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쓸 수 있는지 궁금해 하는 분이 제법 많다고 생각합니다. 글쓰기가 궁금한 분한테 한 말씀을 여쭌다면 언제나 꼭 한 가지만 있습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쓰셔요.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으면 쓰지 마셔요.”


  글을 쓸 적에 다른 솜씨나 재주는 없어도 됩니다. 아무런 솜씨도 재주도 없어도 되지요. 오직 마음 하나만 있으면 됩니다.


  손으로 글을 쓸 적을 생각해 봐요. 글씨가 이쁘장해야 글이 이쁘지 않아요. 맞나요, 틀리나요? 글씨가 멋져야 글이 멋지지 않아요. 맞나요, 틀리나요? 내가 쓴 글씨가 이뻐 보여야 내 글이 이쁠까요? 내가 쓴 글씨가 멋져 보여야 내 글이 멋질까요?


  아름답거나 훌륭하구나 싶은 글을 옮기거나 베껴서 써 보는 분이 많은데요, 이렇게 하셔도 나쁘지는 않습니다만 ‘아름답다’거나 ‘훌륭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아니, 딱 잘라서 말하지요. “나쁘지 않다”가 아니라 “나쁩”니다. “안 좋아”요.


  우리는 우리 사랑으로 만나서 함께 살림을 짓는 짝꿍하고 씨앗을 주고받아서 낳은 아이를 기쁘게 돌보아요. 내가 낳은 아이가 아니더라도 아름다운 숨결이 이 땅에 태어난 줄 느끼고 생각하면서 돌보고요. 더 나은 아이가 없고, 덜 떨어지는 아이가 없어요. 모든 아이는 저마다 다르기에 아름다우면서 훌륭해요.


  우리가 쓰는 글은 어떠할까요? 이름난 글쟁이한테서 강의를 듣거나 배워야 멋진 글을 쓸 수 있지 않습니다. 아름답다거나 훌륭하다 싶은 글을 옮기거나 베껴 본다고 해서 우리가 쓰는 글이 아름답거나 훌륭하게 되지 않습니다.


  그러면 무엇을 생각하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는 우리 이야기를 생각해서 쓰면 됩니다. 우리는 우리 살림살이를 생각해 보면서 이 살림살이를 고스란히 쓰면 됩니다. 우리한테는 부끄러울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자랑할 것도 없습니다. 부끄러움도 자랑도 없다는 대목을 생각해 보셔요. 우리로서는 우리가 날마다 새롭게 짓는 살림이 우리한테 가장 즐겁고 재미나며 뜻있어요. 우리한테는 우리 두 손으로 짓고 우리 두 발로 디딘 보금자리에서 이루는 살림이 가장 사랑스러우면서 아름다워요.


  다른 사람이 이룬 아름답거나 훌륭한 글은 그저 즐겁게 읽은 뒤에 덮어요. 이름난 분이 갈고닦은 아름답거나 훌륭한 글은 그냥 신나게 읽고 나서 덮어요. 이러고서 우리 삶을 생각하기로 해요. 우리 살림을 돌아보기로 해요.


  흔히 “아줌마 수다”를 말하지요? 아줌마들 수다가 무엇이 재미날까요? 연속극이나 영화를 본 이야기가 재미날까요? 아니면 아줌마들 스스로 날마다 짓고 복닥이면서 치르는 살림 이야기가 재미날까요?


  아름다운 이야기는 늘 우리 곁에 있습니다. 곁에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우리 스스로 아직 못 알아챌 뿐입니다. 훌륭한 글감은 언제나 우리 마음속에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 글감을 아직 우리 마음속에서 길어올리지 않았을 뿐이에요.


  먼 데를 보지 마요. 다른 데를 보지 마요. 수많은 책이나 영화를 보지 마요. 학교도 보지 말고 스승도 보지 마요. 오직 우리 스스로를 봐요. 우리 마음속에서 늘 곱게 피어나기를 기다리는 따사로운 숨결을 봐요. 우리 마음속에 저마다 다르면서 상냥하게 피어나려고 하는 너그러운 넋을 봐요.


  글쓰기가 쉽다면, 우리 마음속에 흐르는 이야기를 우리 살림살이를 바탕으로 쓰기 때문입니다. 글쓰기가 어렵다면, 우리 마음을 안 보고 자꾸 다른 데만 쳐다보기 때문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글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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