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자전거 타며 읽은 책 2017.8.23.
아침에 빨래를 새로 한다. 어제 해 놓은 빨래는 볕이 좋으리라 여기고 네 식구가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를 다녀오는 사이에 소나기가 들이부어서 몽땅 젖었다. 이 빨래에다가 하루치 옷을 더하니 수북하네. 더운 여름에 아이들이 날마다 옷을 두 벌쯤 갈아입는다. 수북한 빨래를 하면서 생각한다. 아무리 하루에 빨랫감이 여러 벌씩 나와도 이 아이들이 갓난쟁이일 무렵 기저귀를 빨던 일하고 대면 귀엽지. 하늘과 구름과 해를 보면서 말한다. 자, 오늘은 땡볕을 베풀어 주렴. 비는 좀 쉬렴. 자전거를 몰고 골짜기로 달린다. 오르막을 만나서 기어를 1*2단으로 바꾸면 가쁜 숨이 나오기도 하지만, 땀이 빗물처럼 볼과 이마와 턱을 타고 줄줄 흐른다. 사람이란 대단하지. 어떻게 몇 초 만에 땀이 이렇게 비오듯이 쏟아질 수 있을까. 두 아이를 태운 자전거를 이끌며 멧길을 탄다고 해서 이처럼 땀비가 갑자기 솟다니. 우리가 늘 노는 골짜기에 이른다. 자전거를 세우고 물가로 내려간다. 수풀을 헤치며 물가에 닿으니 우렁찬 물소리가 반긴다. 세 사람은 마음껏 몸을 담근다. 좋아. 시원하지? 아니 몸이 시리도록 차갑지? 한참 함께 놀고서 시집을 펼친다. 《전당포는 항구다》를 읽어 본다. 가난한 살림에 전당포에 물건을 잡히고 세겹살을 먹는 이야기가 흐른다. 쓸쓸하고 슬픈 살림을 그리는구나 하고 생각하다가, 가난하다고 해서 꼭 쓸쓸하거나 슬프기만 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나 스스로 우리 아이들하고 짓는 살림을 헤아려 본다. 나는 자동차가 없이 자전거로 땀을 뻘뻘 흘리며 멧길을 타서 골짜기 마실을 한다. 몸은 틀림없이 힘들는지 모르는데, 대단히 재미있고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있으면 있는 대로 즐기고, 없으면 없는 대로 누리는 살림을 돌아보면서 아이들을 바라본다면, 돈이 없더라도 다른 것은 넉넉하게 있는 살림인 줄 느끼면서 시도 글도 책도 달라질 만하리라. 골짜기에서 신나게 놀고 나서 집으로 가는 길은 엄청난 내리막이다. 바람이 우리를 실어 날라 준다.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