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밥하면서 읽는 책 2017.8.5.
요새는 밥을 하는 짬짬이 책을 들출 겨를을 내지 못한다. 밥을 할 적에는 그저 밥을 한다. 밥을 다 하고 나서는 밥상까지 차리고서 끙 소리를 낸다. 살짝 드러눕는다. 아이들은 이런 마음을 알까? 어쩌면 알 테고, 어쩌면 모를 테지. 다만 나는 어릴 적에 어머니가 어떤 마음이었을까를 헤아려 본다. 어머니는 다른 일이 많아서 우리하고는 밥상맡에 둘러앉지 못하신다. 때로는 밥상을 차리고서 끙 소리를 내며 자리에 드러눕느라 우리하고는 밥상맡에 둘러앉지 못하셨다. 요새 내가 꼭 예전 우리 어머니를 닮은 몸짓을 한다. 자리에 눕지만 잠이 오지는 않는다. 모로 누워서 《전당포 시노부의 보석상자》 넷째 권을 펼친다. 보석을 둘러싸고 사람들이 들떴다가 가라앉는 모습을 잘 그린다. 보석은 그저 보석일 뿐인데, 겉치레나 겉모습에 휘둘리는 사람이 많다. 보석 때문에 돈을 왕창 쓰는 사람이 많고, 보석에 걸린 돈 때문에 휘청거리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꼭 보석 하나만 놓고 볼 수 없다. 책에 사로잡힌다든지 옷에 사로잡힌다든지 자동차에 사로잡힐 적에도 어느 한 가지에 돈을 왕창 쓴다. 즐김과 사로잡힘 가운데 사로잡힘으로 기울면 즐기는 마음하고 멀어진다.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