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이 하나 더 있는 아이 문지아이들
유희윤 지음, 김영미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7월
평점 :
품절


시를 사랑하는 시 85


잎이 더 있든 덜 있든 모두 이쁘다
― 잎이 하나 더 있는 아이
 유희윤 글·김영미 그림
 문학과지성사, 2017.6.30. 9000원


풀밭 동네 토끼풀 집 아이네.
토끼풀 집 아이들 중에
잎이 하나 더 있는 아이네.
우리 동네 찬이도 그런데
남다르게 생겼지만 예쁘네. (잎이 하나 더 있는 아이)


  동시집 《잎이 하나 더 있는 아이》(문학과지성사, 2017)에는 ‘할머니의 한 움큼’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이 시를 읽으면 “할머니의 한 움큼은 / 많기도 하다” 하고 두 줄이 나오는데, 군말도 꾸밈말도 부질없이 이 두 줄로 할머니 몸짓이나 마음이나 살림을 잘 헤아릴 만합니다.

  ‘고모 방’이라는 시를 읽으면 “고모 시집가면 내 차지! // 내가 찜한 고모 방 / 썰렁이가 먼저 차지해 버렸다” 같은 이야기가 흘러요. 고모가 시집을 가면서 빈 방이 생각보다 크고 넓어서 벌렁 드러누워서 ‘이제 내 방이 되는구나’ 하고 생각하는데, 막상 벌렁 드러누워서 넓고 시원한 방을 느껴 보려 하니 무엇보다 ‘썰렁’을 느낀다고 해요. 두 말도 석 말도 덧없이 ‘썰렁’ 한 마디가 아이 마음을 잘 그리는구나 싶어요.


쥐고 있던 주먹
봉긋이 펴 보이네.

그 애 손은
반쯤 핀 연분홍 꽃

연분홍 꽃 속에
까만 씨앗 몇 개 (연분홍 손 꽃)


  잎이 하나 더 있는 아이가 있습니다. 풀밭에도 있고, 마을이나 학교에도 있습니다. 그런데 잎이 하나 더 있는 아이는 그저 잎이 하나 더 있을 뿐이에요.

  잎이 하나 더 있는 아이를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까요? 우리 사회나 학교나 마을에서는 잎이 하나 더 있는 아이를 어떻게 마주할까요? 잎이 하나 더 있는 아이를 이웃이나 동무로 여기면서 ‘잎이 하나 더 있지 않은 아이’하고 함께 한 교실이나 학교에서 즐거이 어우러지는 배움 얼거리일까요? 아니면 잎이 하나 더 있는 아이들만 한 학교나 학급에 몰아넣는 틀거리일까요?

  어른들은 아이가 조그맣게 쥔 손에 무엇이 있으리라 생각하려나요. 아이가 꽃씨를 곱게 쥐고서 기뻐하는 줄 느낄 수 있으려나요. 아이가 두 손에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움과 꿈’을 쥔 줄 알아챌 수 있으려나요.


까치발 들고
엄마 등 뒤로 다가온 아기
두 팔 벌려
엄마 목을 감는다.

“내 손이 뭐게?”

“엄마 목도리지!”

“따뜻해?”

“응, 아주 따뜻해.” (쉬는 시간)


  아이 손이 목도리가 됩니다. 어머니나 아버지 손도 목도리가 됩니다. 아이 몸이 겉옷이 되어 줍니다. 어버이 몸도 아이한테 겉옷이 되어 줍니다. 우리는 서로 따뜻하게 품습니다. 아이도 어른도 두 팔을 활짝 벌려 서로서로 포근하게 보듬고 어루만집니다.

  이러한 마음을 늘 건사할 수 있다면, 즐겁고 아름다우면서 따뜻하고 넉넉한 마음결로 하루를 맞이할 수 있다면, 어디에서나 누구나 웃음꽃이나 웃음노래가 될 만하겠지요. 1위부터 꼴찌까지 점수를 매기는 학교가 아닌, 경제성장이라는 숫자를 내세우는 사회가 아닌, 기쁘게 어깨동무하면서 함께 한 발짝씩 내딛는 홀가분한 몸짓이 될 테고요.


동생과 싸운다고 벌!
거짓말하면 안 된다고 벌!

벌 잘 주는 엄마
자기에게도 벌을 준다

몸무게가 자꾸 는다고
날마다 벌을 준다. (벌 잘 주는 엄마)


  아이한테 벌을 안 주어도 되어요. 어른도 스스로 벌을 안 주어도 됩니다. 몸무게가 자꾸 늘 수 있지요. 아이들이 뭔가 깨뜨리거나 잘못할 수 있지요. 서로 너그럽게 헤아리면 어떨까요. 오늘은 오늘대로 따뜻하게 받아들이고, 모레는 모레대로 새롭게 거듭나자고 생각할 수 있으면 어떨까요.

  벌을 주듯이 운동장을 달리면서 몸무게를 빼려는 몸짓이 아니라, 신나게 놀이하듯이 달리기를 누리면 어떨까요. 아이가 잘못한 일이 있을 적에 따끔하게 나무라기보다는 찬찬히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 걸음을 새로 씩씩하게 내딛도록 이끌어 보면 어떨까요.

  잎이 하나 더 있는 아이가 있듯이, 잎이 하나 더 있는 어른이 있습니다. 그동안 다른 아이나 어른하고 똑같은 잎이었다가도 어느 날 문득 잎이 하나 더 돋을 수 있어요. 때로는 잎이 하나 줄 수 있고요. 이 잎을, 꽃잎을, 풀잎을, 꿈잎을, 사랑잎을, 마음잎을, 생각잎을 고이 마주하는 삶을 빕니다. 아이 마음에도 어른 마음에도 너른 숨결이 흐르는 살림을 빕니다. 잎이 더 있든 덜 있든, 때로는 잎이 하나도 없든, 모두 이쁩니다. 2017.11.10.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동시읽기/동시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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