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귀야행 23
이마 이치코 지음 / 시공사(만화)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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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710



내가 쳐다보는 곳에 있는 두려움

― 백귀야행 23

 이마 이치코 글·그림

 한나리 옮김

 시공사 펴냄, 2015.2.25. 5000원



‘미소 너머로 도움을 구하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알아채지 못한 우리 역시 같은 죄를 지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츠키는 어린 여동생을 구해 주었다. 그러면서 미츠키 본인도 구원 받았을 거라 믿고 싶다.’ (50쪽)


‘사람은 공포에서 달아나긱 위해 기억을 바꾸지만, 진실이 어떻든 모르는 것보다 아는 편이 공포는 줄어든다. 그래서 난 탐정이 되고 싶다. 누군가를 괴로운 비밀에서 벗어나게 해 주기 위해서.’ (166쪽)


“만지면 안 됩니다. 그쪽은 함정이에요. 여자라면 저도 모르게 열어 보고 싶어지죠.” “아까 왔던 인형사가 놓고 간 건가요?” “아뇨. 비슷하지만 정반대의 성질을 가졌습니다. 실체가 없으니 무시하면 사라질 겁니다. 뭐, 그 무시한다는 게 꽤나 어렵지만 말이죠.” (199쪽)



  스스로 겪어 보지 않고서 모르는 일이 매우 많습니다. 넘어져서 무릎이 까진 적이 없는 사람은 무릎이 까진 사람이 왜 절뚝거리는지 모르기 일쑤예요. 무릎이 까진 사람이 걸음이 늦는 까닭을 모르지요. 농약 냄새가 어질어질한 적이 없는 사람도, 농약 바람이 불 적에 새나 벌나비가 떨어져서 죽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사람도, 농약을 마시고 죽는 시골 이웃을 본 적이 없는 사람도, 농약이 참말 무엇인가를 모르기 마련이에요.


  《백귀야행》 스물셋째 권에서는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는 길하고 두려움을 끝내 붙잡는 길이 무엇인가를 넌지시 짚습니다. 두려워서 이웃한테 도와 달라고 눈빛으로 말하지만 이웃은 이를 못 느끼곤 해요. 두려워서 입으로는 차마 말하지 못하고 눈빛으로만 바라는 사람을 겪거나 만난 적이 없다면, 스스로 이러한 두려움을 겪은 적이 없다면, 참말 우리는 이웃 눈빛을 모를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래도 모든 두려움은 스스로 떨쳐야 하고, 스스로 이겨야 합니다. 이웃이 도와주더라도 스스로 일어서려는 마음이 없고서야 도움을 못 받아요.


  그러니까 두려움을 떨치거나 벗기는 맨 첫째 일이라면, 스스로 일어서기입니다. 두려워할 만한 곳을 바라보지 않고서 사랑할 만한 곳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해요. 두려움이 가득한 곳을 자꾸 생각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갈 새로운 사랑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쩌면 이렇게 하기가 어려우니 두려울 수 있겠지요. 네, 그래요. 다들 이렇게 못하니 두렵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해 보려고 한 걸음씩 씩씩하게 내딛을 적에 두려움이 조금씩 걷힙니다. 어려워서 못한다는 말을 치울 줄 알기란, 두려움을 털어내는 작은 걸음이에요. 어려워도 조금씩 해 보겠다는 마음이 두려움을 벗고서 사랑으로 가는 걸음마입니다. 2017.7.30.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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