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해녀입니다 (양장)
고희영 지음, 에바 알머슨 그림, 안현모 옮김 / 난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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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748


어머니한테 바다는 안 무섭단다
― 엄마는 해녀입니다
 고희영 글
 에바 알머슨 그림
 안현모 옮김
 난다 펴냄, 2017.6.12. 13500원


  어머니가 되어 아이를 보살필 적에 아마 거의 모든 어머니한테서 몇 가지가 사라질 만하지 싶습니다. 먼저 두려움이 사라지고, 다음으로 무서움이 사라지지 싶어요. 미움이 사라질 테고, 싫음도 사라질 만하지 싶습니다. 어머니로서 아이한테 물려주고 보여주고 가르치고 나누면서 함께 누리고 싶은 길이란 기쁨하고 사랑일 테니까요. 어머니가 되는 동안, 또 아버지가 되는 동안, 어버이 마음자리에는 언제나 기쁨하고 사랑 두 가지가 새롭게 자랄 만하지 싶습니다.


“엄마, 파도는 너무 무서운 것 같아요.”
“얘야, 바다는 더 무시무시한 곳이란다.”
“근데 왜 매일 바닷속엘 들어가나요?”
“매일 들여다봐도 안 보이는 게 바다의 마음인걸.” (4쪽)


  그림책 《엄마는 해녀입니다》(난다,2017)를 읽습니다. 해녀인 어머니를 둔 아이가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아이 어머니는 처음에는 바다를 안 좋아했다고 해요. 바다하고 아주 멀리 떨어진 도시로 가서 일을 했다지요. 그런데 막상 바다하고 멀리 떨어진 도시에서 일하는 동안 즐거움이나 기쁨을 찾기 어려웠대요.

  온통 기곗소리만 있는 도시에서, 자동차 달리는 소리만 있는 도시에서, 하늘을 볼 수 없도록 건물로 꽉 막힌 도시에서, 별빛이나 달빛뿐 아니라 햇빛도 느끼기 어려운 도시에서 ‘시골내기 어머니’는 몹시 힘들었다고 합니다.

  도시에서 한동안 일을 하던 어머니는 바다로 돌아갔대요. 바다로 돌아온 어머니는 이녁 어머니인 할머니처럼 물질을 하는 일꾼이 되었대요. 아마 이렇게 물질을 할 즈음 아이가 태어났을 테고, 아이는 어려서부터 물질하는 어머니랑 할머니를 늘 곁에서 지켜보며 자랐으리라 봅니다.


엄마는 잠수 대장이라서 돌고래처럼 헤엄을 잘도 칩니다.
엄마는 건지기 대장이라서 물고기를 잘도 건집니다.
엄마는 따기 대장이라서 전복을 잘도 땁니다.
엄마는 줍기 대장이라서 미역을 잘도 줍습니다.
엄마는 잡기 대장이라서 문어를 잘도 잡습니다. (8쪽)


  바다를 되찾은 어머니는 바다에서 무엇이든 으뜸이라고 합니다. 잘 치고(헤엄), 잘 건지고(물고기), 잘 따고(전복), 잘 줍고(미역), 잘 잡는다(문어)고 해요. 살짝 말놀이처럼 이야기를 곁들이는 《엄마는 해녀입니다》인데, 살몃살몃 할머니 이야기를 거듭니다.

  아이로서는 모두 다 궁금해요. 어머니가 날마다 바다에 나가는 모습도 궁금하고, 아주 오랜 나날 바다에서 살아온 할머니가 궁금합니다.


“그거야 바다님 말씀을 잘 들으면 되는 거란다.”
“바다님 말씀이요?”
“암, 그렇고말고.”
나는 알쏭달쏭 머리를 갸웃댔습니다.
할머니는 쪼글쪼글 입에서 미소를 머금었습니다.
마치 입속에 혼자만의 비밀 사탕을 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14쪽)


  바다님 말씀이란 무엇일까요. 아마 아이 스스로 머잖아 알아차리겠지요. 아이 스스로 바다에서 헤엄을 치고 물놀이를 즐기며 물고기하고 벗삼을 무렵, 바다님 말씀이 무엇인가를 몸이랑 마음으로 함께 깨닫겠지요.

  가만히 보면 아이한테는 학교만 배움터가 되지 않습니다. 어머니랑 할머니하고 함께 지내는 보금자리가 바로 배움터입니다. 물질을 하는 어머니랑 할머니가 늘 지내는 바다가 언제나 배움터입니다. 바닷가에 앉아 바다를 보고 바람을 보며 새와 물고기를 보는 내내 온 삶을 배워요.


“우리들은 바다를 바다밭이라고 부른단다.
그 밭에 전복 씨도 뿌리고 소라 씨도 뿌린단다.
아기 전복이나 아기 소라는 절대로 잡지 않는단다.
해산물을 먹어치우는 불가사리는 싹 다 치운단다.
바다밭을 저마다의 꽃밭처럼 아름답게 가꾼단다.
그 꽃밭에서 자기 숨만큼 머물면서
바다가 주는 만큼만 가져오자는 것이
해녀들만의 약속이란다.” (27쪽)


  그림책 《엄마는 해녀입니다》는 물질하는 가시내, 또는 일하는 가시내 자리란 무엇인가 하고 넌지시 보여줍니다. 바다와 벗삼으면서 바다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몸짓이란 무엇인가 하고 조용히 알려줍니다.

  그리고 다른 자리 삶으로 가만히 이어지는 이야기가 있다는 대목을 밝힌다고 할 만해요. 땅을 일구는 사람으로서 땅님 말씀을 들을 수 있다면 어떠할까요? 나무를 만지는 사람으로서 나무님 말씀을 들을 수 있다면 어떠할까요? 꽃이 곱다고 여기는 사람으로서 꽃님 말씀을 들을 수 있다면 어떠할까요?

  우리 어머니는, 또 우리 아버지는, 또 우리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어느 자리에서 어떤 일을 하면서 우리한테 새로운 배움을 베푸는 분일까요? 일하는 어버이는 아이들이 앞으로 무엇을 배워서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물려줄까요?

  바다가 주는 만큼 가져오면서 바다밭을 가꾸는 해녀 마음을 돌아봅니다. 이 땅을, 이 나라 냇물을, 이 나라 숲을, 이 나라 하늘을, 이 나라 골골샅샅 모든 마을을, 고이 가꾸려는 손길이 널리 퍼질 수 있기를 빕니다. 2017.8.9.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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