아쉽다. 일본사람이 쓴 책이라서 이렇게 옮겨야 할는지 모르겠지만, 일본사람이 흔히 쓰는 일본 한자말을 책에 고스란히 옮긴다. 이를테면 “몽환夢幻 같은 석년昔年”이나 “사계斯界의 태두泰斗” 같은 대목. 이런 번역이 숱하게 튀어나온다. 《한글의 탄생》을 읽는 동안 ‘학문하는 이들 입이나 손에 들러붙은 온갖 일본 말씨’가 이러하구나 하고 새삼스레 느끼기도 한다. 가만히 보면 책이름 “한글의 탄생”도 일본 말씨이다. 한국 말씨는 이와 다르다. “한글이 태어나다”처럼 써야 한국 말씨가 된다. 그나저나 어느 모로 본다면 한글은 ‘생긴’ 지 오백 해가 지나고 머잖아 육백 해가 된다고 하지만, 한글이 ‘태어났다’는 말을 하기에는 아직 까마득한 한국이지 싶다.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