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표 버섯 도감 한눈에 알아보는 우리 생물 5
최호필.고효순 지음 / 자연과생태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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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책 읽기 130



숲을 가꾸는 이쁜 곰팡이인 버섯

― 화살표 버섯 도감

 최호필·고효순 글·사진

 자연과생태 펴냄, 2017.5.28. 28000원



  고흥이라는 시골에서 살며 아이들하고 자전거를 몰아 숲길을 달리다가 버섯을 처음 만나던 때를 두고두고 떠올립니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그때 숲버섯을 딴 일을 또렷이 떠올려요. 겨울이 지나고 봄을 맞이하면, 여름으로 접어들면, 가을이 깊으면, 때랑 철이랑 날에 따라 다른 버섯이 돋는 숲은 그야말로 나물밭이라 할 만합니다. 아니 버섯밭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쩌면 버섯숲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이 그렇듯 버섯도 다른 생물과 유기적으로 공존하며 생태계의 한편을 담당합니다. 그중에서도 나무의 구성물질인 리그닌과 셀룰로오스를 분해해 생태계 순환의 큰 고리 역할을 합니다. 살아 있는 나무와 영양을 주고받으면서 나무의 생장을 돕기도 하고 때로는 살아 있는 나무에 침투해 큰 피해를 입히기도 하지요. 그런가 하면 수많은 곤충의 먹이가 되고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어 곤충이 번식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4쪽)



  버섯숲이란, 버섯골이란, 버섯밭이란 얼마나 넉넉하고 아름다운 자리인가 하고 생각합니다. 버섯은 풀이 아닌 곰팡이 가운데 하나라고 할 만하다는데, 막상 이 곰팡이라는 버섯으로 밥을 짓거나 국을 끓여 보면 얼마나 맛나면서 냄새가 그윽한지 몰라요. 더구나 버섯은 구워서 먹어도 맛나지요. 버섯만 따로 굽든, 고기하고 함께 굽든, 더덕이나 당근이나 감자랑 함께 굽든, 이래저래 맛을 한껏 끌어올립니다.


  제가 집에서 버섯구이를 하면 아이들 수저질이 매우 잽쌉니다. 밥그릇을 뚝딱 비우지요. 이 놀라우며 반갑고 고마운 버섯을 다룬 《화살표 버섯 도감》(자연과생태, 2017)을 찬찬히 넘기면서 이 땅 곳곳에서 숲을 가꾸는 몫을 살그마니 맡는 버섯을 새삼스레 헤아려 봅니다. 640쪽에 818가지 버섯을 놓고서 3,500장에 이르는 사진을 보여주는 엄청난 도감입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버섯은 명확하지는 않지만 4000∼5000종으로 추정합니다. 그중 현재까지 1900여 종이 보고되었고 여기에 버섯 책자나 인터넷 게시물 등을 통해 확인 가능한 버섯까지 더하면 2300여 종 이상에 이릅니다. (4쪽)



  숲에서 버섯을 따신 분은 아마 다들 알 텐데, 숲버섯은 곧 녹습니다. 버섯이 땅에 살짝 뿌리를 박고 피어날 적에는 싱싱한데, 이 숲버섯은 사람 손에 닿아 땅에서 떨어지면 이내 녹아요.


  가게에서 파는 버섯은 여러 날 둘 수 있습니다. 가게까지 오는 데에도 하루 안팎 걸렸을 테고요. 쉽게 녹는 숲버섯을 헤아리면, 또 잘 안 녹고 오래 가는 ‘가게버섯’을 생각하면, 우리 몸을 이루는 먹을거리란 더없이 놀라우면서 대단하구나 싶습니다.


  그리고 숱한 숲버섯 가운데 우리가 아는 버섯은 참말 없구나 싶어요. 《화살표 버섯 도감》을 엮은 분들이 머리말에서 밝히기도 하는데, 거의 5000가지나 있다고 하는 숲버섯 가운데 우리는 몇 가지 이름을 알까요? 알려지지 않은 숱한 버섯은 숲에서 어떻게 나고 스러질까요?



생태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태 관련 교육도 많이 있으나 풀과 나무, 곤충 등에 대한 교육이 주류를 이루고 버섯은 제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버섯을 교육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뿐더러 쉽게 보고 배울 수 있는 자료가 충분치 못하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5쪽)



  예부터 숱한 버섯을 사람들이 잘 살피고 가려서 밥살림에 보탰어요. 요새는 가게에 놓는 몇 가지 버섯을 빼고는 우리가 잘 알거나 살피기는 퍽 어려워요. 집에서 길러서 먹을 수 있는 버섯도 있을 테지만, 숲마실을 하면서 문득문득 만나는 이쁜 곰팡이인 버섯을 만나서 즐겁게 먹는 길도 있어요. 그리고 우리가 밥살림에 버섯을 보태지 않더라도, 숲이 새롭게 태어나도록 돕는 작은 목숨붙이인 버섯이기에 가만히 들여다보거나 반갑게 지켜볼 수 있어요.


  버섯마다 어떻게 다르고 어떤 대목을 살펴보면 좋은가를 화살표로 콕콕 짚으며 알려주는 도톰하면서 알뜰한 《화살표 버섯 도감》을 책상맡에 놓습니다. 숲마실을 다녀오면서 버섯 사진을 찍으면 이 도감을 뒤적이면서 우리가 만난 숲 이웃을 헤아려 봅니다. 2017.10.31.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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