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마당에서 읽은 책 2017.10.23.


아이들이 마당에 돗자리를 깔고서 논다. 가을볕이 좋지만 그래도 후박나무 그늘에 돗자리를 깐다. 우리 집은 볕도 좋고 그늘도 좋다. 우리 집에서 놀이를 하기에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가 어릴 적에도 으레 이처럼 놀았다. 우리는 집에서도 잘 놀고 마을이나 마당에서도 잘 놀았다. 누가 놀이를 가르쳐 주어야 놀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 논다. 그리고 우리가 놀면서 쓰는 말은 아주 쉽고 또렷하다. 높거나 낮거나 자랑하거나 잘난 척하는 말은 안 쓴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마을이나 마당에서 놀이하는 아이를 보기도 어렵고, 그나마 피시방에서 게임을 하는 아이들은 꽤나 어려운 말을 쓴다. 학교에서도 이와 비슷하다. 동무 사이에 어깨를 겯는 쉽고 수수한 말이 차츰 잊힌다. 교사와 학생 사이, 어른하고 아이 사이, 학교를 다닌 이하고 학교를 안 다닌 이, 이렇게 여러 사람들 사이에서도 얼마든지 너르게 쓰던 고른 말이 어느덧 밀린다. 《언어는 인권이다》는 이 같은 대목을 잘 짚은 인문책이라고 느낀다. 참말 그렇지. 말은 우리 권리이다. 더 살피면 권리를 넘어서 삶이다. “말은 삶이다”라든지 “말은 사랑이다”라 할 수 있다. 이런 테두리에서 생각해 보아야지 싶다. 우리 삶이나 사랑이나 권리나 인권을 ‘말’로 나타내거나 나눈다고 하면, 우리는 어떤 말을 써야 좋을까? 우리는 어떤 말로 사랑을 속삭이면서 아름다울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떤 말로 기쁨을 주고받으면서 웃을 수 있을까?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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