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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景)-신미에서 경진까지 - 1991-2000 ㅣ 눈빛사진가선 19
정동석 지음 / 눈빛 / 2015년 11월
평점 :
사진책 읽기 357
똑같지도 비슷하지도 않은 모습
― 경景, 신미에서 경진까지 1991-2000
정동석 사진
눈빛 펴냄, 2015.11.20. 12000원
배추는 배추끼리, 잡초는 잡초끼리, 벼는 벼끼리, 피는 피끼리 자라는 것인 줄로만 알았고,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보통 생각하고 산다. 허나 배추와 잡초, 벼와 피가 경쟁을 하며 또 도우며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머리말)
한 가지만 심어서 기르는 논이나 밭에서는 잡풀 때문에 속을 썩이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농약을 듬뿍듬뿍 자주 칩니다. 한 가지가 저마다 엇비슷하게 잘 자라도록 하려고 비료를 가득가득 주지요. 때로는 비닐을 덮어씌워서 오직 한 가지만 자라도록 하기 마련입니다.
사람이 따로 심어서 기르는 풀이기에 남새요, 사람이 따로 안 심어도 자라는 풀이기에 나물입니다. 남새도 나물도 사람이 먹는 풀입니다. 모두 풀이지요. 그런데 이러한 풀은 한 가지만 심어서 기르는 논밭에서는 모두 잡풀(잡초)이 되고 맙니다.
한국 사회는 어떤 길을 갈까요? 한국 사회는 다 다른 사람이 저마다 다른 숨결로 즐겁게 살아가면서 어우러지는 길을 갈까요? 아니면 모두 똑같거나 엇비슷한 몸짓이나 모습으로 서울에서 살며 돈을 벌어야만 하는 길을 갈까요?
사진책 《경景, 신미에서 경진까지 1991-2000》은 이 나라 시골이나 숲을 사진으로 가만히 찍어서 보여줍니다. 사람 손을 타는 논밭이나 시골이나 숲이 어떤 모습인가를 보여줍니다. 이 사진책은 시골 들이나 멧골을 사진으로 보여주는데, 곰곰이 따지자면 서울처럼 커다란 도시를 찍어서 보여주는 모습하고도 닮아요. 건물이나 아파트가 풀이나 나무로 드러나고, 사람물결이 흙으로 나타날 뿐입니다.
땅에는 수많은 씨앗이 조용히 기다립니다. 온갖 씨앗은 철 따라 깨어나려고 가만히 숨을 죽이면서 기다립니다. 봄에는 이 풀이 돋고 여름에는 저 풀이 돋아요. 봄 가운데 삼월에 오르거나 사월에 오르거나 오월에 오르는 풀이 달라요. 몇 해를 묵었다가 깨어나는 씨앗이 있고, 열 해나 스무 해쯤 묵고서 깨어나는 씨앗이 있지요. 우리 곁을 차분히 돌아보면서 다 다른 씨앗(사람)을 마주할 수 있다면, 우리가 사진으로 찍는 모습은 무척 아름다우면서 새로우리라 생각합니다. 2017.8.12.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사진읽기/사진비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