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무늬 애지시선 39
박일만 지음 / 애지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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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노래하는 말 301



아이 셋을 낳아도 한국사람이 아닌

― 사람의 무늬

 박일만 글

 애지 펴냄, 2011.11.29. 



  누군가 말합니다. 시집 한 권을 읽고 나서 마음에 남는 시가 두 꼭지만 되어도 시집을 읽은 값이 있다고. 저는 이런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왜 두 꼭지만 마음에 남아도 되는가 하고요. 시집 한 권이 통째로 마음에 남도록 이야기가 흐를 수는 없는가 하고 묻기도 합니다.



꽃도 영혼도 지구의 흔적이다 (지구의 체적)



  곰곰이 돌아보면 시집 한 권이 대단해야 하지는 않습니다. 시집 한 권에서 한 줄만 아름다울 수 있어도 됩니다. 개구지게 노는 아이들이 문득 한 마디를 꽃처럼 바람처럼 하늘처럼 나무처럼 숲처럼 햇살처럼 해님처럼 별빛처럼 달님처럼 내놓을 적에 이 아이 가슴속에 어떤 씨앗이 이토록 몽실몽실 자랐는가 하고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작은 말 한 마디가 모든 삶을 씻어 주어요. 시집 한 권에서 짧은 한두 줄이 문득 울리기에 시를 찬찬히 읽는다고 할 수 있어요.



아버지가 아프시다

용하다는 점쟁이는 부적을 권하고

신통방통 보살님은 치성을 주장하고

도립병원 추천받아 간 대학병원에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입원수속 속전속결 (유물론)



  시집 《사람의 무늬》(애지,2011)를 읽습니다. 사람한테 있는 무늬가 무엇인가 하고 되새기는 이야기를 읽습니다. 때로는 꽃하고 사람이 얼마나 닮거나 다른가를 읽고, 때로는 아픔과 병원과 돈은 얼마나 잇닿는가를 읽습니다. 때로는 한국사람하고 한국사람이 아닌 사람은 무엇이 다른가를 읽습니다.



아이 셋을 낳고도 한국인 되지 못했다

까맣고 눈 큰 여자

얼핏 보면 내남없는 얼굴이

몸빼 입고 큰 수건을 둘러써도 어색해 보였다

아이들은 커갈수록 남방인 표시가 나서

바깥보다 집안에서 칭얼댔고 (놋쳉잉 씨)



  저는 인천이라는 고장에서 태어나 전남 고흥으로 옮겨서 삽니다. 저는 인천에 안 살지만 어쩌다 한두 해에 한 번쯤 인천에 들르면 다들 저를 보며 ‘인천사람’이라 합니다. 전남 고흥에 산 지 일곱 해가 넘지만 다들 저를 보며 ‘고흥사람 아니다’ 하고 말합니다.


  우리는 어떤 사람일까요? 우리는 ‘사람’이기는 한가요? 우리한테는 어떤 이름이 붙어야 알맞을까요? 우리는 서로 어떤 이름을 부르면서 마주할까요? 시집 《사람의 무늬》가 나온 지 일곱 해가 흐르는데, 놋쳉잉 님은 이제 ‘한국사람’으로 주민등록이 되어 이 땅에서 세 아이를 곁에 두면서 ‘안 쫓겨나도’ 될 만한지 궁금합니다. 2017.8.1.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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