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마실길에 읽는 책 2017.9.27.


라디오 방송을 녹음하러 서울에 왔다. 9월 27일 아침 10시 30분부터 일산에 있는 교육방송으로 가야 했기에 하루 일찍 서울에 와서 묵었고, 서울서 일산으로 달린다. 고흥이라는 시골에서 살림을 짓는 내가 서울이라는 커다란 도시로 오면, 서울에 계신 이웃님이 으레 묻는 말이 있다. “공기 맑은 곳에 있다가 공기 더러운 곳에 오시면 힘들지요?” 고흥살이 일곱 해가 지나가는 요즈음 나는 다음처럼 말씀을 여쭌다. “처음 고흥에 깃들 무렵 서울에 올 적에는 참말 말씀처럼 그리 느꼈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리 느끼거나 생각하지 않아요. 언제나 마음을 어떻게 품느냐에 따라 달라지더군요. 고흥이라는 시골에서는 바람이 맑고 우리 숲집이 싱그럽다고 생각하고요, 서울이라는 도시에서는 곳곳에 나무가 참 많구나 하고 여겨요. 이렇게 찻길이 넓어도 길을 따라서 나무가 줄줄이 늘어서요. 나무들 참 곱네, 골목에도 나무가 참 많네, 이 나무들 많은 서울에는 서울 나름대로 푸르고 싱그러운 바람이 흐르네 하고 생각해요.” 교육방송국에 일찍 닿는다. 1층 맞이방에 있는 찻집에 앉는다. 이제껏 살며 찻집이라는 데에 혼자 들어온 적이 처음이다. 게다가 찻집에서 차를 시켜서 마시는 일도 처음이다. 찻집이란 이런 곳이로구나 하고 느끼면서 동시집 《잎이 하나 더 있는 아이》를 읽는다. 입에 착착 감기는 노랫말을 돌아본다. 살그머니 짓는 말놀이를 돌아본다. 초등학교를 다니는 데에도 벌써 공부 때문에 고단한 아이들이 서울이며 골골샅샅에 가득한 모습을 돌아본다. 아이를 사랑하는 어버이나 어른을 돌아본다. 아이들을 시험공부나 입시로 주눅들게 내모는 어버이나 어른을 돌아본다. 이 땅에 동시라는 자그마한 글이 있어서 이 땅에서 태어나 자라는 아이들한테 조금이나마 숨돌릴 틈이 생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돌아본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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