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귀야행 19
이마 이치코 지음 / 시공사(만화)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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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728



반딧불이 이야기를 돌아보다

― 백귀야행 19

 이마 이치코 글·그림

 한나리 옮김

 시공사 펴냄, 2011.2.10. 4000원



“겨울의 반딧불은 애인에게 미련이 남은, 죽은 이의 영혼이래. 사랑하는 상대가 안 보여서 여름이 끝나도 이승을 뜰 수 없어 이승을 헤매는 거라 하더구나.” (24쪽)


‘아빠가 살아 있는 게 맞다면 그런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잖아. 이렇게 어린애가 대체 무슨 업을 짊어지고 있는 걸까.’ (73쪽)


“슬픈 감정을 떨치지 못하면, 당신과 같은 감정을 품고 있는 성불하지 못한 영혼들이 동조해서 따라와 버리고 말아요.” (122쪽)


‘무서워하지 마라, 리쓰. 무서워하면 더 달려든단다. 하지만 두려워하는 마음 역시 잊어서는 안 된다.’ (139쪽)



  가을이 깊은 어느 날 반딧불이 한 마리가 방에 들어온 적이 있어요. 커다란 반딧불이가 어느 틈을 비집고 들어왔는지 깜짝 놀랐어요. 이 아이를 안 다치게 하면서 내보내고 싶었으나 어느새 구석진 곳으로 숨어서 찾을 길이 없었습니다.


  방으로 들어오는 벌레가 제법 많습니다. 시골이라 벌레가 많을 수 있어요. 이 벌레도 저 벌레도 어느 틈인가 찾아내어 들어옵니다. 풀벌레를 방이나 마루나 부엌에서 만나면 으레 말을 걸어요. 얘야, 여기는 너희가 살 만한 곳이 아니란다. 너른 풀밭으로 돌아가렴.


  풀벌레는 처음 비집고 들어온 틈을 다시 찾아내어 바깥으로 나갈 수 있을까요. 사람들 살림집이 궁금해서 들어온 풀벌레는 다시 너른 풀밭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백귀 야행》에서 리쓰네 어머님이 리쓰한테 반딧불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대목이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반딧불이하고 얽혀 저런 옛이야기가 있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우리한테는 어떤 반딧불이 이야기가 있을까요? 우리 옛사람은 반딧불이를 바라보면서 아이들한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었을까요?


  반딧불이를 보기는 쉬우면서 어렵습니다. 맑게 흐르는 냇물을 곁에 둔 마을이나 집에서 살면 반딧불이를 쉽게 만나요. 이와 달리 맑은 냇물이 없거나 시멘트랑 아스팔트만 가득한 곳에서는 반딧불이를 못 만나요.


  반딧불이를 비롯한 숱한 목숨을 가까이에서 이웃으로 두기에 이 숱한 목숨하고 사람이 얼크러진 이야기가 자랍니다. 사람은 숱한 목숨을 아끼고, 숱한 목숨도 사람을 헤아리면서 저마다 삶을 지어요. 오늘날 우리는 스스로 어떤 이야기를 지으면서 아이들한테 어떤 이야기를 남길 만한 모습인가 하고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2017.10.14.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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